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
Table of Contents
Sunday, October 20
아침에 친구들과 코스트코를 가서 장을 왕창 봤다. 계속 같은 것만 먹으니 조금 물려서 치킨스톡과 굴 소스, 바질페스토를 사봤다. 생각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진 않고 MSG가 많다. 적당히 쓴다면 더 맛있게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운동을 갔다가(귀엽게 할로윈 느낌을 내놓았다) 밀프렙을 하고 블로그를 하루 종일 썼다. 이제 어느 정도 루틴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월-금 하루 루틴도 짜봤다.
- 06:00 기상, 바로 운동 가기
- 08:00 까지 와서 씻고 아침 먹기
- 09:00 까지 수업 혹은 출근 (그 전에 가야 한다면 더 빨리 기상)
- 12:00 ~ 13:00 점심 (수업에 따라)
- 16:00 간식 (프로틴바와 피넛버터 샌드위치)
- 19:00 퇴근 (배웠던 것 정리, 내일 할 것도 계획하고 퇴근), 집가서 바로 씻고 저녁 먹기
- 20:30 ~ 21:30 Hub에서 집중 (정말 급하면 더 하기)
- 22:30 취침
이게 일단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루틴인데… 가장 힘들 거라 생각되는 부분은 밥 먹고 다시 바로 나가는 거. 아니 이건 그렇다 치자. 문제는 집에 와서 자기 전에 끝없이 유튜브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ㅠ 요건 좀 해보고 어떻게 잘 지킬 수 있을지 보려 한다. 저녁 늦게 블로그를 완성하고 2주가 벌써 지나서 머리를 잘랐다. 갈수록 옆머리를 짧게 잘라버리고 있다. 처음에 19mm로 시작했는데 이제 9mm다🤣 다운펌을 안 하니 밤송이처럼 자라는 게 참으로 야속하다. 저녁을 먹고는 저번에 제출했던 proposal에 대한 feedback이 도착해서 아주 조금 수정하다가 내일은 symposium을 가야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기에, 미리 짐을 싸고 언능 잠에 들었다.
Monday, October 21
Bay Area Chemical Biology Symposium 1일 차. 08:00부터 등록 시작이고 Stanford에서 열리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 차를 타고 출발했다. 이 친구가 진짜 고마운 게 집이 이곳 UCSF와 Stanford 사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친구들을 위해 UCSF까지 와서 태우고 다시 Stanford로 간다. 착한데 듬직하고 유쾌한 친구이다 ㅎㅎ 약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게 Palo Alto 역에서 학교까지 들어가는 것도 있어서 생각보다는 더 걸리는 느낌이다. Stanford는 벌써 3번째인데, 하나의 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지 내에 뭐 없는 게 없다. 시설도 쾌적하고,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정말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날씨도 좋고! 또 단점이자 장점으로 나가려면 큰맘 먹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자연히 공부에 집중하게 되는? (그러리라 믿는다) 가히 최고의 환경이라 할 수 있겠다. 학생들과 교수님의 수준, 연구 시설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 이번 Symposium은 Stanford에서 열려서 그런지 연사들도 Stanford 교수님이 많았다. 격년으로 열리고 저번에는 Berkeley였다고 하니, 다음에는 UCSF에서 열릴 것 같다고 한다.
진행 방식이 조금 독특한데, Chemical Biology가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기에 수많은 연구를 일단 크게 크게 나누고 (Session) 교수님들도 너무 많아서 10분씩만 Flash Talk 느낌으로 그 Session에 해당하는 본인의 연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느낌이었다. 질문은 온라인으로 받으며, 각 Session에 해당한 교수님이 모두 일렬로 앉은 후 돌아가면서 미리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첫 질문은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주 좋았다. 비록 10분이 짧긴 했지만 무엇을 하는지, 내가 관심이 생기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또 각 교수님은 poster presentation을 하는 학생들과 거의 같이 왔기에, 좀 더 깊은 질문을 poster session에서 할 수 있었다. 정말 좋았던 것은, 바로 poster session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발표자가 딱 1분! 씩 매우 빠르게 내 포스터는 어떤 내용이며, 무엇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운지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이걸 들은 청중들은 포스터 번호를 메모해 뒀다가, poster session 시간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 아주 좋아 보였다! 물론 사전에 포스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안내 책자도 배부되므로 그것을 참고할 수도 있다.
