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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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08


오늘도 블로그를 열심히 썼다. 뭐 누가 보면 책이라도 내려는지 알겠지만(혹시 모른다? 나중에 미국 박사 유학 기록기 해서 낼 수도 하하), 그냥 내 성격상 나름의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올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검토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빨리 루틴한 생활이 찾아와서 글 쓰는 시간이 조금은 줄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운동을 쉬고 밀린 집안일과 밀프렙을 했다. 파스타 6인분을 한꺼번에 만들었는데 확실히 주방이 좀 작아서 불편하긴 하다. 냉동야채 벌크를 샀는데 생각보다 소분이 조금 곤란하여 이렇게 다량으로 조리를 같이하려고 했는데, 기대보다는 맛이 좀 별로고 ㅎㅎ 파스타도 좀 불어 터지는 경향이 있어서 앞으로는 면과 소스를 따로 분리하든지, 소스만 만들고 면은 그때그때 원팬으로 삶아서 먹는 것으로 해야겠다.




드디어 머리를 잘랐다. 정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진 죄송하다. 심각성을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린다. 위 사진은 집에 미닫이만 있고 여닫이문이 없어서, 3면 거울을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거치한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차례로 1. 전 – 2. 전체 머리 3inch로 민 후 – 3. 옆 머리, 뒷머리 다듬고 앞머리까지 가위로 다듬음(망함) 이다. 이게 분명 내가 잘랐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하니 감이 아예 안 잡힌다. 도대체 뒷머리를 상고로 치는 걸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ㅋㅋ 내 생각에는 그냥 뚜껑 머리로 괴이하게 다녔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여튼 저 괴상한 결과물을 얻기까지 장장 3시간이 걸렸다. 최악의 패착은 마지막 앞머리가 아무리 봐도 이상해 가위로 다듬어보려다 손가락이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순식간에 머리가 뭉텅이로 잘려 나간 것인데 말 그대로 갑자기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일반 가위로 대담한 시도를 하려 했던 과오를 뉘우치고 아마존에서 바로 숱가위를 시켰다. 일단 당분간 모자에게 많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는 전 주차 수요일 내용에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 웃음은 넣어 두시고 한 번 보고 오시길 바란다. 어쩔 수 없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낭자하게 퍼져서 그 김에 청소를 싹 깨끗하게 하고 지쳐서 잠에 들었다.
Monday, September 09
오늘은 아침부터 정리를 하고 빨래도 하고 블로그 열심히 쓰다가 동기랑 농구하러 갔다. 그 전에 동기가 차가 있어서 기회를 살려 아마존 반품을 싹 진행했다. 다만 문제는 큰맘 먹고 산 75L 쓰레기통인데, 너무 커서 이건 마트에 가서 반품하는 게 아니라 UPS에 반품을 직접 해야 했다. 또 기존의 아마존 반품과 달리 이 물품은 내가 상자를 찾아서 포장까지 직접 해야 했어(이게 아니면 UPS에서 상자를 구매해야 한다) 계속 반품을 미루고 있었다. 그냥 써도 되지 않나 계속 생각해 봤지만 내가 밀프렙 때마다 달걀 껍데기, 정육 찌꺼기 등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75L라 그때그때 버리지 않고 좀 쌓아두게 되어서 벌레가 생길 위험이 있을 것 같아 결국 보내주기로 했다.
끙차 무거운 쓰레기통을 가지고 UPS에 갔더니 웬걸 상자가 40불이라는거다 하하.. 환불이 100% 된다고 해도 50%는 박스값으로 나가게 생긴 상황이라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따뜻하신 직원분께서 한 사이즈 작은 상자로 대신 결제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물론 이것도 22.65불로 내 상식에 어긋나는 상자 가격이지만 (그냥 한국 가면 마트에 널린 박스다) 또 이걸 다른 곳에서 상자를 구해서 포장하고 들고 여기까지 오려고 생각하니 아득해져서 그냥 결제해 버렸다. 마트에 가면 얻을 수 있다는 정보도 있었지만 내 근처 마트에 전화해 봤을 때 이렇게 큰 박스는 무료로 나눠주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trash bin은 정착 초창기에 그냥 평 좋고 뭐 쓰기 좋다고 해서 확 질렀는데, 역시 좀 더 조사가 필요했나 보다. 아무거나 막 사면 (특히 큰 것)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레슨이었다. 지금은 훨씬 작은 거(5L)로 바꾸고 잘 쓰고 있다.


