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Rotation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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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2






해변(Pacifica State Beach – 5000 CA-1, Pacifica, CA 94044)으로 놀러 가는 날. 아침에 운동한 후 바로 San Bruno로 향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 근처에 살고 차가 있어서, 내가 Caltrain이라는 기차를 타고 San Bruno 역으로 간 후 같이 차를 타고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Caltrain은 저번 여행에서도 타봤는데, 그리 빠르진 않지만 좌석 간격도 넉넉하고 쾌적하다. 날씨가 좋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됐는데, 친구가 생각보다 안개가 자욱할 수 있다고(이 친구는 캘리포니아 토박이다)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ㅋㅋ 진짜 신기하게도 그 맑았던 하늘이 목적지 근처로 가니까 맨 아래 영상처럼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는 게 아닌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가 들면서 괜찮아질 수 있어서 너의 첫 번째 SF 해변에서 경험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고 말해줬다.






주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어찌저찌 갓길에 자리를 찾아 주차했다. 저렇게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부분은 보행자 안전을 도모하거나 응급 차량의 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주차 금지 구역으로, 이 구역에서는 차량을 주차할 수 없고 짧은 정차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천천히 해변으로 걸어오니 서핑, 선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까 말했듯이 안개가 자욱한 이곳은 샌프란보다 꽤 추워서, 다들 슈트를 입고 즐기고 있었다(물이 얼음장). 내 생각으로는 양양보다 ‘실제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더 많은 것 같다 ㅋㅋ. 미리 도착한 친구들이 타코벨에 있다고 해서 바로 그리로 갔다. 친구 말로는 미국에 술을 같이 파는 타코벨이 두 군데밖에 없는데, 이곳이 그 중 하나라 관광객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실제로 여권을 보여주고 술을 사 가는 사람을 왕왕 볼 수 있었다. 외관도 이쁘고, 정신이 좀 없긴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사진처럼 기념품도 판다 ㅋㅋ



