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로테이션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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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15
느지막하게 일어나 내일이 로테이션 시작이라 논문을 마저 읽었다. 꼼꼼히 읽으면 읽을수록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따로 정리했고, 내일 물어보려고 한다. Molecular Visualization software 중 하나인 PyMOL을 배워둔 것이 참 도움이 된다. 직접 단백질 구조를 가져와 small molecule을 fitting하여 이리저리 돌려볼 수 있는데, 화학과 생물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꼭 기본적인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PyMOL말고 ChimeraX이라는 것도 있는데, 조금 더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지만, 사실 연구실에서 직접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쓰는 게 좋은 것 같긴 하다.
운동을 다녀오고 2주가 되어서(벌써…?) 머리를 잘랐다. 원래 머리가 조금 길었을 때는(짧지만 상대적으로 ㅎㅎ) 롤 빗을 이용해서 가르마를 좀 타고 다녔는데, 조금 더 짧게 자르니 머리가 워낙 짧아서 머리에 감기지를 않아 섹션을 따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머리가 억새다 보니 스프레이로 고정을 좀 해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여러 스타일을 찾아보다가 ‘아이비리그컷’이 그나마 손질도 쉽고 내 상황에 나은 것 같아서 머리를 더 짧게 잘라버렸다. 어찌어찌 모양을 냈지만 하 역시 연예인 사진을 보고 결과물을 예측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근데 예전보다 손질이 정말 편하고 깔끔한 느낌은 나서 별일이 없다면 요 스타일로 정착하지 않을까 싶다.
Monday, December 16
첫 출근! 지난가을에 로테이션하고 지금까지 이어서(이번 겨울에도 한다고 한다) 하고 있는 동기와 함께 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랩미팅이 있었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두 학기를 로테이션한 다른 동기의 Exit Talk이 주제(Development of release chemistry technology leveraging fibril formation to target inhibitor-resistant cancer)였다. 분위기는 아주 좋아 보였고, 첫 로테이션을 했던 랩처럼 역시나 활발한 토론이 있었던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끝나고 멘토에게 논문과 관련해서 정리한 질문들을 전부 물어봤고, 어떤 것을 할지 확인한 후 랩이 어떻게 생겼는지 간단하게 소개받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아 확실히 전에 있던 랩보다는 화학을 훨씬 많이 하니까 정리가 나름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내 옆자리가 오늘 Exit Talk를 한 친구의 자리라 그 친구와 연구실에 관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여럿 얘기를 했다. 아 또 이 친구가 클라이밍을 엄청나게 좋아해서(일주일에 2~3번은 간단다) 나도 같이 가보기로 했다. 계속 미루고 미뤘는데 오늘 얘기도 한 겸 초크백과 초크도 구매하고, 배송이 오면 멤버십도 결제한 뒤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 놀랍게도 아침에 가서 잠깐 하고 출근한다는데 나도 그게 괜찮은지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좀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진득하게 하는 걸 좋아해서.
점심시간 이후에는 마저 electronic lab note(원래 로테이션 학생들은 physical notebook을 쓴다는데 일단 물어봐 준다고 한다), chemical inventory 접근 방법 등을 얘기하고, 내일 걸 반응의 시약을 찾아봤다. 여긴 CAS#로 정렬하지 않고 그 화합물의 특성을 기반으로 분류하여(생각보다 구체적) 정리를 해 둬서, 찾는 건 상당히 쉬웠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나 시약을 추가할 때 잊지 않고 담당자가 꼭 잘 기재해 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멘토가 반응 거는 것을 보고(별다를 건 없었다. 아 small scale이라 stirrer 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생겨서 마음에 들긴했다), LC-MS도 배웠다. LC-MS는 전 랩에서도 잠깐 써봤으나 여기는 모든 멤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라 훨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reversed-phase HPLC 등 별 기기가 다 있는데 화학을 하기에는 여기가 역시 좋다는 느낌이다. 아 근데 연구실에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Bench를 마음 편하게 나만 쓸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ㅠㅠ
랩미팅도 길어졌었고 이것저것 안내받고 얘기하느라 점심을 먹지 못해서 퇴근하자마자 후다닥 밥을 먹고 코스트코에 갔다. 믹서기와 밥솥을 샀는데, 믹서기는 별거 없고 사실 오나오만들때 섞기가 귀찮아서 시간 절약을 위해 샀다. 밥솥은 하 처음부터 그냥 좋은 걸 살 걸. 사실 맛이 진짜 한국에서 갓 지은 밥의 절반도 따라오지 못했는데, 보통 밀프렙을 하니까 어차피 냉장고에 있다가 데워먹기에 그냥저냥 먹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밥을 바로 먹을 때도 없지 않아 있고 자주 먹으니 밥솥 자체에 보관해도 되니까 그냥 괜찮은 걸 업어오기로 했다. 맛있는 밥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1주일 치 밥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시간도 더 절약될 듯. 집에 와서는 잠깐 눕는다는 게 뻗어버려서 자정이 되어야 일어났고, 부랴부랴 남은 블로그를 쓰고 업로드를 한 뒤 잠에 들었다.
