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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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9
Potluck party가 있는 날! 아침에 Paper Review #2를 완성하고, 곧 3박 4일로 놀러 오는 친구를 위한 접이식 매트리스와 베개, 이불을 받아 고이 모셔두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러 갔는데 오늘은 웨이트를 안 하고 런닝만 1시간 남짓했다. 인터벌 방식으로 해서 그런지 엄청 힘들었다. 진짜 마라톤 뛰는 사람들은 어떤 정신력일지 궁금하면서도 존경스럽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씻고 좀 쉬다가 4시쯤 party에 갔다. 내가 묵는 Tideland라는 apartment에는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공용 공간이 있는데, 그중 상당히 넓은 공간에 조리 기구와 오븐까지 갖춰져 있는 파티룸이 있고 이것을 한 동기가 잘 예약해 준 덕분에 이곳에서 모일 수 있었다.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들 꽤 요리를 많이 해봤고, 아주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가져와서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넘쳤다. 우리가 오븐을 너무 혹사한 나머지? 갑자기 중간에 고장 나서 내 기름떡볶이를 포함한 몇 음식들은 제대로 못 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그래도 맛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 많아서 다들 기분 좋게 파티를 즐겼다.
나는 저번 주 포스트에서도 말했듯이 떡볶이와 짜파게티(순식간에 먹어 치워서 사진이 없다)를 준비했는데 얘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좋아해 줘서 아주 뿌듯했다. 짜파게티는 한국과 조리법이 다른 게 신기했는데, 그냥 처음부터 물의 양을 적게 하고 바로 오일까지 다 넣은 후에 졸여서 완성하는 형식이다. 면의 익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익숙해지면 훨씬 간단한 방법인 듯싶다. 사실 나도 소스가 더 잘 벨 수 있도록, 면을 조금 덜 삶고 면수를 많이 남겨 스프를 넣고 졸이듯이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해서 그런지 괜찮은 조리법이라고 생각했다. 왜 한국에서는 면부터 삶는지 모르겠네! 뭐 재밌게 이것저것 얘기하고(주제가 종잡을 수가 없다. 뭐 fentanyl crisis부터 할로윈 코스튬 생각에 가라오케 등등..)
4시간 넘게 파티를 즐기고 열심히 정리, 설거지를 한 후 같은 건물 1층에서 포켓볼을 즐겼다. 나는 사실 한국에서 4구만 신나게 했었기에 포켓볼 룰을 잘 모른다 ㅋㅋㅋ 당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정말 정말 많이 쳤던 것 같다. 근데 문제가 시간을 때우듯이 쳐서 효과적인 연습은 사실상 많이 하지 못했고, 실력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ㅠ 포켓볼 룰을 열심히 배워가면서 몇 판 재미있게 쳤고, 집에 가서는 싸악 빨래와 대청소를 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Monday, September 30
오전 Chembio 수업. 임용 2년 차 교수님이 Cancer Therapeutic Chemical Biology를 주제로 강의를 해 주셨는데, 본인의 박사과정 때와 포닥 때 연구를 주로 설명해 주셨다. 이분과는 visiting day에서도 말을 나눴었는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은 것 같다. 현재 하는 로테이션은 뭐랄까 의미가 있는 것은 알겠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몇십 년 동안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봤을 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내 연구가 직접적으로 약을 만드는 데 이바지를 하는 한 과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Chembio 수업은 딱히 시험이 없어서 모든 내용을 받아적지 않고, 내가 모르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필기를 하고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게 느껴진다. 다만 영타가 아무래도 익숙지 않아 좀 밀리는 경향도 있어서,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나고 바로 연구실로 향했는데, 저번 주에 했던 mechanism Monday를 하기 전에 Journal club도 했다. 전합성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살펴보면서 다 같이 리뷰하는건데 한 명이 최대한 빠삭하게 읽어오고 준비해 오는 거다. 흥미롭게 들었고 바로 mechanism Monday도 하고(qunidine으로 hydroxlyation의 facial selectivity를 조절하는 멋있는 예시였다), 내가 앞으로 직접 실험하게 될 후드를 안내받았다.