사진은 찍지 않아서 아쉽지만 오랜만에 교내 gym 4층에 있는 체육관에서 농구를 재밌게 했다. 친구가 아주 슛을 잘하더라. 중 고등학교 때 나름 열심히 했는데, 역시 그때만큼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1:1도 21점 내기로 해보고, 한 시간 반 정도 재밌게 털고 나왔다. 그리고 반품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저녁을 사주려고 하는데 농구 같이 하자고 초대한건 본인이라면서 더치했다.. 참 착한 친구다. 저녁은 저번에 말한 학교 근처 푸드트럭이 모여있는 곳에서 피자를 먹었다. 푸드 트럭만 열댓 가지가 넘는 것 같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8월에 온 이후로 제대로 된 피자는 먹어본 것 같지 않아서 도전했다. 뭐 내가 그리 감성적이지 않은 타입이라 그런가 맛있긴한데 와 너무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학교 근처는 완전 시내보다는 저렴하고 무엇보다 푸드트럭이라 팁을 내지 않아도 되어서 가끔 사 먹어도 부담 없을 정도라 자주 올 것 같다. 가깝기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찍은 하늘 사진에는 저렇게 안개가 거대하게 태양 밑쪽을 뒤덮고 있었다. 신기하면서도 뭔가 예뻤다. 한국에서는 남설악 근처에 갔을 때 본 것 같은데.
집 와서는 블로그 2주 차 내용 마무리하고 올린 후, 이것저것 알아보다 유튜브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기존 14,900원 되는 프리미엄을 해지하고 7.99불로 갈아탔다. 차액이 그리 크지 않지만 이렇게 조금씩 아끼다 보면 분명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10월에 한국에 있는 친구가 2박 3일 정도 놀러 온대서 매트리스, 베개 이불 세트를 알아봤다. 뭘 사야 하고 어떻게 둬야 할지 고민이다. 내일은 개강 날인데, 수업 전에 새벽 운동을 가볼 거라 후딱 잠에 들었다.
Tuesday, September 10
개강!
저녁에 아무래도 사람이 좀 많아서 오늘은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러 갔다. 아니 근데… 저녁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한국에서의 경험을 생각하고 갔는데 사람이 꽤 있었다. 출근 전에 운동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언제 갈지는 또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난다면 저녁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업 시작 전에 독감백신을 맞으러 갔다. 약대에서 백신을 맞는 건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공동체를 위함(집단 면역)에서도 있다는 것을 배운 뒤로는 매년 빠짐없이 맞으려고 한다. 또 무료니까 안 맞을 이유가 없다. 뭐 waive 하는 것도 있는데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그것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열 가지가 넘는 경고가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당신이 맞지 않음으로써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면역 저하자나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인지합니다. 라는 등이다. 뭐 그렇다고 강제로 맞아야 한다? 라고 말하기는 또 어렵다. 낮은 확률이지만 부작용이 분명 발생할 수도 있으며, 특히 그게 심각한 경우도 있다. 맞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들. 우리 코로나 한참 유행했을 때 생각해 보자. 흔치 않지만, 심각한 심근염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맞는 것이 집단은 물론 확률적으로 개인에게도 건강학적으로 이로움을 준다는 게 과학계에서 합의가 되어서 권고사항으로 계속 맞혔던 것이지 않은가. 누가 100% 옳고 그르다고 딱 자를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백신을 맞고 집에 가서 바로 씻고 밥을 먹고 후다닥 수업을 들으러 갔다. 아, 앞으로 각 수업의 첫 시간에는 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하려고 한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Chemical Biology 분야로 미국 박사 유학을 가면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가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남기려고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유학을 준비할 때 이런 것을 자세하게 정리해 두거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없었기에, 이렇게 남긴다면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나중에 한국에 어떤 곳으로 돌아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을 할 수 있는 직책을 맡게 된다면 여기서 배웠던 것 중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꼭 한국에도 반영하고 싶은 포부도 있다.
CHEM 243: Chemical Biology
Fall
5 units
Charles S. Craik
This survey course is team-taught and designed to illustrate the use of chemical approaches to investigate biological processes at the biochemical, cellular, and organismal levels.
[ Class Schedule ]

위와 같이 Chemical Biology의 각종 주제와 가장 적합한 CCB 소속 교수님들이 직접 오셔서 강의를 해주시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아래에 소개할 Journal Club, Proposal Writing, Chalk Talks 등을 한다.

