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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8주차 10/06/2024 ~ 10/12/2024

  • Post category:Daily Life
  • Post last modified:October 17, 2024
  • Reading time:8 mins read

슬슬 바빠지는 느낌



Sunday, October 6



아침 일찍 친구를 배웅했다. 바로 LA에 가서 야구를 본다는데(오타니ㅠㅠ 부럽다) 이곳저곳 잘 돌아다니는 것 같다. 한 주 동안 밀린 일을 차근차근히 했다. 2주가 지나서 머리도 잘랐다. 점점 느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유학을 왔지만 사실상 active 하게 말하지 않으면 한국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ChatGPT를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advanced voice mode가 업데이트되었는데, 확실히 전보다 반응이 굉장히 빨라 답답함이 많이 줄어들었고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만히 대화하는 것은 금방 지루해져서 쉽지가 않고, 왔다 갔다 할 때 수시로 최대한 많이 쓰려고 노력해 보려 한다. 친구가 선물해 주고 간 초콜릿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밀린 블로그를 썼다. 사실 블로그를 영어로도 써보려고 처음에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으나 하하… 그래도 언젠간 가능할 거라 믿고 있다🤪



Monday, October 7

오전 chembio 수업. Phage display: a tool kit for protein and antibody engineering이라는 주제로 Antibody engineering에서 유명한 교수님께서 개괄적인 내용을 다뤄주셨다. 가끔은 1주일마다 주제가 확확 바뀌어서 따라가는 게 어렵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로테이션하는 1년 차 때 이보다 더 적절한, 많은 내용을 개론 형식으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없을 거로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다. 약대에서 잠깐씩 들었던 때가 벌써 4~5년 전이니, 확실히 그 사이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느껴진다(어떨 때는 어이가 없다).




이후 랩에 들려서 GRAD 214를 Zoom으로 들었다. 금요일에 Discussion이 있어서 거기서 언급하겠지만 요즘 화두가 되는 연구에서의 Reproducibility crisis에 대한 것이었다. 점심으로는 겸임교수로 계신 한국 박사님이 김치볶음밥!을 사주셨다. 그리고 진로에 관해서도 여러 조언을 주셨는데, 약대 선배님이고 합성을 하신 분이라 내 고민을 잘 알고 계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 바로 computation subgroup meeting에 들어갔다. 현재 연구실이 Computation, Biology, Chemistry subgroup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 주제를 정해서 그에 밀접하게 해당하는 사람과 좀 더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만 모여서(subgroup) 현재 연구 상황을 공유하고 관련된 동향을 얘기하는 미팅을 한다. 역시나 내용 따라가기에 급급했는데,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할 기회가 많은 건 굉장히 좋았다.



이후에 내 로테이션 연구 주제와 관련된 Biocatalyst subgroup meeting을 연달아 들어갔고, 사수의 발표를 재밌게 들었다. 두 미팅이 끝나니 벌써 4시였고, 앞으로 computation 위해 교내 Cluster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본적인 macOS terminal (command line) 사용법을 공부했다. 퇴근하고는 운동을 가고 공부를 좀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앞으로는 집에 오자마자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서 루틴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특히 꾸준히 해야 하는 것들. 이게 컨디션에 따라 그냥 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서 좀 정해두면 최소한 이건 하고 잠에 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Tuesday, October 8

오늘도 Chembio – Antibody engineering 수업. 이번에는 기초적인 개념보다는 활용 위주(특히 Recombinant antibodies)로 많이 다뤄주셨다. 아주 점잖으시고 웃음이 많은 교수님이라 그랬나? 기분 좋게 잘 들었다. 이후 바로 QBC Journal Club을 들었는데, 이번에 발표하는 학생은 2년 차 CCB 소속으로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교수님 방에 있어서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확실히 이 방은 undruggable한 target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내 현재 생각은 탐구할 가치가 무궁무진한(그리고 연구비를 딸 수 있을 정도로 유망하고 돈이 될 만한 ㅎㅎ) 단백질을 잘 선정해서 그에 대해 약을 개발하기 위한 온갖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computation 포함)을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싶은 것 같다. 물론 너무 어려운 것을 선정하면 졸업을 제때 못하고 매우 힘들 수 있다는 조언을 듣긴 했는데, 지금은 일단 다른 사람이 잘 못 해본 쉽지 않은 표적을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하다.




