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giving
Table of Contents
Sunday, November 6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Hub로 향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PSPG 친구(이번에 같이 들어온 한국 친구가 있다)에게 듣기로는 곧 기말이라는데 흐음 ㅋㅋ. 저번 주 블로그가 엄청 밀려서 하루종일 쓰고, 오후에 동기 셋이 H-Mart, Safeway를 들러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는 Friendsgiving을 하기위한 준비를 했다. 동기들 열 명 이상이 오는 것 같고, 한 친구는 pie를, 다른 친구는 turkey(진짜 왕 무겁다)를, 나는 stuffing이라는 걸 만들어 보기로 했다. 레시피를 봤는데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Turkey의 속을 채우는 용도로도 할 수 있다고 하나, 나는 그냥 따로 오븐에 하기로 했다. Thanksgiving 음식 중에 이걸 최애로 뽑는 친구들이 많은 거 보니 기대가 된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돌아와서 잠을 좀 자고 밤까지 블로그를 써서 완성한 뒤 proposal에 관련된 논문을 좀 보다가 잠에 들었다. 주말이 하루만 더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느낌. 이틀 중 하루라도 일정이 빡빡하게 있으면 다른 날에는 블로그를 써야 하니 이것 참 짧다고 느껴진다. 아 그리고 이 유학기는 1년 단위로 묶어서 책을 내보기로 했다. 뭐 지금 생각으로는 워드프레스에 글을 썼기도 하고, 그냥 출력해서 엮을 생각이라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업로드할 때마다 맞춤법 검사도 다 하고 올리고 팔 생각도 없기에 추가적인 검토는 굳이 필요 없을 듯!
Monday, November 7
이번 주에는 새로 맡았던 project를 마무리해야 해서 아침 일찍 출근했다. 공휴일(Veterans Day)이라 수업도 없고, 건물이 텅텅 비었다. 저번 주에 만들어뒀던 중간체를 수소 기체를 통해 일부분을 cleavage하는 반응인데 어이없게도 3-way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여기 없다니 좀 충격이다. 뭐 다른 방법으로 하긴 했는데 참 불편하다. 확실히 석사 때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과 여기서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합치면 더욱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한 곳에서만 쭉 했다고 생각하면 그게 전부인 줄 알 것이 아닌가. 왜 한 곳에 고이는 것을 여러 분야에서 경계하는지 알 것 같다.
내가 도와주는 졸업 예정 대학원생에게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가면 전합성을 그래도 선택할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한참을 고민하다 다른 걸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유는 논문이 잘 안 나오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의외로 사람의 문제를 꼽았다. 나도 좀 느끼는 바가 있지만 합성을 주야장천 하는 사람들치고 성격이 원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ㅋㅋㅋ 실제로 내가 화학부에서 본 교수님 중 유기합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 중 상당수가 그랬던 것 같다… 다른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흠 이 친구가 생각하기에는 예를 들어 15단계를 거쳐서 겨우겨우 내가 원하는 화합물 10mg을 만들 수 있다고 했을 때, 15단계에서 한 곳만 틀어져도 10mg도 못 얻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분야의 특성이 한몫할 것 같다고 한다. 이런 걸 맨정신으로 견디기는 힘든 데다 더욱이 노동강도가 높기로 유명하기까지 하니 많은 사람들이 회까닥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그렇게 긴 단계로 합성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중간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어느 정도 털어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그걸 만드는데 2~3달이 걸렸는데 다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전합성에서 어떤 단계는 턱턱 막혀서 직접 이것저것 하면서 뚫어야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머리가 터지지 않을까.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와서 반응을 끊고, 분리를 했는데 이런 product가 컬럼에 좀 남아있는 상태에서 wash가 되어버렸다. 이게 UV inactive해서 기계가 자동으로 CV를 늘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정지를 누르지 않아서 설정한 CV 이후에 자동으로 세척이 진행됐다. TLC 상 많은 양을 잃어버린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나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손으로 컬럼 할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일단 다음부터는 일부러 CV를 넉넉하게 설정해 두고 화합물을 전부 확인한 후에 termination 하는 걸로 하고 + 내가 마지막 3CV 정도를 100% EA로 밀었음에도 product가 남은 거라 화합물의 극성에 따라 Hex/EA system에서 MeOH/EA로 중간에 바꾸는 method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쉽게도 이 기계는 3-solvent system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굳이 하려면 한쪽 line의 용매 자체를 mix로 준비하는 방법은 있겠다). 퇴근하고는 저녁을 먹고 바로 잠에 들어버렸다. 일이 좀 고된 날에는 퇴근하고 씻고 나면 종종 이렇게 뻗어버리는데… 패턴이 깨져서 다음 날 그만큼 더 이른 시간에 뭘 의미 있게 하기도 쉽지 않다. 음.. 저녁에는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것도 문제인 듯. 일단 블로그는 엄청나게 집중해서 쓸 필요는 없어서, 주말에 몰아 쓰지 말고 그날 저녁에 완성해서 쌩쌩한 주말에 많이 공부하는 거로 가닥을 잡아보려 한다.