Due도 미리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Proposal을 쓰는 연습을 하는 데 있어 단계별로 기한을 알려주니 계획하기 편하다.

이놈의 JC가 또 나왔다. 저번과는 달리 시간이 훨씬 많이 주어지며 (이론상 1시간 30분을 전부 써도 무방하다), 동기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표를 이어 나가고, 거기에 토론할 수 있는 주제까지 준비해야 한다. 교수님도 오신다. 주제는 본인이 우선순위를 매겨 1~4위까지 Google Forms로 선택했다. 근데 TA(Teaching Assistant)들이 첫 항생제 관련 논문은 유기합성과 관련된 것이고, 첫 순서는 비교 대상이 없으니 부담이 없다고 이메일에 자원자를 받는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 덜 바쁠 때 그냥 끝내버리자 하고, 마찬가지로 전에 합성을 한 친구와 함께 1순위로 적어 냈다. 근데 어이없는 사실은 전혀 합성 논문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TA 세 명 중 누구도 유기합성 실험을 깊게 해본 사람이 없었다. 말 그대로 낚인 것이다. 이것은 AI, Chemoinformatics를 Drug Discovery에 활용한 논문인데 단지 그 대상이 항생제였고, 마침 항생제 수업을 맡은 두 분이 CCB에서 가장 합성을 intesive하게 하시는 분이라 이렇게 공지를 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둘이 열심히 준비 중이다. 뭐 빨리 끝내면 후련하긴 할 테니 위안을 삼는다.

Journal Club은 해봤으니 그랬다 치자. 근데 이건 무엇인가.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서 연구비를 받을 목적으로 연구 제안서를 써봐라.”이다. 연구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내가 하는 연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도 매우 매우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그 가치를 어떻게 비전문가(뭐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은 있겠지만)의 시선에 맞춰서 매력 있게 잘 어필할 것인가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연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며,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국가건 기관이건 개인이건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떠한 가치, 매력에 이끌려 그 재화를 쏟아붓게 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하고자 하는 연구를 최대한 돈을 잘 빨아들일 수 있는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감쌀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적어도 연구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세상에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가 있을까. 하지만 과학적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려면 단연코 연구비 제안서를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쓰인 제안서를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마치 투자할 돈이 있는것마냥 안절부절못하며 아, 이거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그만큼 장밋빛 미래만 그득하게 담겨있는 경우도 꽤 있긴하다). 뭐 달필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기회를 통해 맛있는 글의 전개 과정과 뼈대를 구축하는 방법을 잘 배웠으면 한다. workshop #3을 보면 Elevator pitches가 있는데, 대략적인 유래는 엘리베이터가 이동할 잠깐의 시간 동안 나를 소개하거나 나의 연구를 아주 간단하면서도 임팩트있게 소개하는 것이다! 벌써 걱정이 된다 ㅎㅎ 내가 발표를 못 한다고 생각한 적은 딱히 없지만, 영어는 쉽지가 않다. 또 Chalk Talk를 해봐서 느낀 건데 기본적으로 protected time에 나름의 개요를 전부 쏟아내야 이후가 편해지는 감이 있어서 말이 좀 빨라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건 전에 해봤던 것인데, 위에서 쓴 제안서를 바탕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제 교수님도 계시고 뭐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발표하는 것이라고 하니 부담이 좀 된다. 월-수 1시간 30분씩 수업이라 그런지 할 게 참 많은 것 같다. 첫 수업은 간단한 OT로 금방 끝이 났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업 시작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번에 말했던 direct deposit을 설정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인데, 갑자기 무슨 대출이냐면 아직 ITIN을 못 받아서 결국 학교 측에서는 Stipend를 제공해 줄 수 없고, 대신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착비(Relocation allowance) 2,000$를 즉시 지급하고, 10월 1일에 생활비 3,933$를 추가로 제공해 준다고 한다. 문제는 12월 1일 전까지 이를 전액 상환해야 이자가 없는데, 그때도 ITIN 발급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임시로 내 돈을 끌어다가 갚아야 하는 꼴이긴 하다. 다행히 지금은 미국에서 세금을 관리하고 징수하는 시즌은 아니라 늦어도 11월 안에는 발급이 잘될 것 같다(제발). 이후 또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갔다.
Graduate 214: Ethics and the 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Fall/Winter first year, six sessions 1 unit
Faculty
Sessions cover data management, animals in research, human subjects in research, rules and etiquette of publications, procedures and rules of grants, corporate-academic interactions.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연구자로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폭 넓게 다룬다. 연구와 직접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는 것이 좋게 느껴진다.

