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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14주차 11/17/2024 ~ 11/23/2024

  • Post category:일상
  • Post last modified:November 25, 2024
  • Reading time:7 mins read

뭔 놈의 비가



Sunday, November 17

뒹굴뒹굴 낮잠을 자고, 대청소를 한 뒤에 proposal과 관련된 논문을 읽었다. 다른 포닥 분이 준 Draft까지 합치면 중요한 논문은 총 4개 정도인 것 같고, 이걸 꼼꼼히 읽고 나면 모든 De novo protein design의 내용은 알 수 없어도 내 project와 관련된 부분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운동도 다녀오고(이번 주에는 기분 좋게 여섯 번 잘 갔다), 다시 논문을 좀 읽고 블로그도 마무리한 뒤, 지난주 금요일에 들었던 내용을 문서로 정리했다. 음 지난달에는 조금만 쌀쌀해도 난방을 팡팡 틀고 잤는데, 이번에는 수면에 관한 어떤 영상을 보고 난 뒤 수면 시 적정 실내 온도가 대략 15~20도 정도로 내 생각보다는 훨씬 낮아서 난방을 전혀 틀지 않았더니 전기세가 꽤나 적게 나왔다. 갸이득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생각보다 점점 추워지는데 위의 온도는 유지할 정도로는 틀고 살아야겠다 ㅎㅎ 한국에서 썼던 온수매트의 포근함이 종종 생각나기도 하지만 나름 적응한 기분이다. 하 역시 아직 나에게는 약속이 없고 일을 좀 정리하는 주말이 하루는 필요하다.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니 충전이 되는 기분이다.

Monday, November 18



아침에 상쾌하게 운동을 다녀왔다. 꽤 쌀쌀해져서 그런지 패딩을 입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0도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내 생각보다는 꽤 쌀쌀한 느낌. 마지막 Chembio 수업! Journal Club, Chalk Talk는 남았지만, 오늘이 교수님이 오셔서 강의해 주시는 형식으로는 마지막 시간이다. Chemical Proteomics를 주제로 1시간 남짓 알차게 강의해 주시고, 20분 정도는 조를 나누어 교수님이 준비한 2가지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Chemoproteomic야 말로 Chemical Biology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연구 방법론인데 MS의 발전에 따라 비약적으로 효율이 향상하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Spring quarter에 열리는 mini-course로 더 듣고 싶은 마음이다! 수업 이후에 출근해서 모레 있는 발표 준비를 하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사수가 출근하지 않아서, 아직 primary care를 등록하지 않아 요걸 해결하고 여유롭게 다시 연구실로 가기로 했다. 전화로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예전에 한참을 시도해도 연결이 잘 안되어서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30분…을 계속 기다리고 나서야 담당자와 연결될 수 있었다. 인도분들은 정말 말을 잘하시긴 하는데 너무 내가 정석적인 발음으로만 듣기 연습을 평생 해와서 그런지 역시 쉽지가 않다ㅠㅠ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확실히 한국과 많이 다른 느낌인데, 주치의로 부르는 1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개인 담당 의사가 있는 게 특이하다(당연히 나만을 위한 의사는 아니다). 일단은 new patient로 등록하고 check up을 위해 예약을 했다. 무슨 가장 빠른 게 12월 13일인지 흐… 한국을 떠나기 얼마 전까지 클라이밍을 열심히 했었는데, 어깨를 살짝 다친 게 지금까지 낫질 않아서 물어보려 한다. 다행히 장학재단과 학교에서 주는 보험이 꽤 보장이 잘 되어서 악명높은 의료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근해서는 이제 다시 기존의 프로젝트에 들어가 실험을 시작했다. 진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상당히 많다. 텍스트나 그림으로 볼 때는 그래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네 하다가도 막상 내 손으로 재현하려고 하면 굉장히 귀찮거나 섬세하거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때가 왕왕 있다고 느낀다. 이제 내가 투자해야 하는 부분은 전형적인 methodology 실험으로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실험을 하는 거지만 그만큼 답이 잘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도 포닥과 열심히 얘기하며 합의된 논리를 바탕으로 하나씩 가능성을 제거해 나가는 건 꽤나 재밌는 느낌.