Tuesday, November 8
Chembio 수업! 얼마 만에 듣는 건지 ㅎㅎ Cell Physiology through the lens of natural product chemistry를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다. 이 교수님은 내가 SoP에 쓴 3명 중 한 명으로 연구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나, 연구실에 사람도 별로 없고 분위기도 썩 좋지 않아 많은 선배가 비추했어서 마음을 접은 분이다. 다만 강의는 굉장히 재밌었고, 그 질환, 그 분자는 아니지만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부분과 맞닿아있는 연구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수업 중에 가장 필기를 많이 한 것 같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Phenotypic Screening을 해서 어떤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을 보이는 Small molecule을 찾아내면(혹은 이미 다른 사람이 찾았다면), 그 작용 원리를 화학과 생물을 활용하여 밝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아니고, 이 분자가 약으로 개발되기를 원한다면 MoA를 밝히는 건 거의 필수적이라 “약”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니 나에게 잘 맞는다고 느낀다.
이후에 QBC journal club 수업을 들었다. 논문 발표는 꽤 남았지만, 발표를 맛깔나게 잘하는 분들을 볼 때면 괜스레 기가 죽곤 한다. 그래도 말하는 것도 말하는 거지만, 잘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듣기는 좀 느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말은 엉성한 어휘와 다소 부정확한 문법이라도 어떻게든 전달이 되기 마련인데, 못 들으면 뭐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점심까지 먹고 출근한 후 어제 분리했던 생성물의 NMR을 확인했다. 깨끗하게 분리가 되었고 일부분을 받지 못했는데도 수율은 기존에 대학원생이 걸었던 것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마 TLC를 찍을 때 mini workup을 하면 시작 물질이 물에 넘어가 버려서 반응이 종결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은데,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의논 끝에 미리 만들어져 있던 것과 합쳐서 한 번에 진행하기로 했고, 다음 반응을 걸고 일찍 퇴근했다.

이제는 5시쯤 퇴근해야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볼 수 있다. 서머타임이 끝나버려 원래대로 6시 이후에 퇴근하면 아주 껌껌하니 좀 슬프다… 뭐랄까 서머타임을 할 때 좋은 걸 잔뜩 끌어다 쓰고, 끝날 때는 해가 너무 빨리 떨어지니 썩 좋지 않은 것 같기도. 운동을 가고, 집에 와서는 밀린 행정업무를 하고(ITIN이 아직도 안나와서 골치가 아프다), 집안일을 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Wednesday, November 9


이제 아침 운동을 다녀오면 오른쪽 사진처럼 분명 같은 시간인데 벌써 날이 창창하다. 왼쪽은 일어나서 gym에 가는 길. 깜빡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운동 갈 때 동틀 무렵을 찍어 남겨두려 한다. 새벽 하체운동을 개운하게 조지고 집에 들른 후 Chembio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번에도 어제와 비슷하게 Natural Products and Target Identification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기에 참 재밌게 들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어서 수업이 없었기에 오늘은 전반부 1시간 30분을 강의, 후반부 1시간 30분을 저널클럽(동기들이 발표하는)으로 3시간 수업을 진행했다. 음… Biochemistry 실험을 보다 보면 얼마만큼 보여줘야 “충분”한지, 어떤 정도는 “필요”한지 궁금해진다. 예를 들어 내가 찾아낸 약리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A라는 분자의 target을 밝히고 싶다고 할 때, 그게 확실히 B라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궁금하다. 논문을 보다 보면 꼭 같은 방법을 쓰는 것 같지는 않다(물론 자주 보이는 실험은 있다). 이런 고민을 절대 나만 하지 않았을 텐데, 요런 것도 합의를 과학자들이 쭈악 한다음에 공표했으면 좋겠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겠고 허점이 나올 수 있지만 그때그때 업데이트하면 되지 않을까. 말하고 보니 저번에 말했던, 실험 결과를 어떻게 기록하고 보고하면 좋을지에 대한 합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랑 비슷해진다. 난 과학은 모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 당대의 지식을 모아, 어떤 현상을 해석하는 데 일정한 결론에 도달했으면 하는 바람. 굳이 해석이 한 가지일 필요는 절대 없고, 여러 가지가 있는 건 타당하나 서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충분히 기술되었으면 한다.