첫 순서는 202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CAROLYN BERTOZZI의 발표였는데 와… 발표를 뒤지게 잘한다. 연구도 물론 나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졌으나 발표 실력이 더욱 뛰어나 보이는 것은 왜일까. 시선 처리, 발음, 전달력, 매너 등 쏙쏙 잘 들어왔다. 물론 첫 순서라 집중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ㅋㅋ 강연을 계속 들으며 다른 분들과 자연히 비교되는데, 그럼에도 잘한다고 여전히 생각한 걸 보면 진짜 잘하는 거라고 생각. 강연이 매우 많은 빡빡한 일정인데, 아까도 말하다시피 주제가 굉장히 넓어서 이걸 다 빠삭하게 이해하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해결해 나가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잠재적인 collaboration의 가능성 또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 주제를 설정하는데 아이디어를 얻기에도 좋아 보인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것에 현재 관심을 두고 있고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 점심은 면이 너무 뚝뚝 끊기고 차가워서 별로였다. 샐러드라 이해하겠지만 식감이 우….질문도 나름 세션에 한 개씩은 하면서 오후까지 열심히 듣다가, 스탠포드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같은 시기에 박사 유학을 와서(1년 차) 로테이션하고 있어서인지(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지금은 둘 다 protein design을 공부하고 있다. 신기하다🧐),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했다. 저번에 놀러 갔을 때도 밥을 사줬는데 고맙게도 이번에도 학생 식당에서 저녁을 사줬다. 샌프란에 오면 배부르게 대접할게 땡큐. 저녁은 저번에 와서 먹은 점심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기 미쳤고. 아이스크림도 있고 ㅎㅎ 좀 부럽다. 이 친구는 가치관도 그렇고 얘기를 할수록 나랑 많은 게 닮았다고 느껴진다. 근데 나보다는 더 긍정적인 것 같아서 좀 부럽다 ㅋㅋ 둘 다 원하는 연구를 잘 찾아서 연구실도 잘 들어갔으면 좋겠다. 친구의 친구와도 잠깐 인사를 하고(잠깐 뵀는데도 유쾌한 느낌!) 동기들이 있는 숙소로 향했다(Airbnb로 예약).
뭐 사진이 이런 것밖에 없지…? 얘들이 술을 잔뜩 들고 와서(술은 권하지 않아서 좋다. 내가 연장자라 그런가 하하) 여러 술게임을 했다. 첫 번째 사진이 그중 하나인데, 카드(Standard 52-card deck)를 전부 뒤집어 가운데 컵을 두고 빙 둘러싸는 형태로 둔다. 그다음 차례로 가면서 하나씩 원에 disconnect가 생기지 않게 조심스럽게 뽑으면 되고, 나온 숫자에 따라서 특정 행동을 하면 된다. 행동은 전체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가 나왔다면 본인이 마시고, 3이 나오면 한 사람을 지목해 마시게 하며, 또 앞으로 메이트를 정해서 내가 마시면 이 사람도 같이 마시게 하고(one way인 게 웃음 포인트이다.), 한 단어를 제시하고 rhyme을 맞춘다든지, never have I ever라고 손병호 게임을 한다든지. Ace부터 King까지 13종류의 행동을 한다. Jack이 나오면 3번째까지는 가운데 빈 컵에 독한 술을 따르고, 마지막 Jack을 뽑는 사람이 그걸 마시며 게임이 끝난다. 원을 망가뜨리면 (중간에 빈 곳이 생기면) 또 가운데 술을 마시며 게임이 끝난다. 또 할리갈리 비슷한 게임을 하길래 난 지켜보고, 이후에는 얘기도 좀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재밌게 보냈다. Youtube 연결해서 karaoke처럼 해두고 한 사람씩 가사를 보지 못하게 TV를 등지고 앉아서 노래를 맞추는 게임도 했다. 얘들이 미국의 iconic 한 음악을 소개해 준다고 많이 애써줬다. 열심히 놀다가 아침부터 일찍 나오기도 했고 다들 피곤해해서 자정 전에 마치고 잠들었다. ㅋㅋ 친구가 부가티처럼 코를 너무 골아가지고 잠을 많이 못 잔 건 함정.
