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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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18


출국 당일. 아침에 다시 한번 싼 짐을 확인했다. 뭘 가져가야 할지 참 고민도 많았고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미국 박사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참고할 수 있도록 모든 리스트를 정리해서 포스팅해 보려고 한다. 참고로 위와 같이 압축팩을 잘 활용했다. 일단 미국으로 따로 먼저 짐을 부치지는 않았고, 30인치 캐리어 (32kg, 23kg~32kg까지 수하물 초과 10만원 부과), 28인치 캐리어 (23kg 딱 맞춤), 20인치 기내용 캐리어, 여행용 백팩으로 마무리했다.
점심에 자주 가는 집 근처 고깃집에서 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게 참 석사 졸업하고 거의 6개월 동안은 별생각이 없다가 출국 당일, 당분간 가족과의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먹먹했다(밥은 맛있게 먹었지만). 20:40 비행기라 오후에 출발하는데, 할머니는 일정이 있으셔서 먼저 작별 인사를 했다. 몇 년 만에 할머니를 안아보는지 모르겠다. 이 블로그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족들, 친구들에 대한 생존 신고를 하는 것인데, 이 공간을 통해 먼 타지에서 손자가 어찌어찌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족과 함께 출발,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막히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이륙 후 기내식을 곧 준다고 해서, 간단하게 카페를 가고 가족들은 나를 배웅해 준 이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누나가 찾은 곳인데, 아주 맛있었다. 다음에 간다면 시그니쳐인 바다소금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을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1년 동안 직접 가족들 얼굴을 못 본다니,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걸 모를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철없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내년에 돌아왔을 때, 내 가족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시아나는 오랜만인데, 기내식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같은 노선의 대한항공 탈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밥 맛있게 먹고 이것저것 담아온 youtube 영상과 노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개운하게 세안, 양치 후 잠을 잤다. 평소에 비행기나 버스에서 잠을 잘 못 자는 타입이라 장거리 비행을 참 싫어하는데, 친구가 추천해 준 목베개 덕분인지 생각보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목이 그리 안 아파서 잘 올 수 있었다(C-guard 강추 👍). 여러 생각들도 많이 하면서 오니 금방 밥이 또 나오고, 또 맛있게 먹고, 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지난번 입국심사 줄이 아주 길었던 것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뛰었더니 30분 만에 심사를 받았고, 비자가 있어서인지 그다지 별말 안 하고 들여보내 줬다. 무슨 전공인지, 몇 년 예상하는지, 5~6년 생각한다니까 J-1인데? 라고 해서 초반 2년은 장학재단에서, 이후는 학교에서 비자 지원을 해준다고 했더니 힘내라며 보내줬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만났던 분보다는 훨씬 친절하신 분이다… 비행기가 1시간 정도 지연됐음에도 생각보다 빨리 짐 찾는 곳으로 나올 수 있어 좋아했는데, 여기서 1시간을 기다렸다. 거의 마지막쯤 되었던 것 같은데ㅠ 이렇게 많이 걸린 적이 없어서 직항인데도 잃어버린 게 아닌지 걱정했다. 더군다나 밖에서 친구가 차를 대고 있어 미안하고 조마조마했다.