Tuesday, December 17
9시쯤 출근을 했는데 허어 10시가 넘어서도 멘토가 출근하지 않는다. 가장 잘나가는 랩이라고 해도(어제도 느꼈지만) 모두가 빡빡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최근에 탑 저널에 논문을 낸 분은 출근도 일찍 하고 퇴근도 늦게 하는 것 같다. 효율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절대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뭐 반응 걸 준비만 일단 다 해놓고, 동기들과 점심 약속을 갔다. Moshi Moshi(2092 3rd St, San Francisco, CA 94107)라는 집에서 5분 거리의 일식당에 갔는데, 분위기도 맛도 괜찮았다. Grill로는 Salmon Shio를, Maki는 Hip Hop Roll을 세트로 주문했는데 정갈하게 잘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식과 일식에 대한 기준은 아직 한국에 있을 때의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서 막 엄청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ㅎㅎ 그래도 같이 간 친구들 모두 만족했고 구글맵 평도 나쁘지 않으니 추천할 만하다! 아 그리고 걸려있는 여러 그림이 독특하고 귀여웠는데, 특히 잠만보는 진짜ㅠㅠ 너무 귀엽다. 포켓몬 중에서는 잠만보(친구들이 알려줬는데 영어로는 snorlax라고 한다 ㅋㅋㅋㅋ 이보다 잘 지을 수 있을까?)의 귀여움을 따라올 친구들은 없는 듯하다. 아, 그러고 보니 주토피아의 플래시도 그렇고 살짝 저런 느으스은한 친구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커피샵까지 들려 얘기를 좀 하고 곧 여기저기로 떠나는 친구들에게 연말인사를 한 후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첫 반응을 걸었는데 시작 물질이 용매에 녹지 않아서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뭐 석사 때 이런 적이 한두 번은 아녔기에 이것저것 시도를 했다. 1시간 이후 LC-MS로 완결된 것을 확인한 뒤, 분리를 했는데 우와아 DMF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바로 컬럼에 loading을 하는데 신세계였다. 역상에서는 DMF가 weak solvent라 이게 가능한데 항상 normal phase만 썼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고 솔직히 감동까지 받았다(맨날 DM~류 친구들 제거한다고 난리를 쳤었기에…). 이후에는 동결건조까지 알차게 배웠다. 여긴 liquid nitrogen을 쓰는데, reference를 찾아보니 확실히 sample을 안쪽까지 얼리는데 빠르고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긴 하다. 비용 문제만 없다면 ㅎㅎ.
많은 것들을 배우고 기록하다 보니, 8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좀 힘들긴 한데 새로 배우는 건 많아서 참 좋다. 다 내가 꼭 써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시간이 짧더라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거나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게 나에게는 훨씬 더 고통스럽다 ㅎㅎ 집에 와서는 1주일 치 밀프렙을 전부 다 하고 (새로 산 믹서기를 사용해서 오나오 베이스를 만드니 확실히 편하다) 새로운 밥솥으로 밥도 잘 지어보고(확실히 맛나다) 내일 새벽에 클라이밍을 가기로 해서… 언넝 잠에 들었다.
Wednesday, December 18
월요일에 Exit Talk을 한 동기와, PSPG 1학년 친구분과 클라이밍(Dogpatch Boulders, 2573 3rd St, San Francisco, CA 94107)을 다녀왔다. 알고 보니 모임이 있어서 이번에 교수로 임용되신 CCB 선배, UCSF 포닥 분을 포함해 여러분과 인사를 나눴다.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시설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참 좋은데, 하 시간이 너무 없는 기분이랄까. 몸 푸는 것을 제외하고 1시간 남짓했는데 너무 짧다. 집에서 씻고 아침을 먹고 9시까지 출근하려고 하면 이 정도가 최선인데(더 일찍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렇다고 저녁에 하자니 다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 같이 왔으니 혼자 온 것처럼 주야장천 매달리기도 뭐해서 강도도 썩 나지 않는 느낌. 한국에서는 느긋하게 3시간 정도 했는데 좀 빡빡해지니 확실히 재미가 덜하다. 뭐 클라이밍 배울 때 생각해 보면 입시 끝나고 백수이기도 했네 ㅋㅋㅋ 음… 결정적으로 클라이밍만 해서는 몸이 썩 좋아지진 않는다. 전반적으로 말이다. 애초에 목적이 그게 아니기도 하고. 일단 웨이트랑 유산소는 평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서, 클라이밍을 꾸준히 할지는 좀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연구실에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니까 하루에 클라이밍, gym 둘 다 가는 건 무리고. 다들 우쭈쭈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셨지만 아무래도 이번 달만 열심히 다녀오고 쉬어야 할 것 같기도 ㅋㅋㅋ 윽…너무 충동적이었나?