근데 생각보다 내 석사 연구실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설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많지만 (특히 안전에 관한 것) 매우 깔끔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깨끗하게 후드를 쓰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사람마다 다른 건 알지만 그냥 평균적인 느낌. supply 관리도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으 나는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최대한 깨끗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안내를 받았는데 역시 schlenk line이 있는 게 너무나 좋다. 아니 nitrogen back filling이 이렇게 간단하다고?
이후 점심을 먹고 다시 연구실에 가서 본격적으로 내가 걸 첫 반응에 대한 procedure 조사를 하고 랩노트를 썼다. 솔직히 석사 때 랩노트가 더 직관적이고 좋은 것 같다 ㅋㅋㅋ 충격. 나는 다 전자식으로 할 줄 알았는데 (그런 랩도 있다) 이 랩도 여전히 손으로 많이 쓴다고 한다. 넘 귀찮. 그리고 첫 반응을 무사히 걸고, 포닥의 박사 때 연구 얘기를 흥미롭게 듣고(이분도 버클리의 유명한 연구실에서 전합성을 하셨다) 퇴근했다. 바로 운동하러 갔는데 아 역시나 사람 너무 많아서 하…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같이 박사 과정 밟는 한인 친구를 만나서 운동도 같이해서 좋긴 했는데, 언넝 새벽에 가는 습관을 다시 한번 잡아봐야겠다. 집에 와서는 블로그를 좀 쓰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쇼츠를 많이 봤다… ㅋㅋ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재밌어서 넷플을 다시 끊거나 친구에게 빌려보려고 한다🙃
Tuesday, October 1
오전 Chembio 수업! 오늘도 정말 좋았다. 역시 나는 결국 약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에 가슴이 뛰는 것 같다. 어제와 다르게 면역항암제와 관련된 내용도 들을 수 있었는데, 항체뿐만 아니라 small molecule로도 면역을 선택성 있게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조금 섣부른가? 싶지만 남은 두 로테이션은 어제, 오늘 강의를 하신 두 교수님께 할까 하고 이미 마음이 굳어버린 것 같다. 사실 오늘 강의하신 교수님은 CCB에서 굉장히 유명한 교수님 중 한 분으로, 어제 강의했던 교수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며, 내 인터뷰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저번에 인터뷰 썰을 풀기로 했으니, 여기에 풀어보겠다 ㅎㅎ
9:00 am – 9:50 am: Welcome and Program Overview
10:00 am – 10:30 am: Ian Seiple
10:40 am – 11:10 am: Michael Evans
11:50 am – 12:30 pm: BREAK
12:30 pm – 1:30 pm: Faculty Research Talk
1:40 pm – 2:10 pm: Kevan Shokat
2:20 pm – 2:50 pm: José Luis Montaño
3:00 pm – 3:30 pm: Joseph DeRisi
3:40 pm – 4:10 pm: Adam Renslo
UCSF 인터뷰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일정으로,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부터 오전 9시 10분까지 쭉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이야기할 교수님은 Kevan Shokat 교수님이다. 정말 대학원에 입학하고 난 이후로부터 느꼈던 감정 중 단연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성덕이 된 듯한! Zoom에 들어가자마자 이름을 바로 불러주시고(물론 UCSF의 교수님들은 대부분 착한 느낌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중에서도 더욱 인자하신 느낌이다. MIT에서 면접 보았을 때는 조금 쏘아붙이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시간도 너무 빡빡했던 것과 상반되는 느낌. 상대적으로 chill 한 분위기였다.), 영어가 부족한 나를 위해 말을 정말 또박또박 일부러 천천히 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지원서를 작성할 시기에 교수님들을 빠짐없이 서칭했었는데, 최근에 나온 논문이 정확히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였기에, 이 교수님에게 관심이 많았었다. 그래서 각종 강연도 보면서 재미있게 인터뷰 준비를 했었다.