어찌어찌 나와서 친구 차를 타고(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쉬운데, white 시트로 바꾼 갓 출차한 테슬라였다😎)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할 Campus Housing으로 향했다. 지난번 방문에도 느꼈지만, 날씨가 정말 정말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로 거의 1년 내내 산다고 해야 할까. 난 환경이 사람을 꽤나 좌지우지한다고 하는데, 그중에 날씨도 분명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고 성격이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열쇠를 찾은 후 짐을 후딱 방에 두고, 시간이 없어서 마트를 가기로 했다. 근데 Costco가 주말이라 벌써 닫아버려서, H-MART라는 너무도 유명한 미국의 아시아 슈퍼마켓 체인에 갔다. 뉴욕 여행을 갔을 때 작은 지점에 들렸었는데, 그곳보다는 훨씬 종류가 많았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에서 듣도 보지도 못한 각종 라면과 과자, 냉동식품이 즐비했고 미국에 평생을 살아도 다 먹어보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어서 친구만 몇 개 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번에 왔을 때 맛있었던 중식집은 꽤 멀어서, 숙소 근처에 평 좋은 곳을 갔다(Chez Maman East – 1401 18th St, San Francisco, CA 94107). 결과는 대성공(다시 가고 싶은 장소는 이렇게 굵게 남기려고 한다)! 식전 빵이 많이 건조했던 것만 제외하면 가격도 많이 비싸지는 않고 정말 만족스럽게 먹었다. 밥 먹고 나와 옆을 바라보니 맑은 하늘에 예쁜 야경이 보였다.




생명의 은인인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Virtual tour로 미리 본 것처럼, 방은 정말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베개는 가져왔다). 텅 빈 방을 채워나가는 과정도 녹록지 않은데, 나중에 충분히 갖춰지면 어떤 물품들을 샀는지 전부 소개해 보려 한다. 어느 정도 둘러본 후, 언넝 씻으려고 아마존에서 미리 시킨 샤워커튼을 찾으려 했다. 근데 배송 완료라고 뜬 택배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문의를 했는데 월요일까지는 기다려 보라고 했다… 이불도 시켰는데 ㅋㅋ 미국은 건식 화장실이라(이에 관해서도 나중에 포스팅 예정!) 바닥에 물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샤워커튼이 필수다.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조심조심 쭈구리처럼 샤워를 끝내고, 조금 서늘해서 난방을 따땃하게 하고 잠에 들었다.
Monday, August 19

집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창문이 크게 있는데 바깥쪽이 좀 더러운 건 아쉽지만, 위로 살짝 하늘이 잘 보이고 채광도 아주 잘 든다. 만족! 사실 시차 적응이 아직 잘 안되어서 새벽 3시에야 잠을 청했다. 밤새 이것저것 또 알아보다가 역시 은행에 가는 게 최우선이라 (미국 번호는 오기 전에 미리 visible로 만들었다) 예약을 했는데, 다행히 당일 오후 1시에 학교 근처 chase center (그 골든 스테이츠 워리어스 홈경기장 맞다!!)에 붙어있는 chase (미국에서 Bank of America처럼 매우 유명한 은행)에서 계좌 만드는 것으로 되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메일로 택배 알림이 왔는데 다행히 어제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이었고 (이불, 샤워커튼) 내가 정식 등록을 주말에 해서 반영이 안돼 가지고 메일이 안 왔던 거였다. 바로 가서 가져왔다 ㅎㅎ




이불은 따땃하고 좋았는데 샤워커튼이 규격이 안 맞는 것 같아서 환불 신청을 했다(근데 알고 보니 맞았던 게 함정. 나중에 이중 삼중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아마존은 신기한 게 지금까지는 이 글을 쓰는 당일까지도 묻지 마 환불 100% 해줬다. 환불 신청을 하니 근처에 있는 홀푸드마켓이라는 곳에 직접 가서 물품만 건네면 된다고 해서 물과 먹을 걸 좀 사 오기 위해서 갔다.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정말 정말 좋다(왼쪽 아래가 내가 사는 곳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내 30년이 좀 억울하다. 날이 이런데 건조할 수 있다니.