출근해서 이번엔 거울상 이성질체인 시작 물질을 가지고 반응을 걸었는데, 이미 작성 중인 논문에 있는 Supporting Information에 나와 있는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했다. 물론 처음 만드는 물질이지만, SI에 있는 물질과 비슷한 물성을 갖고 있을 거로 생각했기에 어제 LC-MS상 데이터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한 번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반응을 걸고 workup까지 한 뒤 또 랩미팅(아주 이례적이라고 한다. 원래 교수님이 워낙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하면 많은 정도라고)이 있었고 아주 재밌게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이 교수님을 알게 되었던 논문의 공동 1 저자인 포닥의 발표였는데 아주 깊은 내공이 느껴졌달까. 질의응답도 아주 전투하듯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ㅋㅋㅋ 진이 좀 빠짐…여러가지 공부할 부분을 얻어갔다. 이후에는 아까 얻은 crude compound 분리를 했으나 이번에는 side product가 생겨서 완벽하게는 분리가 안 되었고, 다음에 조금 더 정교한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2차 분리를 해보기로 결론이 났다. 퇴근 이후 오늘 배웠던 것을 정리하고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다른 걸 할 새 없이 시체처럼 뻗어서 잤다…
Thursday, December 19
오늘은 사실 멘토가 실험을 하기보다는(분리를 한다 해도 동결건조 하는데 2일 이상이 걸려 주말에 나와야 할 수 있기에) 논문을 읽을 것을 권했으나, 그냥 확인하고픈게 있어서 실험을 했다. 어제와 같은 시작 물질에, 처음으로 걸었던 반응 조건을 이용하되 DMF를 넣지 않고 DCM만으로 반응을 걸어보는 것. 그리고 normal phase로도 분리가 가능한지 TLC를 확인해 보기였다. 일단 DCM만으로 반응을 걸어보려고 했던 이유는, 혹시 normal phase로 분리가 가능할 것 같다면 DMF는 제거되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며, normal phase로도 분리가 가능한지 보려고 했던 이유는, 역상을 사용했을 때 반드시 동결건조를 시켜야 화합물을 얻어낼 수 있지만(eluent에 물이 섞여있다) 정상의 경우 쉽게 rotavap으로 eluent를 없앨 수 있기 때문. 시작 물질이 잘 녹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염기와 HCl의 salt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1시간 돌리고 LC-MS를 확인했는데, 첫 반응과 같이 깔끔하게 완결되어서 앞으로 이 warhead는 이 조건을 사용해서 걸면 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점심은 같이 로테이션하는 동기와 내일 저녁에 샌디에고에 있는 본가로 내려갈 친구 셋이 함께 자주 갔던 Spark Social SF에서 먹었다. ㅇㅎ 살짝 마장 소스 맛 느낌이 나면서 돼지고기는 아주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솔직히 가격은 한국 기준으로 좀 사악하긴 한데 여기서는 그냥저냥 괜찮은 편. 이게 달러-원 환율이 치솟고 있어서 원화로 계산했을 때 정말 양심 없다고 느껴지는 가격이 되어가고 있다. Stipend는 달러인 것에 감사하자. 밥 먹다가 여가 시간에 뭐 하냐고 다들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뭐 생각해보면 유튜브 웹툰 운동 이거 말고는 뭐가 없는 것 같다. 여기 얘들은 넷플릭스 같은 OTT를 참 많이 보는 것 같다. 나도 영어 공부할 겸 본다본다 하지만 자꾸 편한, 생각을 비워도 되는 한국 컨텐츠를 찾아보게 된다…또 발표 끝나고 영어 공부를 딱히 안 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이번 연휴 때 생각 정리 좀 해봐야지.
그리고 다음 로테이션 얘기도 나왔는데, 내가 연락드렸던 교수님이 grant 상황 때문에 로테이션을 해도 못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같이 로테이션하는 동기가 다른 교수님을 추천해 줬다. 나는 처음 들었는데, 알고 보니 현재 우리가 로테이션하는 연구실에서 이제 막 나가서 새로운 교수로 부임하는 분이었다. 랩미팅때도 참 질문이 날카롭고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동결건조도 사실 이분이 알려주셨다), 진지하게 다른 대안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강하고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을 시작할 때 여쭤봐야지.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crude compound가 normal phase에도 분리가 가능한지 TLC를 여럿 올려봤다. 아쉽게도 화합물이 실리카에 불안정하거나 끌려서 normal phase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사실 이러면 역상에서 DMF는 아주 빨리 용출되므로 DCM만 쓸 필요는 없어지긴 한다). 일단 역상으로 분리를 끝내고 동결건조까지 진행했다. 뭐가 더 나은지는 수율을 비교해 봐야 할 듯. 멘토와 작별 인사를 하고(이제 휴가를 간다고 함!) 조금 일찍 연구실을 나와서 운동을 갔다. 기분 좋게 운동을 끝내고 이번 주에 했던 것을 좀 정리했다. 내일 나갈 필요는 없고 토요일에 잠깐 나가면 될 것 같다.