인터뷰는 처음에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했던 연구를 설명하는 것 대신 바로 준비한 질문을 여쭤봐도 될지 물어봤는데, 좋다고 하셨고, 바로 미리 준비해 둔 슬라이드 공유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또 흔쾌히 받아주셨다ㅠㅠ 워낙 유명인이라 인터뷰, 강연도 많아서 최근에 신나게 하고 있을 법할 것을 예측해서 질문을 정말 공들여서 준비했다. 어떤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서 암이 발생하는 상황인데, 그 변이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억제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대한 것이었다. 몇몇 변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만든 것들이 있으나 유난히 타겟하기 어려운 변이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난 selectivity 문제 때문에 탄성 있는 스프링처럼 분자의 일부분이 binding site에 붙으면 warhead의 reactivity가 선택적으로 높아지는 걸 개발해야 할 것 같지 않냐고 질문했다. 사실 완전 창의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 선행 연구를 보다 보면 알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자 실제로 너 말대로 했다면서 엄청나게 신나 하시면서 갑자기 슬라이드 공유를 시작하셨다. Nature chemical biology에 이미 투고한 manuscript인데, 구조고 뭐고, 몽땅 다 공개해 주셨다(인터뷰 이후 3월에 publish되었다). 정말 재미있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각 figure의 의미, 본인이 어떤 데이터를 보고 어디서 환호성을 질렀는지까지 쭉 들으니까, 완전히 나도 푹 빠져버렸던 것 같다. 복기한 내용이 있긴 한데 여기서 풀기에는 너무 길기도 하고 이제 논문이 나오기도 해서 궁금한 사람은 논문 자체를 참고하길 바란다(궁금하면 연락~). 신기하게 이 프로젝트 말고도 다른 프로젝트도 막바지에 설명해 주셨었는데, 이번 주 금요일에 찾아뵈었을 때 최근에 거의 draft 완성이 되어서 submit 예정이었고, 후속 연구를 내 추후 로테이션에서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끝나고 바로 QBC journal club을 들었다. 두 논문 모두 CCB가 아닌 BMI, BP 학생들이 준비한 것인데 역시 이해가 쉽지 않다. 나는 다른 전공을 최소한 왜 그것이 중요한 것인지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너무도 공부할 게 많아서 조금 지치는 느낌이다. 물론 설명을 잘 해주니까 아아 그래서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할 순 있지만, 와우 저런 걸 한다고? 미쳤는데? 라고 생각하려면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을 갖춰야 하는 것 같다. 내 분야를 포함해서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지금, 이 모든 걸 절대 다 공부할 수 없다고 느끼며, 미지의 영역이 많은 채로 삶을 마감할 것이라는 인간의 명확한 한계를 계속 느끼고 있다 ㅋㅋ. 그렇다고 좌절해서 문을 쾅 닫아버릴 건 아니고, 일단 내 것의 깊이를 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여유를 가져보려고 한다.
밥을 먹고 연구실로 향했다. 실험은 참 뭐랄까 생각보다 우리 연구실이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한다(안전은 둘째치고) 훨씬 빠르게 반응을 걸 수 있었는데(마치 공장식) 여기라고 뭐 더 꼼꼼하거나 더 좋은 것 같진 않다. 분명 몇몇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지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 아직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실험은 무조건 깨끗한 연구실에서 하고 싶다. 실험이 좀 늦어져서 (오랜만에 늦게 퇴근하려니 좀이 쑤신다…) 뒤늦게 운동을 하러 갔다. 어제보다 좀 더 늦으니 사람이 덜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 시간에 오고 싶진 않다.. 이상하게 예전에도 한국에서도 그렇고 실험 시작하면 처음 몇 주간은 머리가 좀 아프다. 특히 보안경을 쓰니 더 그런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ㅋㅋ
Wednesday, October 2
오늘은 새벽 6시 30분에 F45 class를 들었다. 저번 OT 때 받은 3회 무료 이용권을 썼는데, 참 힘들었다. 웜업 쿨다운까지 딱 45분인데 쉬지 않고 9가지 운동을 하는 workout이었고(많은 종류가 있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한 종목마다 40초 운동, 20초 휴식을 한다. 이렇게 4세트를 하는데 세트 간 휴식 시간이 없다. 죽는 줄 ㅋㅋㅋ 새벽임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서로 말할 시간도 없고 그냥 운동하는 데 전념했다. 너무 힘들면 중간에 템포조절하며 쉬어도 되긴 한다. 3회가 끝나면 이걸 다시 신청할지는 모르겠다. 