두 번째 학생분은 PSPG 소속으로 DNA가 어떻게 접히는지 관련된 논문을 소개해 주셨는데, 참 약대에서 배운 일반생물학 정도는 정말 정말 단순한 정도였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근데 건방지게 생각해 보면 저런 걸 몰라도 지금까지 약이 잘만 나왔지 않은가? 근원의 근원을 알기는 굉장히 어렵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으나, 생각보다 나는 생물학적 현상 자체를 바닥까지 파고드는 것을 썩 관심 있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실용적인, 확실한 기댓값이 존재해야 그걸 공부하는 맛이 난달까. 예를 들어 약을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가 된다든지. 별로 순수하지 않은 것 같기도?🤨


오늘도 실험을 잘 마치고, 집에 와서는 가계부를 썼다. 근데 한국에서 가져온 토스뱅크 체크카드와 여기서 만든 chase 체크카드로 왔다 갔다 써서 따로 일일이 정리하는 게 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토스로 정기 결제하는 것들을 전부 변경했다. Apple app store (ChatGPT, iCloud), Uber, Amazon 등등.. Chase는 결재내역을 위처럼 바로바로 categorize 시켜주기 때문에 사실상 내가 따로 수기로 일일이 적어 분류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굉장히 좋은 것 같다. 11월 초부터 10월을 돌아보며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돈이 좀 많이 남았으면 좋겠네. 공부를 좀 하다가, 8시쯤부터 한국에서 친구가 결혼해서 줌으로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봤다(다시 한번 축하해!). 지금까지는 미국에 있는 게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확실히 친구들도 보고 하니까 좀 그립긴 하다. 어서 내년에 와서 한국에서 가족들, 친구들 얼굴 봤으면 좋겠다 ㅎㅎ



Wednesday, October 9

오전 Chembio 수업으로 동기들의 발표(Molecular glues that can induce extracellular protein degradation)를 듣고 바로 연구실의 annual retreat을 갔다. 이번 노벨화학상 공로 중 50%가 David Baker에게 돌아갔는데, Steve Mayo와 Bill DeGrado(현 연구실 지도교수님)를 수상 후 인터뷰에서 언급할 정도로 함께 셋이 정보 교류도 많이 하고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조금 속상하지시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런 낌새는 없어보이긴 했다. 사실 저렇게 받고나면 당분간은 비슷한 주제로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나이가 있으셔서 사실상 좌절된것일 수 있는데 기분은 좋아보이셨다!




Retreat은 내가 아는 널널한 것과는 다르게? 랩미팅의 확장판 느낌으로 현재 연구실에 있는 모두가 참석하여 발표한다. (26명이었다… ㅎㄷㄷ) 3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서 2장은 본인의 현재 연구와 향후 진행 계획, 1장은 자신의 Personal, Career 목표를 포부 있게 제시한다. 굉장히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인원이 많다 보니 저녁까지 솔직히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연구실의 방향을 느껴볼 수 있고 개개인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되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좋은 것 같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크게 부담이 되지도 않고, 자신을 점검하는 차원에서도, PI 입장에서도 좋은 practice라고 생각한다. 오전 시간 중 1~2시간 정도 혹은 저녁 뒤풀이에서는 졸업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네트워킹에도 좋은 느낌이다. 중간에 교수님이 말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Failure is inevitable, but it’s crucial to always analyze the reasons behind it.”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발표가 끝나고 저녁 먹기 전 디스커션 시간이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이 또한 굉장히 좋았던 게 연구실의 grant 상황, 예산이 얼마 정도 있고 어떤 장비를 살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며, 현재 하고 있는 practice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논의, 저널 클럽의 운영 방식 개선안 등 여러 얘기를 나눴다. 또 google docs로 큰 화면을 보며 모두가 Lab jobs를 차례로 살펴보며 그때그때 최신화도 했는데 이 또한 좋게 느껴졌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모두에게 공유한다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Slack과 Google drive, Box 등의 Platform 등으로 멤버간 정보의 격차가 없도록 노력한다. 굉장히 좋다. 특히 여기는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가진 포닥들이 많이 오는데, 그 포닥들이 본인의 전공을 살려 몇몇 강의를 만들어 공유해준다. 나는 바이오 쪽 실험 관련 지식이 부족했기에 아주 유용하게 잘 들을 수 있는 Bootcamp가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연구까지 electronic labnote를 사용하면 금상첨화일 텐데 ㅋㅋ 서로 다른 연구실을 경험할 때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꾸리고 싶은 연구실의 모습이 조금씩 구체화된다고 느낀다. 요걸 나중에 잘 정리해서 간직하고 있어야지.




발표가 모두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신기하게 3월에 선배들이 데려가 줬었던 장소에 똑같이 갔다. 그때 팟타이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똑같이 시켰고, 맛있게 먹고 또 열심히 사회생활을 했다 🙂 참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내가 원체 다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막 불특정 다수에게 질문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피곤하게 느껴진다. 뭐 영어로 해야 하는 것도 분명 한몫할 거다. 집에 와서는 진짜 기절해 버렸다. 영어를 하루 종일 듣는 날은 내 정신이 감당을 못하는 것 같다.