사실 첫 번째 수업은 이미 OT때 들었다. 집중을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은데, 여긴 멘토의 책임을 내 생각보다도 훨씬 강조한다. 특히 학생을 지도하는 것을 연구만큼이나 교수에게 중요하게 요구한다.

이렇게 달마다 기획된 강의에 덧붙여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토론하는 시간이 있다. 이 외에도 수업이나 토론에 빠졌을 때 어떻게 보충하는지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강의계획서에 포함되어 있다. 사실 강의 자료, 토론 보충 자료도 아주 많은데 이걸 다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나의 전공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소개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다만 대학원 과정에서 등한시되기 쉬운 것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꼭 필요하다는 인식은 머릿속에 박고 가도록 하자.
오늘은 Session 1 Discussion 시간이다. 주제가 scientific 한 게 아니다 보니 진짜 단어를 더 모르겠고, 수업이 문제 상황에 대한 슬라이드를 빠르게 읽고, 그 상황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토론 형식이었다. 슬라이드를 따라가며 읽기에도 급급했고 진짜 리스닝 연습 엄청나게 했다. 문제는 조용히 있으려고 한 시간 넘게 말을 안 했는데, 마지막 순서로 지원자를 받아서 교수, 학생 롤플레잉 하는 세션에 마지못해 나가게 되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동기 중에 장난치기 좋아하는 재밌는 친구가 내 이름을 크게 연거푸 외친 것이다. 근데 아뿔싸 교수님과 눈이 맞아버렸고 불려 나갔다. 교수님의 그 미소를 이길 수가 없었다. 상황은 박사과정 학생이 열심히는 하는데 잘 못 따라오고 성과도 잘 못 내는데 회사 연계 fellowship에 지원할 것을 목표로 연구 아이디어를 낸 상황이고 교수는 다른 프로젝트를 권하려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교수 역할 다른 친구가 학생 역할인데 이걸 나가서 즉석에서 하려니 진짜 땀 뻘뻘이었다. ㅋㅋㅋㅋㅋ 하 거기다가 CCB 말고 Biophysics 학생들도 함께하는 수업이라 나를 처음 본 친구들이 많았을 텐데 얼굴이 불타는 줄 알았다.
집에 또 와서 뭐 잡다한 행정 처리를 마무리하고 좀 쉬다가 워드프레스 보안 관련하여 몇 가지 설치하고 공부 좀 했다. 이 단출하기 그지없는 웹사이트 만들고 운영하는 것도 폼이 꽤 드는데, 정말 복잡한 기능이 있는 사이트를 차질 없게 구축하고 관리하시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다.