효과는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재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기록을 경신하고 이런 건 아니라 크로스핏보다는 부상 확률이 낮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웨이트 동작을 이해하지 않고 덥석 시작했다가는 썩 좋은 꼴을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심박수를 일정 수준으로 올릴 수 있게 빡빡하게 설정된 프로그램인 만큼, 힘들 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정도의 능력을 갖춘 후에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난 그냥 러닝 웨이트 병행하면서 클라이밍 종종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수영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새벽 운동을 끝내고 나오면 저렇게 예쁜 하늘이 보이는데 언제나 뿌듯한 순간이다😊
이후 집을 들린 후 Chembio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동기들의 발표가 있었다. Molecular glue와 관련된 논문이었는데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이다 보니 재밌게 잘 들었다. 수업을 듣고 논문을 읽을수록 언넝 바이오 실험도 해봐야 한다는 조급함이 든다. 월요일 수업 들은 교수님께 로테이션 생각 있다는 메일을 보냈고, 화요일에 수업들은 교수님과는 이번 금요일에 보기로 확정했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연구실로 향했고, 랩미팅을 참관했다. 랩미팅은 모든 프로젝트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방식이 아닌, 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한 사람이 열심히 준비해서 2시간 남짓 발표하고 의견을 듣는 형식이다. 이 연구실은 Computation, Biology, Chemistry 이렇게 나뉘는데, De novo protein design 하는 computation에 집중된 주제였다. 역시 기본이 없으니 흐름은 따라가겠으나 디테일한 질문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데 여기까지 하고 싶은 게 아닌데 그걸 굳이 시간을 내서 공부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물론 여기 조인한다면 내 것을 하면서도 최대한 관심을 가지려고 발버둥 치겠지만 지금은 그럴 동기가 딱히 없다. 벌써 이걸 평생 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좀 떴달까.. 그래도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내가 나중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남길 건 남기려고 해봐야겠다.
이후 점심을 먹고 연구실로 다시 향해서 열심히 실험했다. 참 Methodology는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분명 이미 reliable 한 반응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troubleshooting 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지 반응 자체가 substrate scope가 제한적이거나, 잘 안 쓰이는 반응을 확장하거나 최적화시키는 것 자체는 썩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언능 computation 쪽과 biology experiment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끝나고 친구랑 chase center 근처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먹었다. 정말 하늘이 예뻤다. 이것저것 얘기를 했는데 아무래도 현재 학교생활과 로테이션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가 중요한 것 같고, 무엇보다 그 연구실에서 주로 하는 것을 연구해야 지원도 많이 받고 케어도 받고 연구시설이 빵빵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는 참 좋긴 한데 내 생각에는 유기합성보다는 Protein Design에 좀 더 집중하는 주제를 해야 어울리는 연구실인 것 같다. 여기 계시는 선배님께 들은 말로는 medichem의 특성 자체가 학계에서 하기는 적절하지 않고 회사 가서 어차피 배우는 것인데(창의적인 것도 아니고), 한 타겟을 진득하게 쭉 파면서 Chembio의 연구 접근 방식도 잘 적용한다면 그것은 학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셨다. 나는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의미 있고 바이오랑 켐을 잘 섞은 느낌도 나지만, 원래 내가 가슴이 뛰었던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는 크게 상관이 없어서 자꾸 지루한 순간이 올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것 같다. 아마 내가 평생을 바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일수도.
Thursday, October 3
오늘은 12시부터 1시까지 세미나가 있어서 느지막하게 9시 30분쯤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10시 30분에 교수님이 로테이션 프로젝트 관련해 얘기할 게 있다고 하셔서 후다닥 정신없이 나갔다. 뭐 별말은 없으셨다. 이후에 세미나를 들으러 갔다.
