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어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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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5
오늘도 별것 없다. 발표 준비하고 밀프렙하고 청소하고. 아 좀 되긴 했는데, 결국 청소기는 아마존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유선) 샀는데 아주 잘 작동한다. 그리 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5분이면 청소기를 다 돌려서 매일 돌려도 부담은 없다. 앞으로 고장만 안 나면 나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선택지는 없을 것 같다 ㅎㅎ
점심 먹고 오후쯤에 박사과정 한국인 친구랑 운동했다. 이 친구도 미국 박사 유학을 오기 전 군대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데 역시 사람 다 비슷하다. 런닝까지 열심히 하고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기로 했다. 단백질 가득한 식단으로 차려줬다. 족히 60g씩은 먹지 않았을까 싶다. 동기들이 공강 시간에 시간이 떠서 애매할 때 집에 몇 번 초대한 적은 있지만 밥까지 멕인적은 처음이다. 신기하게 보통 많은 시간을 보내기 전엔 어디서 들어봤거나 피상적인 대화들을 좀 하기 마련인데, 이 친구와는 아주 구체적인 의제를 가지고 토의? 하듯이 토론했다 신기하다. 충분한 사색을 거쳐 어떤 현상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티키타카가 잘 됐던 것 같다 굿굿.
Monday, September 16
오전에 Chemical Biology 수업을 들었다. 저번과 큰 주제는 Antibiotic으로 같으나 저번 교수님이 natural product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집중하고 계신다면, 이 교수님은 전형적인 beta-lactam계 약물이 아닌, 새로운 scaffold를 통해 동일하게 Penicillin-binding proteins (PBPs)를 억제하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계신다. 큰 맥락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도 있고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부분도 있어서 흥미롭게 들었다.
운동을 바로 가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발표 조금 준비하고 같이 로테이션 하는 친구와 함께 4시에 두 교수님을 뵈러 갔다(Ian, Bill). 원래 Ian에게 지도를 받을 생각이었으나, 다른 학교로 곧 옮기기도 하고, 내가 또 관심 있는 분야를 하고 계신 Bill과 같이 공동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같이 미팅을 하게되었다. 참 둘 다 똑똑하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연구 아이디어를 다다다다 말씀하시는데 재밌게 잘 들었다. 원래 30분 안에 끝날 줄 알았는데 1시간 넘게 토론하고, 연구 주제를 어느 정도 잘 정했다. 몇십 년 이상 연구를 한 교수님들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한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고, 그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태도를 갖고 있는게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아 여기는(최소한 UCSF는) First name basis로 상대방을 부른다. 누군가인지 상관없이. 쉽게 말해서 그냥 누구든 간에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걸 꼭 지켜달라고 인터뷰 때부터 들었는데, 수평적이고 칠한 분위기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생각하고 아주 만족한다(교수님께 메일을 써도 Dear가 아닌 Hi로 시작한다).
로테이션 프로젝트가 단순히 답습하고, 했던 걸 또 하는 게 아닌 새로운 것을 하는 거라 주제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아쉽지만 대신 Bill이 가져온 저 Diet Dr. Peppers가 가장 핵심을 잘 관통하는 것이라고만 밝혀둔다(우리 넷은 이걸 Dr. pepper talk라고 농담 삼아 이름 붙였다). 집에 와서는 드디어 내일 발표라 열심히 준비했다.
Tuesday, September 17
드디어 발표가 끝났다. 첫 번째라 비교 대상이 없는 게 다행이면서도 부담이었는데, 어찌 잘 끝난 것 같다. 확실히 지난번 Journal Club Presentation과는 달리, 동기들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수업을 이끌어야 해서 임기응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더 어렵긴 했다. 특히 여러 질문을 받을 때, 제대로 들어야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또 답변을 한글로는 할 수 있겠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조리 있게 말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에 답을 잘못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이런 답답함은 내가 연구실을 정하고 비슷한 주제에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서 어휘나 표현을 외우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 같다. JC의 경우에는 내 배경지식과 관계가 없는 논문들을 발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후… 이번 JC paper도 저번처럼 시간이 될 때 간략하게 정리해서 올려보겠다.
후련하게 끝내고 와서 푹 자고 1주일 치 밀프렙을 했다. 저번에 터키 다짐육을 쓴 것 과 달리 이번엔 닭가슴살 정육을 썼는데 역시 손이 많이 가긴 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한데 큰 정도는 아니라 앞으로는 그냥 편하게 다짐육을 계속 먹어야겠다 ㅎㅎ 소분도 잘 되어있어서 편하다. 운동 다녀온 후 한국은 추석이라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예전엔 뭔가 부끄러워서 잘 못 했는데, 영상통화가 확실히 좋다고 느낀다.
