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좀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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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24
오늘도 어제와 같이 여유롭게 일어나서, 온갖 집안일을 마친 후에 다음 주 1주일 치 음식을 한꺼번에 다 했다. 돌아오는 주까지만 체중을 점차 늘리고, 그다음 한 달은 체중을 조금 감량하고 다시 석 달 동안 체중을 늘려볼 생각이다(3:1 사이클). 지금까지 체중은 그럭저럭 잘 늘고 몸도 나빠진 것 같진 않은데 확실히 인바디를 안 찍어봐서 느낌이 잘 안 온다. 몇 주 뒤에 배정된 주치의를 보러 가는데 그때 측정이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한다. 이제 딱히 먹는 것에도 변동이 없기에 식단을 엑셀로 깔끔하게 정리했고, 다음 주부터는 여기서 탄수랑 지방만 좀 줄이면 되니까 이걸 토대로 잘 지켜보려고 한다.
Gym을 갈까 하다가 유산소를 또 너무 안 하는 것 같아서, 지하에 있는 숙소 gym에서 러닝머신을 탔다. 날씨랑 상관없이 뛸 수 있다는 게 실내의 장점이나, 너무 지루하다. 물론 뭘 보면서 뛸 수는 있지만 거의 고개를 좀 처박아야 하는 수준이라 내 경추가 걱정된다. 앉아서 타는 건 딱 눈높이가 맞게 잘 되어있는 게 많은데, 뛰는 건 항상 이렇게 되어있다. 이런 생각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했을 텐데, 지금까지 마땅한걸 본 적이 없는 것 보면 안전 문제로 일부러 이렇게 했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대충 얘들이랑 어울릴 정도는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또 게임을 몇 판 하고, 글쓰기 과제가 있어서 이걸 마무리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이제 2주면 벌써 Fall quarter가 끝난다.
Monday, November 25
오늘은 Thanksgiving이 있는 주라 그런지 수업이 없어서, 아침에 여유롭게 운동을 다녀오고 출근했다. 저번 주에 합성한 화합물의 NMR을 확인한 뒤, 새로운 반응을 2개 걸었다. 지금은 단백질을 이용한 촉매 반응을 테스트하려는 시작 물질들을 만들고 있는데 대부분 특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들이다. 손쉽게 vendor를 통해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은 아니라 스스로 합성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복잡한 구조들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합성하는 게 효율적인지 유기화학 지식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무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긴 한데 역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 아쉽다.
연구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면 A에서 B로 가는 방법이 없거나, 있더라도 단점들이 꽤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백질을 이용하여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만드는 걸 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A에서 B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 자체는 이미 밝혀진 상황이고 이 방법을 발견한다고 해서 뭐 새로운 약이 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보면 된다. 물론 적용을 잘해서, “이미” 존재하는 특정 약물 분자를 합성하는데 비약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가능성은 있다. 상황에 따라 이것이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환자들에게 이바지하는 바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 내가 박사 동안 하고 싶은 연구와는 좀 거리가 있다.