바로 연구실에 가서 반응을 확인했는데 SM이 남아있어 2시간 더 돌려보기로 했다. 사실 경험상 밤새 돌렸는데 2시간 더 돌린다고 달라지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반응이 멈춘 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점심 먹고 와서 확인하니 역시 차이가 없었다. 난 사실 시약을 더 넣어보는 방향으로 반응을 완결시키고 싶었는데(SM을 회수하기가 까다로워서), 대학원생 친구가 수율은 크게 상관이 없고 일단 물질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그냥 quenching 했다. Large scale이기도 해서 부담이 된다면 사실 일정 부분을 덜어서 던 양에 비례하여 추가로 시약을 넣는 것도 고려해 봄 직 하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없는 것도 있어서(이번 주까지 이 프로젝트는 끝내야 한다) 그냥 빨리 분리하기로 했다. 그제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MeOH로 바꿔서 남은 SM까지 회수할 수 있는 gradient를 짜서 무난하게 분리에 성공했다. 다만 또 다른 대학원생이 기계를 계속 쓰고 있어서(사실 이걸 보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분리한다는 생각을 했다. 좀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다음에 효율적인 flash column chromatography에 관해서 포스팅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좀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7시가 넘어야 분리가 끝났고, NMR까지 확인하고 다음 반응까지 걸고 가니 거의 9시가 다 되어버렸다. 생성물이 불안정해서 언능 protection(다음 반응)을 진행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흠 9시까지만 해도 힘든데, 9시에 출근해서 토요일 일요일을 포함해서 매일 새벽 1시까지 3년 동안 했다고 하는 교수님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나는 살면서 나를 포함해서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게 똑똑하지도 그렇게 강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와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는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딴짓 안 하고 1시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물론 중간에 집에서 자고 오거나 그럼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게 효율적일까? 라는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뭐 생물을 공부하다 보면 통계적으로 outliers라고 불릴만한 유전적 특성이 있는 개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각종 플랫폼을 통해 그런 삶을 꾸준히 인증하는 분들도 계셔서 믿기야 믿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그 깊은 실체를 완벽히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거의 끝이 보인다는 후련함을 안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해서 좀 쉬고, ppt를 만들다가 곧 잠에 들었다.
Thursday, November 10
사실 오늘부터는 원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야 했으나, 포닥이 시연 보여줘야 할 것을 좀 더 준비하고 내일 보고 싶다고 해서 아침에 Zoom으로 수업을 듣고 여유롭게 운동하러 갔다. 이 시간에 운동을 가니 새벽보다 사람이 없어서 굉장히 어색했다. 근데 이상하게 저녁 시간에 봤었던 분이 또 계셨는데 이분은 무슨 지박령인지 갈 때마다 보인다. 미친 어깨 근육을 보면 하루에 운동을 두 번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점심을 먹고 출근한 후 어제 걸었던 반응을 끊고 분리를 했다. 퇴근하고 따로 저녁에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다. 실험하고 있는데, 같이 로테이션하는 친구를 포함한(나와 같이 합성에 관심이 많았던) 동기 둘이 Scripps로 가기로 확정이 되었다ㅠㅠ 내가 화학 자체가 재밌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나는 화학만 하고 싶지 않고 “약” 개발에 목적을 두고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확고하게 다져 놓았기에 남기로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성격 좋은 두 친구의 앞날에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둘이 동기들을 잘 이끌고 활발할 성격이었기에 떠나는 게 좀 헛헛하고 아쉬움이 많지만, 샌디에고에 사는 친구들이 생긴 거라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해줘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ㅎㅎ 동기끼리 다 같이 한 번 놀러 가기로도 했다.

분리를 후다닥 빨리 끝내고, NMR까지 잘 확인하고 드디어 이 프로젝트를 떠나보냈다.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다행히 제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바로 pizza talk을 가서 피자와 치즈스틱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사진도 이상하게 찍어버렸네) ㅋㅋㅋ 치즈스틱은 노릇노릇하고 거대해서 와 이거 맛있겠는데 하고 딱 물었는데 퍽퍽 딱딱…피자는 전에 먹었던 다른 브랜드보다 썩 맛있지 않았다. 그래도 교수님이 나름 괜찮은 와인을 가져오셔서 마시면서 들었는데 이건 좀 좋았다. 한 교수님은 중국분이었는데, 발음이 썩 좋지 않아도 굉장히 재밌고 유창하셨다. 다시 한번 자신감!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목요일은 역시 영어를 너무 많이 듣는 날이라… 집에 와서는 금방 잠에 들었다.