CHEM 221: Seminar Program (BBC Seminar Series)
Fall/winter/spring
1 unit
Jason Gestwicki
Selected topics by guest lecturers
BBC 교수님들이 초청한 연사들이 한 시간 정도 본인의 연구에 관해 설명해 주는 시간이다. 이번 시간의 연사는 Harvard University의 Andrew Kruse, Ph.D.였고 Biophysical mechanisms of integral membrane protein function이 주제였다. 구조 생물학은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만 왜인지 내가 막상 하고 싶지는 않은 느낌. 난 그들이 밝힌 생물학적 사실을 토대로 약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싶다.
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연구실에 갔는데 포닥 분이 말하는 시약이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가 않아서 (좀 정리하면서 깨끗하게 쓸 수 없을까?) 결국 내일 반응을 걸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련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5시 30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저번 주에는 싱가포르 음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자메이카 음식이라고 한다. 고기가 매콤하니 아주 맛있었다. 수업은 알고 보니 필수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듣기 연습도 되니까 열심히 들으려고 하는데, 이번에 오신 교수님 중 한 분이 아주 무거운 강의 형식으로 준비해 주셔서 힘들었다. 특히 그분이 완전 physics-based였는데, 이게 이해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왜 이 연구를 하려고 하시는지는 알아들었는데… ㅠㅠ
저번에 한 얘기의 연장선인데,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세상에 전공이 몇 개나 될까? 뭐 100개는 넘겠지. 근데 난 그중에 하나를 하고, 또 그중에서도 한 가지 세부 분야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 분야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잘못된 생각일 확률이 높겠지. 다 각자만의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지금 내 문제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게 유망할까?를 계속 따지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이걸 좋아하냐가 아니라. 물론 전망이란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너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면서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라기보다는 무엇이 나에게 가장 좋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계속 복잡한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 그리고 내 유기화학 지식을 활용하고 싶다. 이 두 개는 명확한 것 같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연구실에 조인하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진 하루였다.
저녁에는 드디어 저번에 말했던 친구가 왔다. 석사를 같이 했던 친구인데 뉴욕, 시카고에 갔다가 어제 여기 도착했다고 한다. 3박 4일 동안 있고, 내일은 난 수업에 가 있을 동안 근처를 구경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토요일은 스탠포드에 있는 또 다른 친구를 보러 (이 친구와 함께 약대에서 연구실 실습을 했었다) 가기로 했다.
Friday, October 4
오전에 내가 로테이션을 희망하는 교수님과 1:1 미팅이 있었다. 흐… 벌써 여기 들어가고 싶어서 큰일 났다 ㅋㅋ 그냥 연구를 좋아하고, 성격도 좋고, 똑똑함도 느껴지고(내가 영어가 부족한데도, 어느 정도 이 사람이 명료하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느껴진다) 연구 주제도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가장 잘 일치한다고 느껴진다. 인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겨울, 봄 언제든지 로테이션해도 된다고 하셨다.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전부 물어볼 수 있었고, 내가 하게 될법한 연구 주제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또 어제 막 본인이 버클리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던 연구 성과를 얘기해주면서 이것이 현재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같이했는데 참 재밌었다.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배운 대가임에도 계속 본인 분야에 전문성을 더하려 노력하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열린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멋있게 느껴졌다. 이번 로테이션 주제 정할 때도 느꼈지만 여기 PI들은 다(지금까지 만난분들에 한해🤓) 싫지 않은 nerd 미가 있는 것이 참 좋다 ㅋㅋ 위 사진은 내가 보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해서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었다. 본인의 연구실에서 만든 중요한 화학물질과 그것을 만든 연구원의 이름과 그들이 연구실에 있었던 기간이 적혀있다. 하나하나가 좋은 paper가 되었던 것이라, 본인의 제자들과 연구에 대한 기억을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교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정말 멋있다.