Tuesday, October 22
두 번째 날. 잡은 숙소가 행사장에서 가까워(샌프란보다는) 금방 가서, 아침 잘 먹고 다시 강연을 들었다. 전날 친구의 코골이를 녹음해서 동기들에게 행복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강연과 관련해서는 첫날도 느꼈지만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기도 하고, 내가 전문성을 갖춘 부분이 당장은 Chembio에서 마땅히 없다 보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듣게 되는 것 같다. 영어 듣기 공부는 잘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재밌는 강연과 포스터가 꽤 많았다. 뭔가 나중에 연구를 열심히 하다가, 또 오게 되면 분명히 보이는 것도 더 많고 얻어갈 것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학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 좀 자고, proposal 수정을 했다. 과제를 하면서 느낀 건데 생각보다 아직 computation 쪽으로 모르는 게 많아서 내가 열심히 안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손으로 하는 실험이 많기도 하고 사실 저녁에 공부를 그렇게 따로 하지 않아서인가, 이론적인 측면에서 빈 곳이 많다고 느꼈다. 마음만 먹으면 로테이션에서도 대단히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데… 앞으로는 다른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단 내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할 생각이다. 웬만하면 주말 중 하루는 약속을 잡지 않고 도서관에 박혀야겠다.
Wednesday, October 23
아침에 Chembio 수업,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의 Proposal을 훑어보며 중간평가를 해줬다. 문득 Grant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굉장히 궁금해졌는데, 제대로 시간을 들여 critical 하게 보려면 아주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수많은 application 중 어떻게 보석을 가려낼까 신기했다. 막상 친구에게 내 것을 설명하려고 하니 턱턱 막히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아직 잘 내용을 모르는 것 같다. 열심히 다시 수정하고 해야겠다ㅠㅠ
수업 이후에 연구실에 잠깐 들른 후 다시 점심을 먹고 연구실에 가서 포닥과 오후에 지도교수님과 미팅하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결론은 간단한 ppt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부랴부랴 만들었고, 나름대로 발표를 잘 해서(역시 보면서 말하는 건 훨씬 낫다) 칭찬도 받았다. 손이 빠르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은데? 아직 이 교수님의 진의를 알 수 있을 정도로는 가깝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내가 갈아 넣는다면 그만큼 성과도 잘 얻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아직 랩을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모른다. 미팅을 잘 마치고, 저번에 crude mixture로 남겨둔 것을 분리하기 위해 PLC(prep-TLC)를 했는데 너무 spot이 더러워서 그냥 pipette column으로 간단하게 통과시킨 후 그다음 crude NMR 찍었다. 다행히도 NMR은 나름 깨끗한 편이어서, 내일 Chiral GC를 하기로 했다.
퇴근 후 운동가는 길 하늘이 예뻐서 찍어봤다. 원래 웨이트하고 10분 정도 뛰는데, 갑자기 발목이 좀 아파서 옥상에 올라가 Battle rope로 유산소를 대체했다. 야경이 이쁘길래 찍어봤다. 8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해서 씻고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나가서 밀린 연구 내용 정리를 하고 들어와서 일찍 잤다. 내일부터는 아침에 운동을 꼭 가야 한다. 흠 논문은 도대체 언제 읽으라는 것인가. 그래도 오늘 미팅 때 실험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다고(노가다) 간접적으로 티를 내긴 했으니, 앞으로 로테이션은 공부할 시간이 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 오늘 느낀 건 오히려 좀 느려도 괜찮으니 굉장히 꼼꼼하고 정확하게 한 스텝씩 차근차근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오늘 뭘 했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무작정 하다가는 나중에 결과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니 말이다.
Thursday, October 24
아침에 운동을 다녀왔다. 9시까지 출근해야 한다면 3시간 전인 6시에만 일어나도 여유롭게 운동하고 아침까지 먹을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통학했었고 석사 때 출근이 8시 30분까지여서 5시 30분에 일어나도 운동을 막 쫓기듯이 했었는데 정말 너무 좋다…쉬는시간도 충분히 가져가면서 운동하니 컨디션도 더 괜찮고, 집에서 든든하게 아침도 먹을 수 있어서인지 몸도 조금이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아침에 운동하면서 영어로 팟캐스트를 듣고 나면 벌써 하루를 잘 살았다는 기쁨이 들면서 하루 시작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인가 달라져 있는 모습을 보고싶다 ㅎㅎ
GRAD 202 수업을 zoom으로 들었는데, 중간중간 소그룹으로 모여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다. 주제가 인권과 윤리에 관한 것이다 보니 확실히 일상 얘기보다는 알아듣기도 쉽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하기도 어렵다. 과학 얘기라면 어휘가 어려워도 많이 접해봤기에 맥락상 이해할 수 있는 게 있는데 후 이건 참 어려운 부분이다. 문화를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이렇게 내가 미국에 와서 시간을 그리 쏟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 깊게 얘기할 경우가 생기면 진짜 이방인 느낌이 물씬 난다. 솔직히 이런 건 극복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극복하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일단 연구를 잘하고 생각하자.