Friday, December 20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역시 평일에 출근 없는 날은 상당히 짜릿하다) 운동을 하러 갔다. 깜짝 놀랐던 게 중간에 불났다고 다 나가라고 해서 진짜 그 큰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싹 다 나가는 게 아닌가? 근데 뭔가 사람들이 너무 느긋한 게 이상했다. 알고 보니 모의 훈련이었는데 20분 넘게 진행되어서 밖에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푸쉬업하고 스쿼트하고 난리였다 ㅋㅋㅋㅋㅋ 좀 정신없었지만, 운동을 잘 마치고, 집에 와서는 가스비 납부 등 이것저것 하기로 했던 일들을 마무리했다. iMessage iCloud 동기화 때문에 Apple 고객센터에 여러 번 전화했었는데, 해결이 안 되어서 이번에 또 했는데 웃긴 건 무슨 한 시간 반 동안 전화를 했다 ㅋㅋㅋ 전에 효과가 없었던 시도들이 메모가 잘 안되어 있어서 내가 자초지종 설명을 해야 했고, 그분이 꼼꼼하게 이것저것 물어봐 주셔서 통화가 길어졌다. 학교 측의 권고로 아직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당장 해결은 안 되었지만, 전화영어를 빡세게 한 것 같아 뭔가 뿌듯했다😁
온수매트가 왔다!! 흐흐 정말 따뜻하다. 원래 뭐 그리 안 추울 것 같아서 딱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겨울이 되니 그냥 버티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고 좀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난방을 해도 되는데 단점이 아침이 되면 엄청나게 건조해져서 한국에서도 따로 전열기를 사용했는데, 그중에서도 온수매트가 아 참 좋았다. 뭐라 표현해야 하지 좀 더 포근한 열기? 간접적인 열기? 묘사가 어려운데, 물론 따땃한 물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한 것 같고, 일반 전기장판과 실제 온탕과의 중간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전기장판 중 탄소매트는 안 써봐서 그것과 비교는 힘들지만, 한국에서도 그렇고 온수매트 이번에도 만족한다. 아 아침에 좀 일어나기 싫어지는 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Saturday, December 21
굳이 일찍 출근할 필요는 없어서, 여유롭게 기상한 뒤 운동을 다녀오고 오후에 연구실로 향했다. 동결건조한 sample들을 scintillation vial에 옮긴 뒤 -20도 냉동고에 보관만 하고 끝! 이후에는 이번 주에 뭘 했는지, 다음은 무엇을 하면 될 것 같은지, 무엇을 배웠는지 싹 정리해서 멘토에게 보냈다. 이렇게 미리미리 해두면 좋은 인상을 남길 뿐만 아니라 Exit Talk 준비도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꾸준히 하려고 한다. 내가 제대로 된 회사 생활을 해봤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회사와 별 진배없는 석사과정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평가될 수 있게 객관적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봤을 땐 대단하고 참 디테일이 좋은 것들을 여럿 했더라도, 그것에 대해 남들도 나와 동일한 시선에서 바라봐주기를 원하지 않는 것(수동적으로)이 정신 건강에 좋은 듯.
가족들이 한국에서 보내준 선물과 편지를 받았다(사랑합니다). 기억이라는 게 존재하는 나이부터 지금까지 항상 매년 같이 케이크를 했었는데 가족이 없으니 참 허전하다. 어떻게 또 내 집이 그냥 딱 있을 것만 있게 해뒀을 거라는 것을 알아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게 가랜드와 여러 풍선을 포함해 집 꾸미기 선물을 보내주셨다. 산타클로스가 다녀갈 것만 같은 양말도 ㅎㅎ. 편지를 받으니 참 기분이 묘하면서도 슬픈 느낌. 내년에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며 씩씩하게 잘 해봐야지. 이후에는 Hub로 나가 블로그를 좀 쓰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뒤, 핑계고 밀린 게 뭐가 있나 좀 보다가 아뿔싸 풍향고 1편을 시작해 버렸고, 배속 없이 전편을 다 보고 3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참 나는 꽂히면 끝까지 봐야 하는 게 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