다음 주에 proposal 최종 발표가 있어서 퇴근 후에는 이걸 다시 한번 수정하고 연습했다. 발표 전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3분이 주어지며, 5분 동안 내가 이루고자 하는 연구 주제를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독립적인 목표 2개를 제시한 뒤, 15분 동안 질문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부분을 추가 설명하는 방식이다. 월, 수 양일에 걸쳐 8명씩 발표하는데 썩 좋지 않게 수요일 거의 맨 마지막쯤에 발표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이 공부했기에 망신당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Tuesday, November 26
연구실에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 ㅋㅋㅋ 뭐 저번 주 금요일부터 연휴를 즐기러 떠난 사람도 있었고 점차 목요일이 다가오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근 몇 년간 자주 드는 생각은, 난 같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어야 정신을 좀 잡고 같이 노력하고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막 전역했을 때 자신을 스스로 평가했던 것보다 지금은 상당히 의지박약이라고 느껴지고, 좀 의욕이 대체로 떨어지지 않았나…라고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투덜대곤 했지만, 여러 과제가 있거나 반드시 완수해야만 하는 것이 빡빡하게 있었던 경우 훨씬 얻어가는 게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몸이 썩 좋지 않은 적도, 만사가 다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은 열심히 해서 내가 명확하게 얻어갈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지금 로테이션하는 연구실에는 들어갈 것 같지 않고. Proposal 발표는 최종 평가에 사실상 들어가지 않으니(개판을 치지만 않으면 다 성적을 잘 준다고 한다) 지금 내가 뭐 절실하게 해야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영어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지만 이게 벼락치기로 단숨에 나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주거나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 의욕이 계속 빵빵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이 program에서 만난 친구들은 영어 자체로는 전혀 문제를 겪을 일이 없는 얘들이어서 영어 공부를 하는 동지가 없다는 점에서 좀 외롭기도 한 것 같다. 볼멘소리를 좀 하긴 했는데, 연구실이 정해지고 박사 자격시험 준비를 하게 되면 정신머리 없이 몰두할 일이 생기니 괜찮아질 것 같다 ㅎㅎ
어제 걸었던 두 반응을 끊고 분리까지 마무리했다. 한 반응은 ref 자체도 거의 없었고, 걸기 전부터 조금 불안했던 점이 있었는데 역시 원하는 생성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구조가 조금 다르지만, 훨씬 반응이 잘 될만한 기질을 가지고 다시 실험해 보려 한다. 이 연구 주제 자체가 일단 빨리빨리 내 단백질이 우리가 원하는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건데, 그걸 테스트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재료를 쉽게 돈을 주고 구할 수 있는 경우로 반응을 한정해 보고, 잘 안되거나 흥미가 가는 게 없으면 재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반응을 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가고, 집에 가서 곧 잠에 들었다.
Wednesday, November 27
오랜만의 밝은 하늘이라 기분이 참 좋아서 출근길에 사진을 남겨봤다. 비가 오는 날이 당분간 계속된다고 여러 사람들이 겁을 줬었는데? 다행히 오늘을 포함해서 당분간은 비 소식이 없다🙂 날이 오히려 계속 좋다가 좀 안 좋았을 때 퍽이나 우울감이 느껴지기도 해서인지, 당연히 좋은 날씨는 없다… 라고 감사하게 된다. 오늘은 어제 합성했던 두 물질의 NMR을 확인하고, 포닥과 다음 주(마지막!) 계획을 의논했다. Exit Talk이라고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전부 정리해서 30분 동안 랩미팅 시간에 발표해야 하는 게 있는데 이게 좀 부담이긴 하다. 물론 들어갈 생각이 지금은 없긴 해도, 친구가 해줬던 말도 있고 인상을 좋게 남기며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2월 11일로 proposal 발표 이후에 주말을 온전히 쏟을 수 있기에 촉박한 느낌은 아니다!
이후에는 두 번째 프로젝트 관련해서 한 가지 더 합성해야 할 게 남아 있어서(불안정해서 미리 만들어두면 안됐다) 이걸 마무리했다. 전에 말한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도 참 착한 게 본인이 논문에 이름을 넣어준다고 약속한 걸 떠나 말을 참 예쁘게 한다고 느꼈다. 나는 따라 하고 싶거나 잘 모르는 표현이 있으면 핸드폰에 그때그때 메모를 해두는데, 이 친구와 연구를 같이 하면서 배워갈 게 많았다. 경어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영어에서도 분명 어떤 사람은 특히나 말을 예의 있게, 사려 깊게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게(내가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 임에도) 신기하다. 졸업하고 포닥 갈 곳도 잘 정해진 것 같던데 이 친구의 앞날이 밝기를 바란다.
퇴근하고는 친구와 Wingstop을 시켜서 먹으며 Breaking Bad를 봤다. 난 치킨을 워낙 좋아하니 Wingstop은 기대한 대로 역시 맛있었다. 분명 엄청 맛있었는데, 지금 블로그를 쓰고 있자니 갑자기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치킨들이 그리워진다. 예전에 치킨 소개 글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좋아하니 말 다했지. Breaking Bad는 Friends와 함께 내가 모든 시즌을 완주한 미드이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은 아닌데, 흥미를 잘 못 붙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 회를 보면 다 봐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시작을 잘 못한다. 또 지루해지면 그냥 하차하곤 하는데 저 두 미드는 뭐 누구나 추천하겠지만 참 재밌게 봤다. 최근에 쇼츠에서 브배를 접해서 종종 클립을 보다가 친구는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난 다시 보기로 했다. 화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미드. 처음엔 자막 없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잠깐 생각했지만 역시 절대 무리였다 ㅋㅋ 그래도 예전엔 한영 자막을 동시에 켜고 봤는데 이제는 영어 자막만 하고 잘 볼 수 있다니 감개무량.