퇴근하고는 바로 샤워를 때리고 저녁을 든든하게 먹은 후 다시 발표 준비를 하다가 오랜만에 italki로 화상영어를 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잔액이 남은 걸 확인했는데 환불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수업을 예약했다. 5번 정도는 했던 강사분인데 발음이 아주 좋고 한국에서도 강의를 해보셔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2번 정도 더 하면 끝날 것 같다. 참 1:1로 선명하게 들으면서 얘기하면 할만한데, 단체는 아직 어렵다… 강사님이 여러 학생을 봤지만, 이렇게 초반에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는 학생은 거의 본 적 없다고 정말 유학을 잘 간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나도 진심으로 오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아직 ChatGPT advance voice mode는 전 대화들을 기억하지는 못해서 확실히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게 영어에는 더 나을 것 같다는(또 직접 보면서 말하는 게 주는 효과가 있다) 생각을 다시 했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12월 중순이 되면 클라이밍을 시작해 보려 한다. 화상 영어를 마치고는 늦게까지 발표 준비를 했다.

Tuesday, November 19

마지막 Chembio Journal Club이 끝났다. 이제 내일 있을 중간?발표와 12월 초에 있는 마지막 발표만 마무리하면 종강이다. 시험이 없다는 게 정말 좋긴 하다. 사실 있어야 영어가 더 늘었을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종강이 다가온다니 새삼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느낀다. 어느덧 3개월이 됐다는 것도 신기. 다음 수업을 가서는 CCB 학생 발표가 없길래 그냥 내일 있을 발표의 Script를 짜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다들 놀라지만, 나에게는 이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 품은 많이 들어도 이렇게 쭉 하려고 한다. 언젠가 영어가 많이 편해지면 이것보다는 시간이 덜 들긴 하겠지. 그래도 GPT가 나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서 자연스러운 구어체 느낌으로도 대본 수정을 굉장히 잘해주기에 매우 시간을 많이 쓰거나 하지는 않아도 되어서 좋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음 로테이션(내가 현재 들어가길 희망하는 연구실에서 한다)의 멘토분을 만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며, 그 배경은 뭔지 저번에 받았던 draft를 기반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최근에 같이 로테이션하는 친구가 본인의 로테이션 멘토가 썩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해준 이후로는, 친절한 멘토를 만나면 절로 감사하게 된다. 조금 더 빨리 시작하고 적응해서 어느 정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기에 1월이 아닌 12월 16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랩에도 잠깐 들어갔는데, 아 더 깨끗하고 기계도 훨씬 좋은 게 많고… 참 좋다. 공부할 것들과 12월 9일까지 간략하게 해야 할 것들을 듣고 얘기를 잘 끝낸 뒤 연구실로 향했다.




이제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검증 부분인데 단백질을 촉매로 쓰려고 시도하는 것이라 일반적인 반응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필요한 것들을 확실하게 공부하고, 단백질이 들어간 것, 들어가지 않은 것(대조군) 반응을 걸었다. Pipette를 화학 반응에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극소량의 시약을 취할 때), 굉장히 간단하다. 또 자주 쓰이는 시약은 안정한 용매에 녹여 진한 용액으로 준비해 둔 후, 굳이 질량을 재지 않고 액체 상태로 부피를 측정해서 바로 딱딱 넣는 것도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라고 느꼈다. 주말이 아닌 이상 수업을 듣거나 실험실에 있게 되는데, 하루에 새로운 걸 배우지 않는 날이 없다. 그날그날 최대한 해결하려고 하나, 더 깊게 파고들고 싶은데 그러기엔 다른 것도 많아서 쌓인 게 어마어마하다. 지금 보니 어느 정도 이해만 하고 다음에 자세히 정리해 봐야겠다 하고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둔 것이 80개가 넘네…🤨 다만 석사 때도 느꼈지만 랩에 들어간 후 1년 정도 열심히 하면 더 이상 하루하루가 엄청 새롭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모아둔 것을 차근차근히 곱씹으며 정리할 수 있을 때가 오리라 믿는다.