여섯 시쯤 기숙사에서 미국 대선 토론을 동기들과 같이 봤다(뭐 이런 거 올리면 블로그에 지장이 생기고 그러진 않겠지?). 사실 뭐 잘 못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랬지만 될 수 있으면 어디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다행히 얘들이 잘 이끌어주기도 했다. 솔직히 미국 정치 관련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다 하하… 다만 CA는 Democrats가 굉장히 우세하고, 토론에 들어갈 때부터 다들 특정 정치색을 띠고 바라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신기하다 우리나라도 꽤 지역마다 정치색이 뚜렷한데, 난 이 근원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난 그냥 그 사람의 인성과는 상관없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지킬 것을 잘 지키며 현재 나에게, 국가 전체에게 단기적, 장기적 종합하여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줄 사람이 누군가를 고민하고 그때그때 투표를 했던 것 같다. 참 어려운 문제다.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하고 백신을 맞아서인지 노곤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 아 이날 주식 매매하는 걸 또 까먹었다. 난 여전히 한국 증권 계좌로 미장을 하고 있어서, 한국에서는 평소 저녁에 주문을 걸었었는데 시간대가 달라 자꾸 헷갈린다. LOC 매수/매도 주문을 걸어야 하는 게 있어서, 프리장 혹은 본 장에는 주문을 넣어야 한다. 앞으로 까먹지 않게 아침 루틴에 넣어야겠다. 나중에 주식 관련해서도 위험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내가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내 투자관, 매매법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해보겠다.
Wednesday, September 11
오늘도 어제 오전과 같은 ChemBio 수업을 들으러 갔다. 내가 가장 먼저 로테이션 관련해서 찾아뵌 교수님이 항생제에 관해서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설명을 해 주셨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확실히 여기는 ‘신약 개발’에 주안점이 꽤 맞춰져 있는 커리큘럼이라 아주 흥미롭게 잘 들었다. 다행히 약대에서 열심히 공부한 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다.
제약회사는 어떤 약을 개발하려고 할까? ‘회사’라는 것에서 명백히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따라서 돈이 되는 약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항생제는 여러모로 꽝이다.
- 현재 시판되는 항생제 종류는 수없이 많으며, 꽤 효과적으로 대부분의 균에 대해 대처할 수 있다.
- 그래서 항생제 내성균들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연구 주제인데, 이 말은 곧 약을 힘들게 잘 개발해도 그 약이 선제적으로 다른 항생제에 비해 처방이 될 확률은 전무하다. 최후의 보루로서 남겨두어야 하니까. 그래서 병원에서 만일을 대비하여 일정량을 구매해 놓고, 더 이상 약을 매입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 실제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신약을 개발한 한 회사는 승인까지 잘 받고 판매도 했으나, 곧 제조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이 판매 수익을 넘어서게 되어 그 약의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약물은 죽기 직전까지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나 항생제는 복약 기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즉, 계속 약을 판매할 수 없어 돈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항생제 연구의 본질적 한계(돈X)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법 조항을 최근에 신설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연구비 지원에서 그쳤으나, 이제는 신약 개발 후 향후 몇 년간 국가가 의무적으로 적정량을 매입하도록 하여 제약회사가 Return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연구에 뛰어들게 만든 것이다. 이런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수업 이후 바로 교수님이랑 로테이션을 진짜 하는 걸로 확정을 짓고, 가능한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했다. 저번에 얘기한 것에서 하나가 추가됐는데 근 시일 내에 in vivo data까지 가설에 부합하게 나오면 정말 멋있는 연구 주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친구랑 코스트코를 다녀왔다. 막상 또 오니까 이것도 저것도 미리미리 사자는 마음에 너무 많이 담아버려서 정말 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 아몬드밀크를 대량으로 사서 다 합쳐 족히 20kg은 넘었을 것 같은데, 이케아에서 산 그 짱짱한 가방 밑바닥이 뜯어질 정도였다(첫 개시였는데…). 집 와서 녹초가 되어서 조금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운동하러 갔다. 옥상에 간단한 케이블, 덤벨, 몸을 푸는 장소가 있는데 해 질 녘에 오니 아주 예쁘다. 돌아와서는 논문을 좀 읽었다. 말했듯이 다음 주 화요일에 또 바로 JC presentaion이 있어서 열심히 준비했다. 네이버페이 멤버십 정기 결제도 해지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혜택이 좋아서 무조건 썼을 텐데….
Thursday, September 12
오늘은 수업이 없다 만만세😄. 발표 논문을 마저 읽고, 같이 발표하는 친구와 만나서 어떻게 발표하면 좋을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것저것 의논한 후 운동을 갔다. 이후 발표 개요를 열심히 짰다. 생각해 보니 열심히 읽은 논문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개된 것이 아니면 직접 원본 파일을 올리는 것은 그렇고, 무단으로 공유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언급이 있는 연락에 한해 필기가 되어있는 pdf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Friday, September 13
오늘도 수업이 없다. 발표 준비도 하고 몇 가지 행정일도 했다. 오늘은 저녁에 동기들끼리 클럽을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저번처럼 기숙사 공터에서 술을 좀 먹고 간다고 한다. 이걸 pregame이라고 하는데, 친구 말로 유래는 미식축구의 경우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입장을 하는데, 그 전에 맥주도 마시고 뭐 좀 흥을 미리 올려둔다고 한다. 즉 본 게임 전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다들 제정신으로 클럽 가는 걸 선호하진 않는 건가.