로테이션 관련해서 얘기도 하고 잡담하다, 한 친구가 합류하고 본격적으로 해변으로 향했다. 친구들이 타월을 잘 챙겨줘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자빠져서 선탠도 하고(다들 웃통을 벗어버리는데 나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한가보다), 비치발리볼도 하고, 멋스러운 강아지 인생샷도 찍어주고, 바다에 발도 담가보고, 과일 도시락도 노나먹고, 카드게임도 하고. 정말 평온하게 시간을 잘 보냈다. 처음에는 안개가 자욱해서 화창한 맑은 하늘을 기대했던 난 조금 실망했지만, 친구 말대로 시간이 지나자 마지막 영상처럼 안개가 걷히며 맑은 하늘이 오는 게 아닌가? 날도 더 따뜻해지고 정말 좋았다. 샌프란 중심부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좋다. 근데 문제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구글맵으로 자차는 20분, 대중교통을 이용한 루트는 2시간이 걸린다 ㅋㅋ 진짜 이곳저곳 가려면 미국은 차가 어떻게든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친구들 종종 잘 따라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또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훨씬 맑고 큰 해변이 많다고 해서 다음에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자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토박이 친구는 여기를 여러 번 와서, 근처에 괜찮은 집을 꿰고 있었고 자신감 있게 Hot Pot(Grand HotPot – 452 Manor Plaza, Pacifica, CA 94044)을 추천해 줬다. Hot Pot은 훠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정말 맛있었고, 무엇보다 살인적인 물가 속에서 35불로 무한으로(고기도, 음료도, 튀김도 뭐 전부 무한이다)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게 사기적이었다. 솔직히 웬만한 곳보다 맛도 뛰어나고 서버분들도 친절하고(물론 최애는 홍대에 있지만). 아이스크림도 있고 ㅋㅋ 다들 5시간 동안 쌀쌀한 밖에 있다가 따뜻한 훠궈를 먹으니, 끝도 모르고 먹어 치웠다. 배터지게 먹고 나와서 바로 집으로 향했고 씻고 바로 잠을 청했다.
Monday, September 23
오전 Chembio 수업. Virtual Screening에 대해서 내일까지 이틀에 걸쳐서 배우는데, 강의실 기기에 오류가 생겨서 준비한 자료를 보면서 발표하시지 못하고 Chalk Talk 형식으로 하셨다. 그래서인지 살짝 중구난방? ㅋㅋ 느낌이었고 미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발표를 효과적으로, 잘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끝나고 12:30분에 로테이션 시작하기로 해서 미리 가서 기다렸다. 멘토가 되기로 한 포닥이 흥미로운 주제가 또 있다고 해서, 그것에 관해 듣고, 내가 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한다. 미리 약속 장소에 가 있으니 Ian 랩에서 매주 월요일 점심 전에 메커니즘 스터디를 한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다.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난해한 반응의 메커니즘에 관해 공부해서 준비해 온 후 그것을 다른 랩 구성원들이 white board에 적힌 출발 물질, 시약, 생성물질을 보고 메커니즘을 예측해 보는 연습을 하고 마지막에 준비한 사람이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걸 하니까 한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자주 언급하는 학교 근처 먹는 곳(Spark Social SF – 601 Mission Bay Boulevard North, San Francisco, CA 94158)에서 타코를 먹었다. 고기를 상당히 많이 주는데 가격도 2개에 9불 미만으로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타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미국은 참 좋은 곳이다 ㅎㅎ 먹고 후다닥 양치하고 물을 채운 후 곧바로 미팅에 들어갔다. 교수님 2명에 포닥 1명, 나와 같이 로테이션을 하기로 한 동기 1명까지 총 5명이 회의실에 모였다. 친구의 프로젝트는 딱히 달라지는 것이 없었고, 나의 경우에는 기존에 생각했던 연구를 할지 아니면 멘토로 배정된 포닥이 더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할지였는데, 듣다 보니 이게 좀 더 화학을 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걸 해도 좋다고 말씀을 드렸다. 근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원래 기존에 정해뒀던 프로젝트를 통해 양 교수님께 공동 지도를 받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프로젝트를 바꾸면 마치 오직 Bill의 연구실에서 로테이션하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포닥은 Bill 연구실 소속이었다). 미팅 끝나고 하우징 가스비를 내러 가다가 문득 이 생각이 났다.
사실 로테이션에 대해 상담을 받고 그 연구실에서 로테이션을 안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며(보통 교수님 적어도 3~4과 얘기하고 택1 하는 식이다)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는 그래도 공동이긴 하지만 지도를 받기로 살짝 약속까지 한 상황이어서 뭔가 미안함이 컸다. 그리고 Ian과는 말도 잘 통하고 화학으로 배울 것도 정말 많다고 생각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닥 분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서, 이 연구 주제에 대해서도 공동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먼저 확실히 하고 연구 주제를 확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원래 했던 주제를 이번 가을에 하고, 포닥 분의 연구를 겨울에 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으며 오늘 대면했을 때 상황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이게 한국이었으면 살아온 눈칫밥과 그런 게 있어서 분명 빠릿빠릿하게 말했을 것 같은데, 영어 자체를 듣는 게 아직도 긴장 상태다 보니(특히 연구 관련한 것은 빵꾸뚤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빡 힘이 들어간다) 그때 생각이 바로 나지 않았던 것 같다ㅠ


어쨌든 메일을 보내놓고 가스비를 냈다. 이것도 ITIN이 없으면 온라인으로 납부가 안 되어서 직접 지점에 방문한 건데, 기껏 갔는데 현금만 된다고 해서 ATM을 또 한참 찾아서 뽑고 다시 갔다. 빨리 ITIN이 나와야 할 텐데 정말 불편하다. 긍정적으로 어떻게든 생각해 보자면 덕분에 못 보던 지폐와 동전을 본다. 진짜 현금을 쓸 일이 없어서 저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가스비를 납부하고 바로 코스트코로 식재료를 사러 갔다. 터키, 마리나라 소스, 달걀을 사고 낑낑거리며 집에 도착할 때쯤 포닥 분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Ian에게 물어봤는데, 흔쾌히 바뀐 연구 주제에 대해서도 공동지도를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연구실에 자리를 마련해준다고도 했다. 참 감사한 교수님이다. 집에 와서는 긴장이 확 풀려서 내일까지 새로운 연구 주제에 관련한 논문을 읽어야 함에도 바로 잠에 들어버렸고, 저녁 8시쯤 다시 일어나서 밥 먹고 일요일에 못 한 오나오 밀프렙을 한 후(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해서 저렇게 많다) 부랴부랴 논문을 읽다가 하루가 끝이 났다.
Tuesday, September 24