퇴근하곤 내일 아침에 있는 proposal 중간발표를 위해 white board가 있는 Hub로 향했는데, 아니 누가 보드마카를 다 가져간 게 아닌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결국 집에 가서 노트를 가지고 연습했다. 잠을 항상 넉넉하게 자다가 늦게까지 하려니까 참 힘들었다. 이제는 12시만 넘어가도 많이 졸리다. 이럴 때마다 아 지금이 가장 체력이 좋은 편일 텐데 이러면 난 나중에 어떻게 버티지? 라는 걱정이 든다. 평소에 마감 직전의 절실함의 반이라도 가지고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으련만. 시간을 쏟는 장소도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역시 과제의 Deadline까지 얼마 남았는지도 역시 한몫한다 싶다. 결국 밤을 지새우지는 못하고 최대한 하다가 잤다. 사실 중간 평가이기도 하고 팀을 짜서 5명과 멘토 한 명 포함해서 부담 없이 하는 거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느끼진 않은 것 같다. Proposal은 시간을 많이 쏟기도 해서 어떻게든 전달할 수 있다는 뻔뻔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하.

Wednesday, November 20

아침부터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친구들의 말과 일기예보를 보아하니 이런 날씨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은데 으 좋지 않다. 발표는 5분 protected time, 10분 unprotected time으로 NSO에서 했었던 Chalk Talk 형식과 동일했는데, 다들 열정이 넘쳐서 5-10분은 추가로 더 질의응답을 했고 나쁘지 않게 잘 마무리되었다. 하면서 참 똑똑한 친구가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런 친구들과 같은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같은 곳에서 5년 이상 있게 되면 그 누구라도 본인의 상황에 대한 나름의 권태가 오기 쉽다고 생각하나, 그때마다 연구에 눈이 빛나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상상해 봤다.


이후에 바로 출근해서 반응을 끊고, GC로 반응의 진행 정도를 측정했다. 기존에 조건을 잡아둬서 별다른 분리, TLC 확인 없이 생성물의 여부와 reaction mixture의 조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아주아주 강력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기기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응용 과학은 연필과 종이로 소신 있게 승부하기에는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랄까…내가 찾은 조건은 아쉽게도 run에 시간이 꽤 걸려서 일단 두 반응에 대해서 모두 GC를 걸어두고, 밀린 것들을 열심히 해결했다. 다음 로테이션 시작 전에 해야 했었던 과제도 거의 끝내버렸다. 이번에도 내가 직접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게 아주 좋다.


석사 때는 아쉽게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해져 있어서 무엇이 더 가능성 있는 분자일지 고민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논문을 찾고, 이러한 것들을 우선하여 만드는 게 어떨까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느껴 행복하다. 본격적인 내 연구를 시작하면 얼마나 자율성이 넘칠지 기대가 된다. 그만큼 나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삶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쏟는 부분을 온전히 내가 계획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기대가 된다.

퇴근하고도 비가 여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운동을 이틀이나 쉬어서 힘을 좀 내서 gym으로 향했다. 으 근데 왜 이렇게 힘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처지는 느낌. 아침에는 카페인 알약을 먹고 해서 그런가? 체온도 잘 오르고 정신도 맑은데, 퇴근 후 갈 때는 특히 연구실에서 집중력을 다 써버리면 운동이 잘 안되는 느낌이다. 비가 계속 와서 껌껌하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힘든 것 같다. 발표 같은 게 하나 끝나면 참 뭔가 보상 심리가 생기는건지…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다시 언능 잡아 봐야지.

Thursday, November 21

출근하여 GC를 확인한 결과 아쉽게도 product를 찾을 수 없었다. 추가로 여러 조건으로 실험할지, Substrate를 바꿀지 고민했다. 다시 한번 최근에 나온 mechanism study도 복기하고, preprint로 나온 논문들도 쫙 훑으면서 내 조건과 어떤 것이 결정적으로 다른지 보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나온 논문에는 특정 경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질문을 여러 개 준비해서, 포닥과 2시간 정도 치열하게 떠들었다. 결론은 100%는 아니지만 현재 methodology는 protein cat.과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모아져서, 약간 다른 mechanism을 가진 반응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와서는 새로운 반응에 필요한 model substrate 합성을 위한 scheme을 짰다. Electronic labnote는 정말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든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최근에 했던 합성은 중간체 Backup이라 그냥 보고된 대로 잘하면 됐는데, 이건 이제 내가 이 연구실에서는 처음 만들게 되는 거라 효율적인 방법을 잘 찾아야 한다.