밥을 먹고 연구실에 출근해서 GC를 배웠다. 기기를 하나씩 배우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연구는 기기빨?이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특정 세부 분야에서는 사실상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이 실험을 하는데 GC가 없다고 했을 경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당연하게도 연구실의 재정 상황이 어떻냐에 따라 얼마나 좋고 많은 기기를 가질 수 있는지가 결정되므로 돈 많은 연구실과 연구 성과는 어느 정도의 양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자면 department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며, 돈이 많은 경우가 좋다고 할 수 있겠다. UCSF는 순수 화학으로는 썩 좋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이 화학을 못 한다기보다는 화학을 많이는 하지 않아서 기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느낌. 그래서 반드시 바이오를 하는 랩에도 가야 하고, 화학도 small molecule 합성 정도가 딱인 것 같다(심지어 이것도 outsourcing 하는 경우도 많다). 이곳은 methodology나 total synthesis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은 결코 아니며 그렇기에 그걸 하는 교수님이 있다고 해도 굳이 가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
방에 있는 GC는 chiral column을 사용하여 이론적으로 enantiomers도 분리가 가능한데, 분리능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굉장히 많아서 좋은 resolution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사실상 methods만 정해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 와중에 다른 걸 할 수 있어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처음 130 oC – 220 oC, 2.5 oC/min의 ramp로 시작했을 때 거의 분리가 안 되어서 추가로 3가지 방법을 더 걸어두고 수업에 갔다. 위 사진이 마지막 방법인데, 이건 사실 ChatGPT o1-preview에게 최대한 조건을 상세하게 주고 얻어낸 결과이다. 과연 월등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것마저 된다면 역시 더 Wet Job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ㅋㅋㅋ 기기를 처음 쓰는 사람도 수 분 만에 몇 년 넘게 일한 전문가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뭐 모든 부분은 불가능하겠지만)… 무섭다.
곧 Pizza talk를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인도 음식이라는데 왜 다 맛있는걸까 ㅎㅎㅎ 배를 빵빵하게 채워두고 열심히 얘기를 들었다. 연구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말은 거의 모든 교수님께 듣는 것 같다. 나는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이 부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어떤 부분에서 누구보다 더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수업 후 다시 lab에 들려 결과를 확인했는데 ㅋㅋㅋ 세 방법 모두 분리가 잘 안되었다. 다행히 아직 내 일자리는 안전하다 ㅎㅎ 내일 retention time을 많이 늘려서 얻어보도록 해야겠다. 기기를 끄고 곧 퇴근해서 씻고 다시 허브로 나가서 간단하게 공부하고 바로 잤다. 아침에 운동을 가니 잠도 더 잘 오는 느낌이다. 저녁에 가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시간활용이 잘된다고 생각!