아침에 오나오를 먹으려 용기를 여는데 저렇게 유리가 부서져 버렸다. 입구도 넉넉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샀는데 아주 배신을 당했다… 최대한 좀 살살 열도록 해야겠다. 오늘도 오전에 Chembio 수업을 들었다. 어제 내용의 연장선인데, 다른 교수님이 강의하셨고 이분이 조금 더 체계적인 것 같다 ㅎㅎ Virtual screening에 대해 꽤 상세한 부분까지 다뤄주셨다. 요즘 AI의 발전으로 장난 아니게 Bio, Chemoinformatics분야가 성장하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난 CS 쪽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End user로서 나날이 발전하는 software만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긴 하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이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고 기회로 여겨지는 것 같아 좋다. 이후에는 바로 Chem 297 OT가 있어서 들으러 갔다.
CHEM 297: QBC Journal Club
Fall/winter/spring
1 unit each Jim Wells
QBC Journal Club, critical review of published scientific papers from scholarly journals, including comprehension, analysis, and evaluation of published scientific data.

The Quantitative Biosciences Consortium (QBC) brings together under one umbrella five PhD graduate program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 to advance education and innovative research at the interface of the biological sciences and the quantitative sciences.
1년 차에 진행하는 대단위 저널 클럽으로, QBC 1년 차들 앞에서 본인이 선정한 논문을 질의응답 시간 포함하여 40분 동안 발표하는 것이다. 나의 발표일은 내년 3월 25일로 정해졌다. 다음 주에 바로 발표해야 하는 다른 과 분들도 계시는데 난 3월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ㅎㅎ. OT 이후 집에 들러서 빠르게 밥을 후다닥 먹고 로테이션하는 연구실로 향했다. 어제 주신 논문이 너무 어렵고 review 논문이라 양이 많아 다 읽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그냥 읽으면 좋은 느낌). 내 성격상 너무 처음부터 지식을 팍팍 때려 넣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그때그때 찾아보는 게 더 효율적이고 집중이 잘되는 것 같다. 2시간 정도 연구 주제 관련한 배경 설명을 듣고 논문을 추가로 2시간 정도 더 보고 퇴근했다. 여기는 뭐 일찍 가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아직 실험을 시작하기 전이라 그런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다음 로테이션은 어디서 해야 할지 고민이 벌써 든다. 실제로 정말 내가 Join 할 랩이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 곳(기술적)을 충족하는 곳을 찾는 게 지금은 맞는 것 같다. 물론 졸업생들이 현재 어디 가 있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매우 뛰어난 게 아닌 이상, 어떤 랩에 들어갔을 때 나도 졸업생들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기 때문.