요 마트는 좀 가격이 있어서 많이 사지는 않고 이 정도만 샀다. 다 맛있다. 샤워커튼 환불도 하고, 거의 11시가 넘어서 나왔기에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에 맥날에 가보기로 했다. 미국에서 사실 맥날을 가본 적이 없어가지고… 감튀는 바로 튀겨서인지 맛났는데 나머지는 소소였다. 별 차이 없는데, 아 다이어트 콕은 정말 개노맛이다. 뭔 수돗물 맛이 나지? 여긴 제로가 없네…?
이제 집 가서 30분 정도 쉬고 바로 계좌를 만들러 갔다. 뭔가 담당자가 퉁명스러워서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어가 잘 안되어서도 있었겠지만 조항 설명을 잘 안 해주는 게 아쉬웠다. 어찌어찌 고생을 해가며 계좌를 만들고, wire transfer(전신 송금)로 보내는 게 더 비싸다고 해서 일단 ATM에서 500불(Chase ATM 외환카드 1일 인출액 한도)을 뽑고 3.5달러를 수수료로 낸 이후에 현금을 직접 통장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대망의 코스트코로 향했다.

하나의 wholesale 마트를 골라야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코스트코를 고를 거다.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코스트코의 운영방식, 오너의 경영관 등에 관해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부터 무한 신뢰하게 되었다. 3시간이 넘는 경영 팟캐스트인데 정말 재밌게 들었다. 짧게 결론만 말하자면 코스트코는 이익률에 대한 합리적인 하한, 상한(무려 상한이 있다)이 존재하여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부단하게 노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많은 품목들이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 코스트코의 한 지점이 전 세계 매출 1위 지점으로 당당하게 선정된 걸 보면, 나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자명하다. 어쨌거나 코스트코에 열심히 들어가서 정말 하나부터 끝까지 모든 품목을 다 봤다. 3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사실 좀 힘들기도 했는데, 코스트코가 30분 거리로 걸어야 해서 꽤나 멀어 당분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만 해도 모든 교통수단이 무료인 UCSF BayPass 신청한 게 아직 적용이 안됐었다). 괜찮은 품목들은 사진과 가격을 다 찍어놓았는데 이걸 여기서 푸는 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나중에 코스트코 품목 포스팅도 해보겠다.