Friday, November 11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실험 노트 정리를 하고, chem 223 수업을 들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나와 비슷하게 똑같은 두 교수님에게 공동 지도를 받고 곧 졸업 예정인 5년 차였고(cell penetrating peptide에 관해 발표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내가 다음에 로테이션할 교수님 방의 5년 차 학생이었다. Undruggable한 protein을 발현 후가 아닌 발현 전인 translation 차원에서 막아 조절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이 방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하나의 주제인데 QBC Retreat을 포함하여 꽤 여러 번 듣다 보니 굉장히 재밌어 보이긴 한다. 물론 경구투여가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라(Antisense oligonucleotide와 molecular glue를 conjugation 하는 개념) 썩 끌리진 않지만, 수많은 표적에 적용할 수 있는 platform technology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관심이 가긴 한다. 아 말을 안 했는데, 다음에 로테이션할 연구실이 확정되었다. 교수님이 계속 학교에 안 계셔서 어떤 주제를 할지 확정을 못했었는데, 이번 주 월요일에 메일을 한 번 더 드렸고, 화요일에 다행히도 바로 답장을 주셨다. 방에 있는 2년 차 CCB 선배가 내게 배정된 사수(포닥)가 뛰어난 chemist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바로 연구실로 가서 같이 로테이션하는 친구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de novo protein catalyst design의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들었다. 이렇게 알려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 걸 잘 알기에 정말 정말 고맙다. 나도 저렇게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사수가 되고 싶다. 자기 연구를 먼저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많이 듣고 나도 공감하긴 하지만, 사람이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머리 터지게 듣고 난 후 바로 퇴근해서 집 청소를 좀 하고 허브로 가서 밀린 블로그를 전부 쓰고, 오늘 배운 것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받아적다가 너무 밀리면 아직도 한글로 바꿔서 적곤 하는데 참… 뭐 어쩔 수 없다. 영어 실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니. 내일은 친구들과 처음으로 맞는 Friendsgiving인데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부디 오븐을 태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ㅋㅋㅋ
Saturday, November 12


아침에 운동을 다녀오고 밀프렙을 한 뒤 Friendsgiving 준비로 요리하러 갔다. Turkey를 준비하는 친구는 예전에 한 번 얘기했었던, 부모님이 모두 한국분인 LA 토박이 친구인데 이번이 무려 여섯 번째로 준비해 보는 거라고 해서 엄청 능숙하게 손질했다. 이 친구가 대단한 게 대학교 1~2학년 때 구급차를 몰면서 응급 환자들을 수송하는 일을 했었고,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도 있고 뭐 Counter-Strike라는 게임에서도 나름 유명한 랭커라고 한다. 재미도 있고 한국말도 어느 정도 잘 알아들어서 같이 있기 참 편하다. Stuffing도 이 친구가 추천해 준 것이다. 열심히 재료 손질해서 섞고 오븐에 넣으면 끝.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보면서 따라서 차근차근 준비했더니 썩 어렵지 않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Herb의 향이 참 좋았다. 졸려서 본격적으로 모이기로 한 시간 전까지 낮잠을 잤고(숙소 건물 1층을 빌려서 요리를 하는 거라 아주 가까웠다), 이것저것 챙겨서 다시 내려갔다.














다른 친구들이 가져온 각종 과일(딸기, 귤, 포도, 파파야…), 와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찍은 것 같다.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상대적으로 여기 친구들은 이런 행사가 있어서인지 자기가 만들 수 있는(좋아하는) 요리를 하나씩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다. 요리를 편해하고 잘하는 친구도 많고! 우리나라에도 Friendsgiving과 같은 연례행사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Stuffing은 육수를 조금만 덜 넣었다면 좋았을 것 같고, Best를 꼽기는 쉽지 않지만 흠 초콜릿 피칸 파이가 아닐까 싶다. 미친 맛…ㅎㅎ 한 친구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서, 1층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부탁해서 ㅋㅋㅋ 예쁜 사진도 여러 개 남길 수 있었다. 4시 30분에 만났는데 거의 열한 시가 다 될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얘기부터 주제가 종잡을 수 없이 많았고🤪 방에 올라오자마자는 또 뻗어버렸다 ㅎㅎ 듣기가 늘어도 여전히 안 들리는 게 많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점점 잘 읽을 수 있게는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중, 고등, 대학교까지 얘기가 참 따라가기가 힘들다 ㅋㅋㅋ 이제는 한국에서도 20대 초반 친구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느낄 것 같은데, 지구의 전혀 다른 곳에서 평생을 보낸 친구들은 어련할까. 그래도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이라 자리가 불편하다고 느껴지진 않아서 다행이다. 내년에는 다들 연구실을 정해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이렇게 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