퇴근하자마자 바로 운동을 다녀왔다. 근데 다섯 시 반은 너무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새벽이 답인 것 같은데, 러닝까지 웨이트 뒤에 하려면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저녁 밀프렙을 했다. 확실히 면은 그때그때 삶는 게 훨씬 맛이 좋다. 또 머리를 잘랐다. 이번에는 두 시간 정도로 줄어서 다행이나, 무슨 자신감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좀 더 과감하게 기장을 더 줄여서 잘랐는데 막상 결과를 보고 나니 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제 조금 해탈했다. 잘 보일 사람도 없고 뭐 그냥 다니는 거다. 그래도 이거보다 더 짧지 않아서 다행. 여기가 딱 마지노선 길이인 것 같다. 뒷머리 다듬는 실력은 잘 늘질 않는데 다담주에는 좀 더 신경 써서 해볼 거다. 이후 블로그를 열심히 쓰다가 잤다. 내일은 5주 차를 완성해서 빨리 따라잡아야지.
Wednesday, September 25
오전에 Chemical Biology 수업에서 Docking을 이용한 Virtual Screening을 다룬 논문 발표가 있었다. 참 얘들이 발표를 잘한다. 유익하게 잘 들었는데, 지금 내 Drug Discovery 생각은 1. Target Validation이 된 ptn의 구조를 확실하게 얻고, 2. 거기에 HTS or Docking(in silico library or Generative AI) + 선택적 in vitro test를 해서 hit를 찾고, 3. 그다음 medicinal chemistry로 Lead, preclinical candidate 찾기. 이 정도가 정석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더 나은 Docking method를 개발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나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분야에서 잘 나온 소프트웨어를 택해, 그걸 활용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ptn structure pdb로 갖고 있고, small molecule의 SMILE만 있으면 바로 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분명 곧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Docking algorithm이 인식할 수 있게 정보를 따로 변환해야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연구실에 잠깐 들러서 논문을 읽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PyMol이라는 Molecular Visualization software를 설치했는데 이거 기능이 너무너무 많다. 필요할 때마다 이것저것 찾아보며 익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석사 때 의약화학을 전공했는데 이걸 써본 적이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고 부끄럽다.
3시에는 나를 지도하는 포닥과 Ian, 또 다른 포닥(내가 할 project와 유사한 것을 미리 해보신 분이다)과 함께 넷이 확실히 로테이션 때 어떤 것들을 할지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포닥, 교수 사이에 껴서 내용을 따라가려니 조금 벅찬 게 있었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고 얻어갈 아이디어가 넘쳤다. 다른 포닥 분은 감사하게도 현재 Science에 투고를 목표로 쓰고 계시는(거의 완성됐다) draft를 보내주셨다. 이 정도로 실험해야 Science를 바라보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미친 것 같다고 느꼈다. 이분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이미 디자인한 helices backbone을 바탕으로 amino acid sequence를 붙이는 computational method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석사 때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나 힘들어했는데, 신기하게 참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고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에서 한 연설이 떠오르는(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길 바란다!) 하루였다. 이후 집에서 논문을 더 읽고, 블로그 5주 차를 완성하고 잤다.
Thursday, September 26
오늘은 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바로 연구실로 출근했다.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여기서도 다양한 안전 관련 교육을 온라인으로 수강해야 했다. 잔혹한 것은 마지막에 테스트를 보고 기준 미달이면 다시 처음부터 수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글과 ChatGPT를 친구삼아 어떻게든 이겨냈다… 들어야 할 강의가 4개나 되고 또 Diversity 관련된 강좌도 추가로 들어야 해서 거의 하루 종일 들었던 것 같다.
점심에는 1주 차 때 잠깐 언급했던 KOLIS UCSF 모임이 있어서 참석했다. 맛있는 피자와 쿠키를 먹고 다양한 분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생각보다 훨씬 한인 분들이 많으셨다(40명은 된 것 같다). 대부분은 박사 후 연구로 오셨는데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피자를 맛있게 먹고 다시 연구실로 가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Chembio 수업 proposal을 열심히 생각해 봤다. 일단은 주제와 관련 논문 5개만 찾으면 되어서 큰 부담은 없는데, 연구 주제를 생각하는 게 역시 정말 만만치 않다.


세 시부터는 natural product synthesis seminar가 있어서 참여했다. 교수님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전합성 케이스를 하나 가져오고 중간체를 위와 같이 구멍을 뚫어 문제처럼 주신다. 1시간 30분 만에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채워서 내면 된다. 하하 진짜 머리가 빠지는지 알았다(실제로 좀 빠졌을 거다). 원래는 저 두 번째 장의 중간체 구조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교수님께서 본인이 7년 동안 한 문제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하시는데, 날 포함해서 로테이션하는 친구들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너무한다 ㅋㅋㅋ 특히 5) 이 진짜 너무한 것 같은데 꾸준히 전합성 논문을 본 사람이 아니면(특히 Boger lab) 이걸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전합성 안 하는 걸 감사하게 여기게 된 시간이었다. Art의 영역…🤪 그래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재밌게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4~5년 동안 한 물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참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세미나가 끝난 후 바로 다음 Chem225 수업을 들으러 갔다.