내일 수업 시간에 proposal을 critical review 하는 workshop이 있어서 읽어봤다. 이건 또 antibody engineering 쪽이라 잘 모르다 보니 한참을 배경지식 공부를 또 했다. 뭐 안 읽고 가면 토론을 못 하니 어떻게든 쭉 살펴보다 3시쯤 잤던 것 같다. 모르는 개념이 엄청 많지만 대충 넘어가지 않고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 많이 알게 될 거로 생각하고, 계속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Wednesday, September 18
전 주차에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여기서 proposal은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한 연구 제안서로 생각해 주면 되겠다. 수업 시간에 제안서를 어떻게 분석하고 비평해야 하는지 좋은 지침을 올려줘서 아래에 올린다. 저 기준을 다 만족하는 제안서는 필히 심사를 통과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어렵다고 느낀 게 우리 동기들이 받은 여러 제안서 각각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구멍이 없는 것이 없었다.
Proposal Workshop 1 Instructions
Proposal Workshop 1: Reading and critiquing past proposals
Fall 2024
This activity is designed to help you understand the components of a strong proposal and help you in the process of writing your own.
Your written proposal will mainly consist of 3 sections: background, hypothesis, and specific aims. It will also include a title, brief conclusion, helpful figures, and citations. Your proposal must be 2-3 pages in length (this includes figures but does not include your bibliography). The scale of the proposal is a project that could be completed by a single grad student in ~3 years.
As you read your assigned example proposal, think about the questions below. We will then spend a day in class discussing the example proposals in small groups and then as a class to assess their strengths and weaknesses.
The Central Hypothesis is the cornerstone of the proposal as it frames all the other components. The best central hypotheses can be expressed in a single sentence, and are overarching concepts that can be tested.
- Does this proposal have a central hypothesis? If so, what is it?
- What do they expect to learn by carrying out the proposed work?
The Background gives context to the work being proposed and should also present the motivation behind the work and the expected significance.
- Are claims in the background properly cited?
- What are some strong elements of biological context that put the central hypothesis into perspective?
- Is there any background info that does not relate directly to the central hypothesis? Could the proposal retain clarity if it is removed?
- Is there any way the central hypothesis seems out of context?
- Why does the author want to carry out this work?
- Upon completion, what will be the contribution of this work to the scientific community?
The Specific Aims are independent experiments that support the central hypothesis. Your proposal should contain 2 or 3 of them.
- What are the author’s aims?
- How do the aims relate to the central hypothesis?
- Does any aim depend on a result from another aim to be feasible? Are experimental approaches clearly defined?
- What will the expected data look like?
- Is there any evidence that this approach will work?
- Are alternate strategies proposed or discussed?
Overall Questions:
- Are the central hypothesis and aims clearly stated?
- Are the figures relevant and concise?
- Is the title clear and informative? Does it describe the full range of the work?
- Does the author discuss any caveats or considerations?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토론을 마치고, 바로 코스트코를 가서 식간에 먹을 빵을 사러 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베이글이 아닌 바게트랑 식빵을 사봤다. 베이글이 은근히 반으로 자르는 게 귀찮아서 ㅋㅋㅋ 식빵을 사려 했으나 바게트가 맛있어 보여서 이것도 업어왔다. 김도 샀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괜찮아서 꾸준히 사 먹을 것 같다. 이게 소분된 양이 혼자 한 끼에 먹기는 양이 많아서 눅눅해질 수 있지만, 한국보다는 건조한 편이라 김이 덜 눅눅해지고 무엇보다 냉동 보관하면 다음 날 정도까지는 바삭함을 거의 잃지 않아 충분히 잘 먹을 수 있다. 바게트는 음…딱히 내 맘에 들지는 않는다. 토스터에 넣으려면 베이글과 마찬가지로 빵칼을 써야 하기도 하고, 식빵이 간편하고 좋다!
장을 보면 바로 푸드코트가 보이는데, 처음으로 피자와 핫도그를 사 먹었다. 핫도그는 무제한 음료 포함해서 1.5 달러라니 참 미친 것 같다. 피자 칼로리가 한 조각에 600~700 ㅋㅋㅋ 4~5조각만 먹으면 내 하루 필요량을 채울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최대한 삼가고 건강하게 먹기란 참 빡센 것 같다. 맛은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피자 맛. 핫도그는 생각보다 기름져서 좀 물렸다. 음료 무한 리필 해주는 게 매력적이지만 핫도그는 딱히 생각나지 않을 맛이라 다시 먹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배고플 때 피자 한 조각씩은 낫배드일듯.