열심히 장을 보고 결제하려 하는데 내가 애플페이를 등록하는 걸 깜빡했었다. 오늘 계좌만들때 실물카드는 1주일 뒤에 우편 수령할 수 있고 애플페이는 바로 등록되니까 이걸로 코스트코에서 결제하면 된다고 했는데(코스트코는 마스터카드를 안 받는다!! (미국기준) 근데 내가 발급받아 간 토스 체크카드는 마스터카드라 사용이 불가능했다. Chase는 비자로 체크카드를 발급해 준다. )
)… 몹시 당황에서 은행에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공식 app을 깔아서 한참을 허둥댄 후에야 어찌어찌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Uber(택시)를 불렀더니 다들 내가 있는 곳을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이 지점은 차도와 접해져있지 않고 좀 들어와서 주차타워 2층에 입구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들어오기 좀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30분 넘게 정말 식은땀 흘리며 계산한 한가득 짐덩이를 옆에 두고 기다렸는데 2번이나 실패했다. 무엇보다 최악이었던 건 전날 밤 내가 충전을 안 하고 자서 배터리가 3%였다. 이거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 때 다행히 3번째 기사님이 배려해 줘서 난 1층까지 어찌어찌 마중 나가서 탈 수 있었다. 전화하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얘기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 집 앞에서 내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방까지 옮기는데 죽을뻔하긴 했는데 ㅋㅋㅋ 같은 건물 처음 보는 분이 도와주셔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스몰톡을 참 잘하는데, 날 도와준 분도 뭐 어쩌다 보니 부산에서 한 달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서 얘기를 좀 하고 인스타 친구가 되었다. 인스타 삭제한지 오래인데 이렇게 다시 설치하게 됐다. 어차피 안 할 거지만 친추라도 :3 정말 피곤에 절어서 씻고 바로 잤다. 6시쯤 도착했는데 밤에 깨 가지고, 코스트코에는 없는데 필요한 물품을 아마존으로 또 밤새 보고 주문하고 잤다.
Tuesday, August 20
오늘은 정말 딱히 특별하게 한 것이 없다.. 어제 코스트코에서 장을 한참 봤는데 너무 무거울 것 같아 나머지 품목은 내일 사려고 했었기에, 다시 갔다. 근데 바보같이 멤버쉽카드를 들고 오지 않은 것 아닌가.. 영수증도 따로 챙겨오지 않아서 결국 다시 돌아갔다… 또 한참을 택배 정리하고 짐 정리하고 아마존 쇼핑하다가 잤다. 생각보다 이렇게 필요한 게 많고 이렇게 가져온 게 많다니 ㅋㅋㅋㅋ… 아직도 완벽하게 정리는 못했다. 정말 1주일 전에 안 왔으면 멘탈이 갈렸을 것 같다.. 적응하랴 짐 정리하랴 ㅎㅎ
Wednesday, August 21
오늘은 오전에 첫 번째(가을 학기)로 rotation을 하려고 마음먹은 교수님과 얘기하러 갔다. 근데 너무나 당황했던 것은 그 교수님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신다는게 아닌가? 웃기게도 지난주 금요일에 offer에 최종 사인을 했다고 한다. 본인도 굉장한 모험이고 결단이었다고 말해줬는데, 이해가 가긴 했다. 상대적으로 UCSF는 화학 자체에 포커싱이 있는 대학은 아니고, translational research에 집중하고 있다. 즉 약물 개발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화학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에 Methodology 측면으로 인사이트를 얻거나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환경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오퍼를 받은 곳은 교수님이 박사학위를 받은 곳이기도 하고, 화학으로는 세계에서 3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할 수 있는 곳이라, 화학을 더 깊게 하고 싶은 교수님의 생각과 잘 맞는다. UCSF는 확실히 다양한 분야와 collaboration도 많이 하고 정말 좋지만, 본인이 20-30년 더 교수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환경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한 결과라고 한다. 멋있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제안한 것은 일단 로테이션은 해보고, 정말 연구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 학교로 재입학하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했다. 혹은 비공식적인 공동지도교수 관계로 남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학과장에게도 얘기해 봐야 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얘기해 본다고 했다.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비지팅 때도 그렇고 서로 잘 맞고 나도 연구가 재밌어 보인다고 많이 피력을 해서인지, 대학을 옮기게 되면 문제없게 많이 도와주신다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떠날 생각은 아직 들지 않고, 남는 것에 마음이 기운 상황이라고 말씀은 드렸다. 참 아쉽다. 로테이션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님과의 공동지도를 받으려고 했던 것이 나의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였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현재 어떤 연구를 하는지, 로테이션 10주 동안 무엇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2주 뒤에 여행 다녀오신 후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고 하셨다.



헛헛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코스트코 ㅋㅋㅋ에 가서 나머지 단백질원들을 탐구했는데 Turkey가 아주 좋아 보였다. 93/7 Turkey, 닭가슴살, 닭다리살 이렇게 3개 돌려가며 먹으면 아주 가성비 있게 식단을 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아주 놀라운 것은 로티세리 치킨인데, 조리 후 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육보다 파운드당 단가가 더 저렴한지 모르겠다. 저게 4.99 달러다 말이 되는가? 양이 진짜 너무너무너무 많다(일요일에 한 번 더 갔는데 제대로 보여 드리겠다). 2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고도 좀 남는 정도이다. 올 때마다 뭐 밥을 안 먹었다면 사서 먹을 것 같다. 청소기 또한 보았다. 다이슨을 사자니 너무 오버스펙인 것 같고,, 샤크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나중에 호환성을 생각하자니 무선이 나을 것 같고 참 선택이 어려워서 30분 넘게 청소기 앞에서 고민하다가 그냥 왔다. 빨리 청소기 사야 하는데!