석사 때도 계속 느꼈던 건데, 똑같은 물질을 만드는데도 정말 다양한 방법들이 보고되어 있고 여기서 유기화학적 지식을 잘 써서 최적의 반응을 골라내는 게 참 중요하다. 다만 그걸 위해 필요한 근거들이 명확하게 잘 안 보일 때가 있다. 연구자들이 과정을 대충 써놓는다거나..ㅠㅠ 이것도 뭔가 새로운 방법이 추가될 때마다 기존의 방법에 비교해서 장단점이 뭔지, 장점만 있다면 기존 것을 굳이 검색 상단에 놔두지 말고 더 우월한 방법을 노출하되 기존의 방법을 언급하고 찾으려면 볼 수 있게 해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전부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굳이 본인이 비교해서 발견한 사실들을 남에게 공개할 의무는 없으니(이득이 될 이유가 없다) 잘 실현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다 똑같은 반응에 용매만 다르다고 할 때 한 용매는 제거하기가 어렵고 다른 한 용매는 쉽다고 하자. 결과가 차이가 없는데 불편한 용매를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최초로 발견되었고 가장 많이 인용되어서. 이런걸로 시간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특히 전 세계에서 이 반응을 하는 사람들 모두를 생각해 본다면. 뭐 이런 상상을 하면서 열심히 procedure 정리를 한 뒤 반응을 걸고, Pizza Talk를 들으러 갔다.

메뉴는 또 피자였다(엑…그만좀)😭. 내 Academic advisor인 교수님이 패널에 계셨는데, 이분도 international로 대학원 때 처음 미국에 오셔서 내 상황에 공감이 갈만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열심히 듣기 연습을 하고 ㅋㅋ 집에 가서 일찍 잠에 들었다. 아 Thanksgiving 당일이 다음 주 목요일이라 수요일까지만 나가고 주말을 쭉 쉴 수 있다고 들어서 기분 좋게 잘 잤던 것 같다. 이때 최종 발표를 열심히 준비하면 될 것 같다.

Friday, November 22

전날 9시쯤 잠에 들어서 4시에 일어나버렸다. 다시 자면 뭔가 운동을 못 갈 것 같아서 밀린 일을 하다가 운동을 다녀왔다. 비가 생각보다 계속, 많이 내려서 좀 별로다… 아침이 더욱 깜깜해졌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이보다 더 좋은 날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억수로 쏟아지진 않지만, 꾸준히 계속되는 비를 보니 썩 행복하진 않다. 운동을 가기도 더 귀찮아진 느낌… 그리고 바람이 엄청나게 세서 가져온 매우 작은 접이식 우산이 맥을 못 춘다 ㅋㅋㅋ 곧 튼튼한 우산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아 그리고 미국은 우산을 안 쓴다는(영국인가?) 얘기를 동기들에게 들었는데 뭐 우리나라보다는 물론 그냥 맞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우산을 쓰는 사람을 왕왕 볼 수 있다. 굳이 비 맞아서 좋을 게 없으니 난 우산을 쓰려고 한다.

아홉 시쯤 출근했는데 연구실에 나밖에 없었다…하하 금요일이기도 하고 다음 주가 땡스기빙이라 벌써 간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듯 싶다. 어제 걸었던 반응을 확인했는데, 우려했던 부반응이 일어난 것 같다. 여러 출처를 찾아봤어도 고질적인 문제점이긴 한데, 역시 다시 한번 느끼지만, documentation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한다는 것 ㅎㅎ 저자나 저널을 통해 한 번 거르고 찾아도 좋은 것 같다. 일단 workup을 하고 학생 연구 발표를 들으러 갔다. 이번 발표자는 공동 로테이션을 하는 교수님 중 한 교수님 방 소속으로, 이번 12월에 졸업하는 학생이다. 전합성이 주제였는데, 난 이제 막 재밌다기보다는 너무 고통스러워 보인다. 마지막 Step에서(당연히 쉽게 될 것이라 생각할만한 반응이었다) 30번이 넘는 Test를 하고 나서야 그럭저럭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참 대단하긴 한데 나는 하고 싶지 않다. 안됐다고 생각해 보자 하하. 여기서 느낀 게 Chembio는 impact와는 별개로 어떻게든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건덕지가 있는데(생물의 특징인 것 같기도) 전합성은 진짜 못 만들면 답이 없는 것 같다… 전합성 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응원한다.