내가 코스트코 멤버십이 있어서, 차가 있는 친구를 포함해 다섯이 미리 술, 먹을거리를 샀다. 술에 관련된 신기한 단어들을 참 많이 배운다 ㅋㅋㅋ. 저 가운데 사진은 Rage Cage라는 술 게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글로 설명하기에는 참 직관적이지 않은 게임이라 동영상을 첨부한다. 무시무시한 컵들은 보기보다 귀엽다. 거의 1/10 정도만 술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단, 가장 가운데에 있는(마지막에 마시게 될) 컵에는 보드카를 포함해 술을 가득 담아두었다. 보통은 1/3정도 담고, 가운데에만 가득 맥주를 담는다고 하는데 얘들이 극단적인 쪽으로 변형을 가한 듯하다. 동영상을 찍지 못해 아쉬운데, 생각보다 재밌다. 대학 갓 입학했을 때 이 게임이 있었다면 MT에서 많이도 했을 것 같다. 원래도 술이 약했는데 요즘 거의 마시질 않아서인지 더 약해진 것 같다. 다행히 운이 좋아 나는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 놀다가 정리하고, 클럽으로 향했다. 동기 중 두 명은 본인의 애인(여기서는 성별을 함부로 특정하지 않기에 Significant Other; S/O라고 한다)과 함께 갔는데, 알고 보니 한 명은 이미 결혼했고(22인데? 하하) 한 명은 약혼했다고 한다. 두 커플 모두 잘 어울려서 모두 다 축하해줬다. 클럽은 역시 썩 나랑 잘 맞지는 않았다. 일단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는 그래도 단체로 가서 별도의 공간에 대부분 머물러서 그나마 나았긴 한데 그럼에도 진이 좀 빠진다. 하지만 미국 노래도 많이 배우고, 재밌게 놀긴 했다.
대충 어떤 컨셉의 클럽이냐면, 70년대 음악부터 시작해 1시간마다 10년씩 넘겨서 노래를 틀어주는 식이다(i.e. 70s ⇨ 80s… 쭉). 그래서 최근 곡 중에서는 내가 아는 곡도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이런 컨셉으로 하면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 빅뱅 노래부터 점차 최신곡까지 나오면 내 또래에 안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다만 내 성격상 역시 이런 환경은 적잖이 피곤한 것 같다. 앞으로 또 가고 싶지는 않다.




너무 늦지 않게 나왔는데 한 친구가 맛있는 피자집을 안다고 해서 갔다. 웃긴 게 이 피자집은 내가 저번에 Sotto mare로 착각한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집이었다. 그때도 줄을 엄청나게 서 있길래 꼭 먹어봐야겠다고 했는데, 와 진짜 맛있다. 왜 줄을 이렇게 많이 서 있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Slice만 먹어도 막 모자란 느낌은 들지 않는데 바삭 촉촉하고 토핑의 맛도 과하지 않으며 그리 느끼하지도 않다. 여긴 기회가 되면 자주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 주소는 여기다(Golden Boy Pizza – 542 Green St, San Francisco, CA 94133).
Saturday, September 14
요즘은 블로그를 쓰니까, 하루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라도 적어두는 편인데 이날은 열심히 논문 준비하고 운동 다녀온 것밖에 없다. 사진 한 장도 없다 하하. 이게 동기들 전체를 이끌며 토론을 시켜야 하는 발표라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되어서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러닝을 웨이트 이후에 조금이나마 시작했는데 참 좋은 것 같다. 미국에 오기 바로 직전 기부 마라톤(이름은 거창하지만 8.15km밖에 뛰지 않았다)을 뛰고 심폐지구력이 많이 약해진 걸 느껴서 와서 이것저것 알아보며 러닝화도 마련했는데, 역시 장비빨이 있다. 밥도 더 잘 들어가는 것 같고, 몸이 좀 커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다음 주 발표가 끝나고 아마 다다음주부터 로테이션을 시작할 것 같은데, 일단 목표는 블로그를 본격적인 일정 시작 전까지 전부 따라잡는 것이다. 부디 가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