Thursday, November 28
추수감사절 당일. 새벽에 현재 같은 연구실에 계신 한국인 박사님으로부터 홈파티 초대를 받았다. 약대 선배님이기도 하시고 여러모로 진로 관련해서 조언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로테이션 초반에는 김치볶음밥, 최근에는 떡볶이까지 사주시고 많이 챙겨주신다. 조금 어색한 자리가 될 것 같지만서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오우 생각보다 장소가 굉장히 멀었다. Lafayette라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로,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간다고 이미 말씀드리기도 했고, 사실 급하게 할 것도 없으니 여행가는 느낌으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발하기 전에 머리를 잘랐다. 자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뒷머리를 혼자서 편하게 자르는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은 대박?중박?은 날 것 같다는 것. 나는 잘 늘지 않는 것 같아서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길.
버스를 타고, 바트(BART; Bay Area Rapid Transit)로 갈아타고 도착한 Lafayette 역에서 선배님이 픽업을 해주셨다. 꽤 역에서 떨어져 있어서 차가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위치의 한적한 곳이었고, 미국에 온 지 3개월이 넘어서야 드디어 미드에서 보던 마당과 garage가 딸린 집들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서 몇몇 집들은 예쁘게 외관을 꾸며 두었는데 이게 이웃들이 은근히 부담을 줘서 본인 집도 비슷하게 꾸미라고 눈치를 좀 준다고, 꽤나 스트레스받는다는 다소 귀여운 얘기를 들으며 도착했다. 땡스기빙 기념 식사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는데, 다행?히도 Wholefood에서 전부 사 오신 거라 준비를 많이 하지는 않으셨다고 부담 갖지 말라고 해주셨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고 특히 잡채는 내 기억으로 미국에서 처음인 것 같은데 한국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뚜레쥬르! 케이크도 맛있게 먹고, 선배님에게 또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윷놀이ㅋㅋㅋㅋ를 했다.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느낌😅 재밌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가려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선배님께서 밤에는 바트가 위험할 수 있어서 집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하셨고, 덕분에 무사히 집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길이 꽤 막혔음에도, 연구뿐만 아니라 미국에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순식간에 금방 도착했다고 느꼈다.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미국에서의 첫 추수감사절이었다.
Friday, November 29
오늘은 동기 중에 지금 딱히 할 일이 없는 친구 둘(모두 international student)과 금문교(Golden Gate Brg, San Francisco, CA)를 가기로 했다. 3월에 친구와 차를 타고 근처까지는 가봤지만, 다리 자체를 건너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가는 겸 반대편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날씨가 기가 막혀서 다들 기분 좋게 기대가 가득 찬 마음으로 아침 일찍 학교 근처에서 만났다. 갈아타긴 해야 하지만 금문교까지 대중교통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그리 기다리지 않고 금방 버스를 타고 출발했고 한 시간 좀 남짓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는 역시나 연구 얘기를 쉴 새 없이 ㅋㅋㅋ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는 참 “총명”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데, 이 친구와도 다음 로테이션을 같이한다! 배울 게 많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또 열심히 하는 친구로 유명하다고 하니 나도 더불어 열심히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금문교 정류장에서 내린 후 천천히 걷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정말 정말 좋아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솔직히 다리 자체가 주는 장엄함이나 그런 건 딱히 느끼진 못했고 그냥 주변이 너무 예쁘고, 그 한 가운데에 거대한 붉은 다리가 있다는 게 좀 신기한 느낌. 분명 다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따뜻했는데 막상 위에 가니까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서 얼굴이 다 빨개졌다 ㅎㅎ 이제 연구 얘기할게 떨어져서, 좀 더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역시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게 중요하긴 한 것 같다. 3km나 되는 거리를 천천히 얘기하면서 걷다 보니 좀 춥기도 하고 다들 배가 많이 고파졌다. 다리 건너편 전망대에서 다 같이 추억할 만한 사진을 여러 장 남긴 후,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미리 찾아봤던 샌프란 소재 베트남 음식점(Sunflower Vietnamese Restaurant; 288 Connecticut St, San Francisco, CA 94107)으로 향했다. 예전에 동기끼리 Potluck을 했을 때 이 친구가 사 왔던 것을 제외하면 미국 와서 베트남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한을 푼 것 같다. 롤, 분짜, 쌀국수, 베트남식 커피까지 아주 든든하게 먹어 치웠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한 달에 두세 번, 못해도 한 번은 꼭 베트남 음식을 먹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미국에서 지금까지 찾아가 본 적이 없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으니 종종 방문할 것 같은 괜찮은(베트남 친구가 인정할 정도) 집이었다.