집에 와서 또 열심히 정리를 하고, 저녁쯤에 UCSF 한인 박사과정생 모임에 나갔다. 나 포함해서 총 5명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 한 분 더 들어오셨다. 총 6명), 3년 차 3명 나와 같은 1년 차 2명이다. 사람들이 다 좋고 서글서글해서, 서로 많이 의지하며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이 들어온 1년 차 친구는 같은 하우징에 살아서, 이것저것 좀 나누고 공부도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 ㅎㅎ 해안을 끼고 있는 레스토랑(Mission Rock Resort – 817 Terry A Francois Blvd, San Francisco, CA 94158)에서 먹은 세비체(ceviche)는 아주 신선하고 맛있었다. 다만 역시 외식 물가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KOLIS (Korean Life Scientists in the Bay Area)라는 곳이 있어가지고 거기에 한인들 모임 활동사진을 올리면 일정 부분 reimbersement 해주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한 분이 신청해 줬다. 다양한 얘기를 했는데, 전공이 달라서인지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 ‘연구’에 있어서 진심인 것이 느껴졌다. 어떤 것에 진지하게 몰입해있는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끼며 재밌게 대화했다.


끝나고 SOMISOMI 라는 곳에서 붕어빵을 먹었는데, 오 꽤나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잘 먹고 집에 들어와서 또 정리하다가 잤다..
Thursday, August 22
Gym에 가려면 ID card가 필요한데, 학교에서는 OT 때 만들어준다고 했었다. 근데 난 gym을 빨리 가고 싶어서.. 아침에 어제 만난 신입생 친구가 ID 미리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날씨가 또 정말 좋다. 날씨 찬양만 하루 종일 하는 것 같지만 아직 온 지 1주일도 안됐으니 양해해달라 ㅎㅎ

직원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친절할 수 있나 하는 정도로 미소가 가득한 분이셨다.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미국으로 오기 직전에 참여한 광복절 기부 마라톤 815런에서 받았던 대한민국 국기가 당당하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갔으나, 얼굴만 나온단다.. 어색하게 사진을 찍고, 드디어 만들었다.
이제 gym을 포함하여 드디어 학교 대부분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과 조금은 다르게, 여기는 출입문이 거의 잠겨있는 경우가 많아 ID card를 대고 잠금을 푼 뒤에 들어가야 한다. 어제 교수님 만날 때도 ID가 없어서, 누가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렸다가 잽싸게 들어갔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gym을 갔다. 위치도 걸어서 8분 정도에 시설도 정말 좋아서 대만족이다. 실외, 실내 수영장에, 농구장, 스쿼시, 필라테스, F45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고, 4층 전망이 최고다. 다만 머신은 별로 없는 게 아쉽다. 기능성 운동 위주로 트레이닝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위치도 그렇고 넓어 답답하지 않아서 여기를 계속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집에 와서 마저 짐 정리를 하고 또 택배를 받았다. 아직은 시차 적응이 잘 안됐다. 오늘은 잘 잘 수 있기를.
Friday, August 23
음 저녁에 피곤해도 좀 참아야 하는데 어제 gym에서 좀 무리하기도 했고 시차 적응이 안 됐는지 저녁에 계속 뻗어버린다.. 1시쯤 일어나서 4시까지 뭐 또 정리하고 주문하다가 다시 8시쯤 일어났다.
학교에서 이것저것 많이 날아온다. Wellcom packet이라고 지금까지 줬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file로 만들어서 줬다.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입시부터 입학하는 과정까지 미국 대학원은 정말 정말 꼼꼼하게 학생들을 챙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응이 좀 되면 미국 대학원의 장점 – 1, 2, 3.. 이렇게 단점과 더불어 포스팅도 해 볼 생각이다.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본격적으로 밥을 해먹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최대치로 채워서 넣었더니 엄청 튄다.. 분명 매뉴얼대로 했건만 싼 게 비지떡인가. 근데 맛은 무난하니 괜찮다. 장학 재단과 학교에서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충당해 주긴 하지만, 생활비는 세전 7천만 원 수준으로, 여유 있게 쓰기에는 넉넉한 편은 아니라고 들었다. 나는 추가로 내 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싶지는 않기에, 수시로 외식하는 건 homeless가 되고자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식하고, 친구들과 재밌게 놀러 갈 정도는 된다고 하니 일단 초반에 좀 아껴서 여유자금이 얼마 정도 되는지 가늠을 한 이후에 소비패턴을 최적화시켜보려고 한다. 10월 1일부터 첫 생활비가 들어오는데 (9월 걸 10월에 주는 아이러니함이란..), 가계부도 써서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다. 또한 5년에 걸쳐 몸을 천천히 키우고 싶은 목표도 있어서 식단을 한다는 취지에서도 도시락을 싸 다니는 것을 생각 중이다. 나중에 식단 또한 영양성분표와 가격을 함께 정리해서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다.