CHEM 225: Graduate Research Opportunities (CCB/BP Pizza Talks)
Fall/winter, first year only 1 unit
Jason Gestwicki
This course offers first-year students a series of weekly presentations on research interests of basic science faculty. The purpose is to acquaint new graduate students with research projects and opportunities in faculty laboratories.
Pizza Talks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저녁 시간에 맞춰 피자를 시키고 교수님과 같이 먹으며 자유롭게 얘기하다가 강의실로 들어가서 교수님의 연구를 듣고 무엇이든지 질문하는 형식이라 그렇다. 이제는 피자 대신 CCB, BP 학생들이 정해진 예산 내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미리 주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 동기가 싱가포르 음식을 시켰다고 했는데 일단 맛도 맛이지만 단백질이 그득해서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다. 대량으로 시키면 확실히 가격이 괜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3월 6일 수업 담당이다 ㅎㅎ 뭘 시켜야 하려나~
두 교수님이 참석하셨고, 수업은 굉장히 자유로운 질문들이 오갔다. 왜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가족에게 쓰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려고 노력하는지,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하는지, 어떤 실패들을 해 보았는지 등등. 말이 굉장히 빠르셔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두 PI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오늘 하루 영어를 너무 많이 들었는지 머리가 달궈져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데 병원 건물 유리에 비친 노을이 정말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도착해서는 씻고 바로 잠깐 잤고 곧 깨서 Proposal을 좀 더 생각해 보고 일찍 잤다.
Friday, September 27
9시쯤 출근해서, 드디어 proposal 주제를 정하고 TA에게 정리해서 보낸 후 Chem223 수업을 갔다.
CHEM 223: CCB Student Seminar Program
Fall/winter/spring
1 unit
Jason Gestwicki
This seminar provides graduate students with a forum in which to develop seminar and poster presentation skills, critically organize and critically review scientific data, and analyze and question oral scientific presentations.
이 수업이야말로 학생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이라 확신한다. CCB 모든 학생과 교수 앞에서 본인이 지금까지 했던 연구의 진행 과정, 성과, 미래 방향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말 그대로 나의 노력이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순간. 1학년들은 매우 짧은 flash talks 형식으로 1월 초에 짧게 진행하며, 2년 차부터는 40분을 배정받는다. 높은 연차일수록 빠른 타임라인에 배정되는 것 같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6학년 5학년 선배들이 각각 발표하셨는데 아주 능숙해 보였다. 발표가 끝나고는 본인의 전문 분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분위기였고 교수님들이 확실히 맥을 잘 짚어서 추후 어떤 연구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코멘트를 많이 남겨주셨다. 1월에 정말 무지하게 떨릴 것 같다 하하…
집에가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연구실로 향해서 배운 내용을 좀 정리하고 논문도 읽었다. 3시쯤엔 랩에 잠깐 온 exchange scholar 송별회가 있어서 참여하고, 6시쯤까지 PyMol 사용법 공부를 좀 하고 바로 운동하러 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금요일 저녁 gym은 역시 한산하다. 뭔가 이겨냈다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며 열심히 러닝까지 마쳤다. 집에 와서는 어제 한인 모임에서 만난, 여기서 RA를 하는 친구의 CV와 SoP를 봐줬다. 능력이 있는 친구라 이번에 잘될 것 같다. 1년 전에는 나도 참 고생하고 있었는데, 문득 도대체 어떻게 해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겨우 붙어서 온 거라(정말 혼자였으면 절대 못 왔을 거라 확신한다) 최대한 기회가 되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다.
Saturday, September 28




내일 동기 몇 명이 모여서 Potluck 파티(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각자 한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나누는 공동식사로, 음식 파티 문화)를 하기로 해서, 나는 한국을 잘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1주 차 때 갔었던 H-Mart를 한 번 더 방문했다. 저번에는 도착 당일에 가서 정신이 없었기에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참 신기한 게 많다. 우리나라보다 우리나라 같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장소다. 사진에 있는 괴상한 맛들은 그냥 신기해서 찍었을 뿐 감히 시도하지 않았다. 근데 놀랍게도 저 요구르트 맛 순하리를 같이 간 얘들이 하나씩 다 사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맛있나 ㅋㅋㅋ? 난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담진 않았는데 다음에는 하나쯤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든다. 김치는 뭐 할 말이 없다. 압도적이다. 한 10m의 긴 라인 전체가 김치로 가득 차 있다. 김치 때문이라도 미국 박사 유학을 온 사람 중에 H-Mart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푸드코트도 있는데, 전부 한국 음식이다! 나는 치킨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이라 오랜만에 한국식 간장 치킨을 먹었다. 으으 너무 맛있다ㅠㅠ 다른 친구들은 해물파전, 돌솥 불고기비빔밥 등을 먹었는데 다들 좋아라 했다. 괜히 한국인으로서 뿌듯하네😄 열심히 고민한 결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불고기 or 떡볶이로 결론이 났는데 불고기는 꽤 먹어본 친구들이 되기도 하고 궁중떡볶이를 하자니 손이 너무 많이 가서 ㅋㅋ 그냥 Ready meal 형식으로 된 떡볶이를 종류별로 샀다. 그리고 짜파게티를 모르는 얘들이 꽤 되어서 요것도 사봤다. 내일 어떤 음식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집에 와서는 곧 운동을 다녀오고, 이후 6주 차 블로그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