집에 와서는 낮잠을 자고, 종종 운동을 같이 하던 한국인 박사과정 친구와 gym에 갔다. 연휴라 학교에 있는 곳은 2시에 닫았기에 친구 집 근처로 향했는데 오 시설이 꽤 괜찮았다.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어떤 주제에 관해서 토론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좀 신기하다. 둘 다 피상적인 대화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나 그보다는 더 서로 의견을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서인 것 같다. 이 친구는 다음 주에 한국으로 3주 넘게 다녀온다는데 무려 3년 만이라고 한다. 날씨 때문에 겨울에 가는 걸 좀 꺼렸었는데 사실 남아도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새해까지 쉬엄쉬엄하는 분위기라 이때 한국에 가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돈도 그다지 쓸데가 없으니, 내년에는 여름을 포함해서 두 번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름 겨울 둘 다 결혼할 만한 친구들이 썩 달가워하는 시즌은 아닌 것 같지만 ㅎㅎ 때가 잘 맞아 직접 축하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저녁은 친구가 자주 가는 라틴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갔고, 타코와 스테이크 덮밥(정확히 이름은 모르겠는데 간장 베이스 소스에 감자튀김이랑 여러 채소, 소고기를 넣은 느낌)을 먹었다. 뭘 먹고 실패한 경험이 없는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난 단연 타코가 먼저 생각나는데, 그리 미식가가 아니기도 하고 타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나에게 저점이 꽤 높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요즘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동기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들에 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열심히 사는 친구랑 얘기하면 확실히 좀 힘이 나는 듯. 집에 와서는 블로그 밀린 것을 썼다. 확실히 사진이 있으면 생각도 더 잘 살아나고 글이 풍성해지는 느낌🙂
Saturday, November 30
충분히 잠을 자고, 이번에 대학원 지원을 마치고 UCSF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러 온 약대 후배를 만났다. Yummy Plate(177 Townsend St #135, San Francisco, CA 94107)에서 아사이볼과 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아사이볼은 예전에 한국에서 한 번 먹어보고 처음인데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았다.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에 달달해서 확실히 여름에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먹으면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좀 쌀쌀하지만, 여름에는 종종 챙겨 먹을 듯. 후배가 선물로 책과 편지, 인형과 티를 줬는데 “언어의 온도”라는 책은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반가웠고, 인형이 정말 귀여웠다👏 탁월한 안목! 다행히 날씨가 엄청 좋아서 학교 근처, 캠퍼스 구경을 성공적으로 시켜줄 수 있었다. 저번에 동기가 놀러 왔을 때도 느끼지만 참 캠퍼스가 아기자기하다. 전부 둘러봤는데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ㅎㅎ 내가 직접적으로 많이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이 후배는 분명 이번 입시를 성공적으로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연구를 열심히 해 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논문에 이름이 들어가기도 했고, 이번에 나름 유명한 교수님이 오시는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도 할 정도니. 꼭 원하는 곳에 붙어서 박사 생활을 잘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후에는 잠깐 허브에 갔다가 어제 운동했던 친구와 학교 gym에서 봤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또 허브로 향해서 Exit Talk presentation을 좀 만들었다. 10주가 넘는 시간 동안 했던 것을 짧은 시간 안에 깔끔하게 발표하려니 쉽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첫 로테이션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 로테이션부터는 좀 더 체계적으로 내가 했던 것들을 미리미리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