Thursday, October 10

목요일은 참 수업이 많은 날이다. GRAD 202, Chem 221, Chem 225까지… 7시에 끝나니 녹초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GRAD 202는 소개를 한 적이 없어서 아래에 강의 설명을 붙여 넣도록 하겠다. Racism이 나와서 말인데, 미국에서 동양인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다행히 나는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인 것도 있을 것이지만, 대학원에 와서 그런지 차별적인 언행이나 행동을 거의 경험해 본 적은 없다!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Graduate 202: Race and Racism in Science

Fall, first years
3 units
Aimee Medeiros

This introductory course provides the historical background of systemic racism in scientific research. It explores the relationship between notions of race and science and how scientific research has been informed by and perpetuates anti-Black racism. This course also examines the impact of bias and a lack of diversity in science and ways in which to address these deficiencies. Students will learn the principles of social justice-oriented scientific research and its potential.




수업 중간마다 실험실을 가서 열심히 생물 실험을 배웠다. 한국에서도 처음 실험을 배울 때 초반이 쉽지 않았는데(모든 일이 똑같았던 것 같긴하다), 여기도 도제식으로 배우는 건 같은데 이제 영어로 듣고 말해야 하니 참으로 쉽지가 않다. 이번 Chem 221은 Gabriel Rocklin, Ph.D. (Northwestern University)가 High-throughput discovery of protein stability and dynamics를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다. 역시 새로운 내용을 들으면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느끼는데, 이제는 활활 타오르듯이 탐구하고 싶다기보다는 빨리 어떤 분야에 정착해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금은 너무 다 모자란다고만 느껴지고 좀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다.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그런 게 있구나 라고 들으려 한다. Chem 225의 경우에는 사실 이제 조금 듣기 연습이 되어버린 게(다만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는 건 즐겁다. 이번엔 초밥이었다 :3), BP/CCB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게 비슷해서 질문이 매번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답변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다르니 몇몇 다른 대답이 나오긴하나 “네가 진심으로 가슴 뛰는 것을 찾아라.” 라는 큰 맥락은 누구나 강조하시는 것 같다. 7시에 수업이 끝나고 코스트코를 잠깐 들리고 (친구가 차를 뽑아서 아주 편하다🙂 땡큐) 어제와 비슷하게 집에 와서는 금방 있다가 또 기절해 버렸다…



Friday, October 11

아침 일찍 연구실에 갔다가 Chem 223을 듣고(필기가 그닥 없는 거 보니 takeaway를 잘 찾지 못한 것 같다…ㅋㅋ 정말 집중하긴 했다), 점심을 먹은 후 GRAD 214 Discussion session에 참여했다. 이번 주제는 reproducibility crisis로, 연구하는 데 있어서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느꼈다. 실험하다 보면 재현이 안 되는 경우를 종종 부딪치는데, 이 경우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하는 등의 misconduct를 행할 위험이 있다. 내 생각은 정말 사소한 하나까지도 명명백백하게 보고해야 하는 그런 universal 한 protocol을 만국 공통으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빡빡하게 규정을 만들면 전체적인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뭐 그것에 극구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현재 이러한 문제들로 철회되는 논문들도 꽤 많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보다는 더 엄격하고 systemic 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안 그런 직업이 없다지만, 연구자는 적어도 연구에서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하며 정직해야 한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이후에는 연구실로 돌아가 또 실험을 열심히 하고(연구 내용을 여기 적을 수 없으니 이제 갈수록 글이 짧아지는 느낌이다) 저녁엔 UCSF 한인 박사과정 모임에 갔다. Berkeley Joint program을 합치면 이번에 나를 포함하여 4명이 들어와서 원래는 3명밖에 없었는데 7명으로 늘었다! medical anthropology라는 멋있는 전공을 하고 계신 분의 얘기도 듣고, 오랜만에 굉장히 늦게까지 여럿이서 시간을 보냈다. 각자 생각하는 쿨한 과학 얘기를 꺼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예전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 봤었던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한 치킨시키기를 꺼냈고 나름대로 반응이 좋았다 ㅋㅋ 거의 10년째 우려먹는 이야기이다. 재밌으니 한 번 보는 걸 추천한다.



Saturday, October 12

굉장히 늦잠을 자고 운동을 다녀온 후 오늘은 종일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특히 연구실에서 이제 새로운 실험을 하다 보니 복습하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열심히 했다. 또 Alan Fersht의 Structure and Mechanism in Protein Science – A guide to Enzyme Catalysis and Protein Folding Protein design의 chapter 1은 꼭 읽어보라고 책까지 포닥이 빌려줘서 요것도 읽었다. 오랜만에 도서관 와서 공부하니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난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걸 공부하고 정리할 때 기쁨을 느끼는 듯! 생각보다 단순한 사람인가?라고 스스로 느낀 하루였다.



과제도 슬슬 생기고 이제 생물 실험을 시작하니 아무래도 따로 정리할 것이 많아서 시간이 모자란 것 같다. 어딜 가더라도 새로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 마음 너무 조급하게 갖지 않고 차근차근 꼼꼼하게 익혀보려 한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