막상 생활하다 보면 필요한 것이 생기고, 생각보다 필요 없을 것 같은 물품이 생긴다. 전에도 언급했던 Amazon Prime의 반품 정책의 장점을 살려서 오늘도 5개의 물품을 무료로 반품하고 왔다. 반품을 담당하는 장소 중 하나인 Whole Food market은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날씨가 워낙 좋아서 (맑고 선선하고 건조.. 무슨 말이 필요한가. 날씨무새)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이후에 또 20분 정도를 걸어서 어제 갔던 gym에 갔다. 대퇴 이두 중심으로 하체 운동을 했는데, 사실상 나머지 종목은 동일하고 레그 프레스의 상체, 발 위치만 조절하는 거라 중심이라 하기도 애매하긴 하다. 주 2회는 하체 운동을 해보려 노력할 것이다. 나중에 또 시간이 되면 운동 루틴에 대해서도 자세히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다(할 게 많네?). 집에 와서 밥 먹고 씻고 눕고 정말 일찍 잤다.
Saturday, August 24
한 1시쯤 일어나서 또 잠은 잘 안 올 것 같아서 정리할 거하고 다시 잤다. 또 일어나서 아침 8시에 Ringle(화상영어) 가 있어서 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스피킹이 조금은 는 것 같다. 이 튜터는 거의 9개월 전에 내가 유학 준비를 마음먹었을 때 학교에서 링글을 4회씩 무료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당첨돼가지고 했을 때 처음 만났던 튜터인데, 정말 말 잘하고 똑똑하고 같은 박사과정이라 내 서류도 잘 봐줬던 친구였다. 꾸준히 하다가 회차가 다 소진되고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는데, 사실 3월쯤에 거금을 들여 한국에서 영어 공부 열심히 해보자고 20회차를 결제했었는데, 한 달 정도 하다가 갑자기 전액 환불로 규정이 바뀌어서 어차피 미국 가서 부딪히며 쪽팔리며 배우는 게 훨씬 빠르다고 다들 그래서 그냥 환불받고, 2회 정도 보너스로 받은 것만 남긴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장 친했던 튜터 둘과 각자 한 번씩 마지막 수업을 하고 끝내려고 했고, 한국 오기 전에 이 튜터랑 예약했었다. 재밌게 근황을 서로 전하고, SNS 친추를하고 서로 오게 되면 연락하자고 했다… 사실 이 친구는 영국 Cambridge에 있긴 하다 ㅋㅋ



또 아마존 쇼핑 열심히 하고 택배 까고 집 정리하고, 운동을 갔다. 또 날씨 좋아서 여러 컷 찍어보고, 앞으로 공부할 곳을 좀 찾아봐야 해서 여러 도서관도 갔었다. 진짜 웃긴 게 저렇게 러닝머신을 타면서 공부할 수가 있다. 뒤늦게 코호트에게 들은 말인데 ㅋㅋ 저기서 3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멋있다!

또 이렇게 어마어마한 택배를 받고 정리하고.. 밥 잘 차려먹고 학교에서 내려온 공문들을 열심히 읽어나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미국 대학원의 장단점을 떠나서, 내가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과목들과 내용들도 꾸준히 정리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