Friday, October 25
오늘도 아침 운동에 성공했다. 저녁 운동을 하려고 할 때는 아무래도 일을 빡세게 하고 나면 gym으로 가기가 쉽지가 않은데, 아침에 가는 건 일어나는 것만 어찌어찌하고 바로 나가면 성공하는 것 같다. 웬만해서는 아침에 힘들게 나갔는데 굳이 다시 들어오는 짓은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딱 하늘이 예쁜 타이밍이라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걸로 “아침 운동을 몇 번 성공했는지 알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다 ㅋㅋ 연구실에 들러서 GC를 걸어두고 수업에 다녀왔다. 이제 CCB 학생들이 하는 것들은 그래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다! THE BAY AREA CHEMISTRY SYMPOSIUM가 오늘 열려서, 포닥이 흥미로워 보이는 거는 보고 오라고 해서 몇몇 강연을 들었다. 확실히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연사들이 많아서인지 의약화학에 대해서도 꽤 많이 다뤘다. 마지막 사진은 Genentech에서 CDK2 inhibitor project에 관련된 연구원들을 한 슬라이드에 정리한 것인데, 입이 딱 벌어진다. 저런 걸 보면 많이 들었듯이 Academia에서 의약화학을 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결론이 바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저 자리에 가서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으려면 어떤 역량들이 필요한지 잘 찾아보고, 함양할 수 있는 박사과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심 있는 강연이 띄엄띄엄 있어서 중간중간 왔다 갔다 하면서 GC conditions를 계속 수정했다. 일단 Running time이 45분 남짓으로 설정했기에 생각보다 기회가 많지 않다. 포닥과 얘기하면서 6번 정도 더 테스트했는데도 분리에 실패해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어떤 것이 더 높은 분리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GC로는 분리가 어려운 chiral compounds도 있다고 해서 HPLC를 쓰는 것을 권해봤고, 월요일에 한 번 더 얘기해 보고 가능하면 써본다고 한다. 이 기기는 다른 연구실에 있어서 허락을 받고 써야 하다 보니 GC에서 분리 조건을 찾는 게 앞으로의 실험에 더 수월하긴 하다. 참 돈이 넘쳐나서 필요한 기기를 모두 갖춘 꿈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고 싶다 ㅋㅋ 아 점심에 합성 랩에서 로테이션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여기는 flash column을 다 사서 쓰는 건 물론 그냥 시험관도 안 씻고 버린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NMR tube도 제약회사에서는 그냥 갖다 버렸다는데😱 조금 낭비인 것도 같긴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인력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퇴근 후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씻고 저녁을 먹고 다시 Hub에 가서, 블로그를 미리 좀 쓰고 proposal 수정을 했다. 수정하면 할수록 읽어야 할 논문은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좌절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해봐야겠다. 일단 이번 주말에는 Bootcamp 남은 3강을 끝내고! 논문도 적어도 한 편은 빠삭하게 읽어볼 것이다. 내 proposal에 모든 내용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더군다나 review paper라 모든 걸 다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부담을 좀 내려놓고 읽어봐야겠다. 내일은 9시에 gym이 열어서 오랜만에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 행복하다!
Saturday, October 26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더 자고 아주 개운하게 일어났다. 어제 오랜만에 데드리프트했더니 햄스트링을 얻어맞은 것 같은데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바로 운동을 다녀오고, 공부를 하러 카페(Dento Piano Cafe and Bar, 1339 Folsom St, San Francisco, CA 94103)를 갔다.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시는데, 제대로 인사는 못 드렸지만, 사장님이 훤칠하니 아주 잘 생기신것같다…ㅋㅋ 물론 빙수, 커피도 맛있었다. 집에 와서 두 번째 끼니를 먹고 다시 Hub로 향해서 공부를 조금 더 하고 다시 와서 밀프렙을 했다.
여덟 시부터 동기들이 할로윈 기념으로 바를 가자고 전화가 계속 왔었는데, 나는 코스튬도 없고 안 간다고 했었기에 살짝 못 본 척하고 그냥 내 할 거 하고 있었다. 근데 아홉 시쯤 또 전화가 계속 오길래 받았더니 기숙사 근처에서 pregame을 끝내고 이제야 bar로 간다고 했다. 순간 올해도 준비를 안 했는데 내년에는 코스튬 준비를 할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 그냥 평범하게 입고 따라가기로 했다. 굉장히 독특한 코스튬을 한 친구도 있었고(스타워즈, 박쥐…), 해적, 인형?, 파일럿 등 무난한 걸 입고 온 친구들도 있었다. 바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다들 각양각색의 스타일로 준비해서 왔다. 미리 Bar crawl ticket을 사지 않고 한 장소에만 갔기에 딱히 저번에 갔었던 클럽이랑 딱히 다른 점은 못 느끼겠다. 할로윈이라고 뭐 특별한 것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정말 열심히 춤춘다… 역시 내 스타일과 그리 잘 맞지 않는다. 술을 안 먹어서 그런가?
그래도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이 하나하나씩 알려줘서 재밌게 따라 하다가(순간 다시 댄동 들어온 줄…) 곧 자리를 떴다. 건너편에 타코벨이 있어서 야식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선선한 날씨에 맞춰 여유롭게 걸어 다 같이 캠퍼스로 갔다. 동기들은 다들 착하기도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nerd 미가 꽤나 있어서 꼭 어디서든 연구 얘기를 한다 ㅋㅋㅋ 난 과하지 않고 딱 좋게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내일은 얘들끼리 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준결승을 새벽부터 보기로 해서, 빨리 잠에 들었다. 사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는 결과가 나와서(일요일) 하루 종일 기뻤던 것 같다. 자세한 건 다음 주 내용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