이후에 Chem 225를 듣고 열심히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지금 하는 반응의 문제점을 몇 가지 발견했고, 포닥과 함께 상의해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려고 시약을 주문했다. 다음 주부터는 그 시약이 오기 전까지 computation 관련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 LC-MS도 써봤는데 참 좋다. 설명을 정식으로 듣지 않아서 아직 활용을 잘 못하는 감이 있는데, 익숙해지면 굉장히 강력한 Tool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퇴근한 후에는 다음 시카고로 학회를 가는 친구가 작은 캐리어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해주고, 그다음 바로 친구와 코스트코를 가서 Ready meal을 사고 집에서 저녁을 같이해서 먹었다. 오우 타코 굉장히 맛있다! 혼자 먹기는 부담스러운 양인데 둘이 배부르게 잘 먹을 수 있다(샌드위치는 배불러서 건드리지도 못했다). 블로그 글을 쓰다 보니 느낀 게 친구들을 부를 때 그냥 친구, 친구로 통일하니까 나도 헷갈린다 ㅋㅋㅋ 그렇다고 실명을 밝히기는 그렇고… 좋은 방법 아시는 분은 의견 좀 주세요.
Saturday, October 5
아침에 2번째 F45를 하고(어째 이건 적응이 안되나?) 바로 스탠포드를 놀러 갔다. 놀러 온 친구와 나, 그리고 스탠포드에 있는 친구 셋은 약대에서 연구실 실습을 같이했었다. 이제 셋 다 박사를 한다니 정말 정말 신기하다. 친구가 추천해 준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뷔페식 점심을 먹고(탁월한 추천이었다), 나름 스탠포드의 명소라고 하는 곳들을 찾아서 걸어 다니며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기념품 매장까지 갔다. 셋 다 각자 맘에 들어 하는 텀블러를 샀다. 사실 난 여기 옷이 예뻐서 사고 싶은데, 내가 한국에 가는 거면 기념으로라도 입고 돌아다니겠는데 학교가 다른데 미국에서 입으면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사지 않았다 ㅋㅋ 대신 친구들이 있는 대학들에 방문했다는 걸 기념하고 싶어서 텀블러라도 구매했다. 몇 없는 이상기온(37도)으로 더워 죽을뻔했긴하지만.. ㅎㅎ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하고.
날이 너무 더워서 다시 돌아가기 전 쉑쉑에서 음료라도 마시러 들어갔는데, 저게 무슨 거의 만원돈한다. 사악하기 그지없다. 뭔가 억울해서 다 먹고 시원한 물이라도 꽉꽉 채우고 나갔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는 친구에게 UCSF mission bay 캠퍼스도 구경시켜 줬다. 스탠포드의 넓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아주 작고, 최근에 지어져서 깔끔한 유리로 된 신식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같이 있는 큰 medical center도 구경시켜 줬는데 새삼 나도 천천히 둘러보니 건물이 예쁘게 느껴졌다.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장소는 내가 첫날 여기 왔을 때 나를 많이 도와줬던 친구와 같이 갔던 곳인데 아주 맛있게 잘 먹었기에 소개해 주고 싶어 갔다. 가는 길에 노을이 정말 예뻤다. 사람이 줄을 서고 있어서 식겁했지만 다행히 안쪽 바 자리는 남아있었고, 바로 들어가서 연어 샌드위치와 페투치네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서버분은 역시나 친절했고 가게 분위기도 시끄럽지 않고 좋았다. 음식은 정말 정말 맛있어서 여긴 또다시 올 것 같다. 특히 까르보나라가 크… 크림을 아예 안 쓴 건 아닌데 적당히 느껴질 만큼 부담 없이 쓰고 치즈와 노른자로 크리미함을 만든 게 아주 내 취향이었다. 또 다른 메뉴도 많이 도전해 보고 싶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멋있는 야경을 보며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갔다. 하루 종일 밖에 있어서 집에 가서는 푹 쉬고 금방 잠에 들었다. 내일 새벽에 친구가 가고, 목요일 저녁에 왔다 보니 아주 짧게 느껴진다. 친구와는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다음에 학회에서도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본다! 둘 다 힘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