운동 가는 길에 하늘이 정말 예뻐서 찍었다. 집에 와서는 그동안 한참 밀린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꾸준히 해야 하는데…!
Thursday, September 19
블로그 열심히 쓰고, 나의 academic advisor인 한 교수님께 뵙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Academic advisor는 실제 지도 교수와는 상관없이, 학생이 대학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전반적으로 도와주는 멘토 느낌으로 사전에 배정이 됐었다. 진작 찾아봬야 했는데 연락만 한 번 드리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났던 것 같다. 이 교수님도 비영어권 국가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미국으로 오셔서 international인 내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연구도 물어볼 겸, 영어 관련한 고민도 털어놓고 싶어서 메일을 드렸다. 바로 흔쾌히 내일 보자고 해주셨다.
동기인 베트남 친구가 침대 프레임을 나눔으로 얻었는데(나와는 다른 기숙사에서 산다), 너무 거대해서 설치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두 시쯤 갔다. 근데 이렇게 빡셀 줄이야. 무려 네 시 반에 끝나고야 말았다. 둘 다 땀 뻘뻘 흘리면서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너무 높아서 천장이 바로 느껴질 정도다. 자기 전에 악몽을 꿔서 벌떡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기도하면서 자라고 말해줬다🥹 심지어 매트리스 위에 앉을 수도 없다 ㅋㅋ. 근데 둘 다 이거 하느라 너무 고생해서 다시 해체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고 그냥 쓴다고 한다. 졸업할 때까지 방도 옮기지 않을 거라고 한다. 힘들만 했던 게 출장 조립비가 150불이란다 하하.. 친구가 밥을 산다고 하는데 베트남 음식 자기도 아직 샌프란시스코 와서 못 먹어봤다고 해서 찾아서 얘기해준다고 한다.
친구를 도운 후엔 바로 운동을 다녀왔다. 항상 학생 ID카드로 불편하게 태그해야 했는데, 데스크에 모바일 앱을 통한 바코드 출입 방법에 대해서 문의했고, 계정을 잘 만들어서 연동했다. 앞으로는 더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집에 와서는 어후 좀 자다가 또 열심히 열심히 블로그를 쓰고, 3주 차 일상과 첫 논문 리뷰를 완성했다. 다른 주제로도 글을 쓰는 날이 와서 어서 영역이 넓어지길 바라본다.
Friday, September 20
오전에 academic advisor를 만나고 왔다. 위에서 말했듯이 교수님의 연구와 더불어 영어 관련 고민도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 주셨다. 결론은 네가 집에만 있지 않고 자주자주 영어를 접하고 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영어 공부를 시간을 내서 할 필요는 없고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너무 부담은 가질 필요 없고 대신 중요한 것은 모국어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도 최대한 쓰지 않는 걸 권하신다고 했다. 다행히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한국어를 쓸 환경은 별로 없지만, 생각보다 영어를 쓸 기회도 많지 않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토론을 많이 하고 자주자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연구 설명도 들었는데 여기도 참 재밌어 보인다고 느꼈다. 솔직히 나로서는 확실한 문제의식이 있고, 그를 해결하는 논리적인 몇 가지 방안이 있으며, 그 방안을 실행하는데 유기합성이 어떤 식으로든 쓰이면 어떤 연구든 간에 다 흥미 있어 보이는 것 같다. 동기 중에 이번 가을 이 연구실에서 로테이션하는 친구가 있는데, 종종 랩 분위기나 연구 등을 물어봐야겠다. 참 로테이션 고르기도 어려운데, 내 학위논문을 받을 연구실을 최종 선택하는 것은 얼마나 고민이 많이 될지 상상이 안 된다.
대화를 재밌게 마치고 바로 운동을 다녀오고, 열심히 또 밀프렙하고(밥 만드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청소하고 블로그 쓰고 또 몇 가지 행정 작업을 했다. 아 그리고 가스비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좀 많이 나온다. 이게 어떤 시간에 많이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여러 개가 있는데 잘 따져봐서 나에게 최적화된 요금제를 찾고 다음 달부터 적용해 봐야겠다.(근데 ITIN이 있어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답).
일요일에 코호트 몇 명끼리 근처 해변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날씨가 따뜻하다니 좀 더 기대된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로테이션 시작할 것 같고, 여러 과목이 추가로 개강하는데 이번 주 일요일까지 모든 일상 포스팅을 따라잡는 게 목표이다.
Saturday, September 21
오늘도 아침에 운동을 가고 하루 종일 블로그를 썼고.. 한참을 매달린 끝에 4주 차도 완성했다! 그리고 로테이션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다. 전에 얘기했던 주제에 더불어 또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포닥 분이 멘토로서 지도해주시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