점심 먹고 다시 출근해서 TLC에 더해 LC-MS로 Side product를 확인하고(돈 최고…) 후딱 분리했다. 다만 여기는 400MHz NMR이 하나만 있는 것 같아 예약하고 쓰는 것 같은데 Thanksgiving이 곧 이라 오늘 늦게까지 하고 푹 쉬려는 사람들이 많은지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월요일에 확인하기로 했다. 일단 월요일에 추가로 걸 반응도 포닥과 얘기한 후 미리 정리해 뒀다. 내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주니 괜히 기분이 좋다. 퇴근하고는 먹을 게 떨어지기도 했고 우산!을 사야 해서 코스트코로 바로 향했다. Thanksgiving 느낌이 나게 친구, 가족을 위한 선물과 꽃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기존에 샀던 것들과 더불어 우산과 돼지 등갈비도 사고 집으로 우버를 타고 왔다.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서 도저히 버스를 타고 갈 수가 없었다(정류장이 애매해서 걷는 게 20분 넘음…). 우산은 나름 대만족이나 폭립은 으 내 기준에는 너무 느끼했다. 그냥 저번에 친구랑 먹었던 타코를 살 걸.




저녁을 먹고는 Hub로 가서 열심히 블로그를 썼다. 비가 정말 그치지 않고 하루 종일 오는 데다, 해가 짧아져서 어두컴컴하다. 왔다 갔다 할 때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비 내리는 걸 보면서 글을 쓰는 건 썩 나쁘지 않은 느낌. 일단 일상을 담은 글을 쓰려면 그날그날 뭘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고, 더욱이 온라인에 계속 남는다고 생각하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했는지 강제로 되돌아보게 된다. 블로그를 막 시작했을 때 내 하루들을 봤을 때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만족스러울 때도 있어서 마치 모든 하루를 후자처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뭐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나진 않았지만) 조금 모자란다고 느낀 하루가 존재했기에 내 스스로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하루를 만들 수 있는 동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강박이 좀 줄어든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건 비단 글을 쓰기 시작해서뿐만 아니라 내가 있는 환경 자체가 나를 막 궁지에 몰아넣거나(아직은) 지치게 하지 않아서도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 집에 와서는 밀프렙을 후다닥 했다. 내일은 완전 약속이 없으니 푹 늦잠을 자보자.



Saturday, November 23

알람을 끄고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운동을 다녀왔다. 분명 어제 비가 온다고 했거늘 근래 처음 보는 아주 맑은 날씨다 어쨌든 좋다🙂 건너편 Chase Center에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를 한창 준비 중이었다. 날씨가 계속 이러면 얼마나 좋으련만. 집에 와서는 참으로 생산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ㅋㅋㅋ 사실 저번에 LoL을 같이 본 친구들(나까지 딱 5명이다)이 게임을 같이 하자고 계속 꼬셨는데 난 데스크탑도 없고 마우스도 없어서 할 수가 없다고 어찌어찌 잘 무마하고 있었다. 근데 한 친구가 내 집으로 마우스를 대신 시켜버린 게 아닌가? ㅋㅋ 결국 Thanksgiving 연휴 때 5인팟으로 몇 판 하자고 약속했다. 근데 막상 게임을 깔고 하니까 와, 너무 못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예전에 비해 뭐가 바뀌었는지, 초반엔 뭘 해야 하는지 이것저것 찾아보고 몇 판 하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이 게임은 참 1인분을 하기에도 꽤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스타크래프트2를 한다고 했을 경우 상대해야 하는 종족이 3개로, 내가 주 종족을 여러 개 하는 것이 아니라면 3가지 조합만 생각하고 게임을 할 수 있다. 물론 시간대별로, 전략별로 수없이 많은 갈림길이 존재하나 재미로 할 거면 초반에 대강 뭘 해야 하는지만 알아도 어느 정도 게임이 된다. 1:1인 것도 크다. 제 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에 또 경우의 수가 많이 줄어든다. 근데 LoL은 5:5로 아주 많은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또 내가 맡은 라인(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 가며 게임을 하지 않아 기본적인 이해가 아주 부족한 상황. 역시 그냥 재밌게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얘들이랑 discord(단체 보이스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하면서 할 예정이라 답답해서라도 영어는 좀 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쓸데없는 어휘가 굉장히 늘겠지만…🙂‍↕️


요즘에는 다분히 반복적인 삶이기도 해서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뭔가 마땅히 올릴 사진이 없다 ㅋㅋㅋ 보통 그 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기고 싶은 사진이나 그 주를 잘 대표하는 사진을 커버 이미지로 하곤 하는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