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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11주차 10/27/2024 ~ 11/02/2024

  • Post category:일상
  • Post last modified:November 4, 2024
  • Reading time:10 mins read

새로운 프로젝트



Sunday, October 27



지난주에 잠깐 말했듯이 오전 여섯 시부터 롤드컵 준결승을 보기 위해 동기들이랑 기숙사에 모였다. 내가 LoL을 처음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방학으로 기억한다(정말 오래전이긴 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원체 게임을 너무 많이 하다가 고등학교 입학한 후에 거의 접고 다시 시작해서인지 참 재밌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어가서 군대 다녀온 이후부터는 거의 안 하고 약대에서도 스터디 친구들이랑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만 했고, 경기는 종종 챙겨봤었다. 여러 팀을 응원하지만, 그중에서도 T1이 1픽이라, 작년 이맘때쯤 딱 박사 유학 입시 준비하느라 굉장히 지쳐갈 때 서사가 넘치는 우승을 해줘서 굉장히 기분 좋고 힘이 났던 것 같다. 근 몇 년간은 한국과 중국 리그가 압도적으로 잘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리 인기가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동기 중에서는 직접 하는 얘들도 꽤 있고 즐겨보는 친구들도 많았다. 응원하는 T1이 10연패를 끊고 이겨서 엄청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Gen.G도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아쉽다. 분명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다!




경기를 재밌게 보고는 너무 일찍 일어나서인지 바로 잠을 또 잤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예쁜 하늘을 보며 Hub로 갔다. 블로그를 열심히 열심히 썼다. 말로 블로그 써주는 AI가 언제쯤 제대로 나올지 궁금하다. 글 자체는 쓰는 게 그리 시간이 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추가로 맞춤법 검사를 하고 한 번 더 읽어보고 올리는 편이라 여기서 시간을 좀 많이 쓰는 것 같다.



Monday, October 28

오늘의 Chembio 수업에서는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를 다뤄주셨는데, 내가 관심 있는 교수님의 연구 분야이기도 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들었다. 특히 Histone modification 중 대표적인 acetylation, methylation에 대해 자세하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꽤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출근 후에는 1주일 계획을 짜고, 3시에 있는 발표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지금까지 했던 내용을 정리해서(저번 주에 교수님과 했던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훨씬 짧게 subgroup meeting에서 발표하는 것이다. 갑자기 오늘 하라고 해서 준비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평소에 하던 것이라 그런지 큰 무리 없이 잘 넘어갔던 것 같다.




GC 조건을 계속 찾는 와중에, 이 substrate 자체가 GC로 분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도 생각해서 parallel 하게 다른 substrate(더 낮은 boiling point를 갖는)로 반응해서 이것도 GC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다만 반응 조건이 기존의 것보다는 더 많은 catalyst, reagent를 써야 하며 조금 더 까다롭다는 게 단점. GC 조건을 하나 더 확인했는데, peak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2개로 명확하게 보이긴 해서 좀 더 retention time을 길게 해보려고 하고, 걸은 반응의 TLC를 확인하고 집에 갔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씻고 거의 바로 잠에 들었다.



Tuesday, October 29

엄청 푹 자고(11시간😅) 일어나서, chembio 수업을 들으러 갔다. 어제에 이어서 PTM에 관해 내 academic advisor인 교수님께서 강의해 주셨는데, methylation과 PROTAC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새삼 기존에 있는 small molecule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PROTAC 이라는 modality가 대단하다고(적어도 academic 한 perspective에서) 생각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modality를 찾으려는 시도도 굉장히 많은데(다른 E3 ligase뿐만 아닌 다른 biological system을 끌어오기), 이 부분 또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후 QBC Journal Club을 듣고, 집에서 언능 점심을 먹은 후 랩으로 향했다.

Overnight 한 reaction을 확인하고 (paper에서는 o/n을 했지만, 30min 때와 TLC 상에는 그리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저번처럼 간단하게 pipette column을 통과시킨 후 crude NMR을 찍어보려 했으나, solvent가 저번에 쓴 EtOH보다 꽤나 bp가 높아서 잘 날아가지 않아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을 들여서 추가로 분리할 필요 없이 바로 yield와 ee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참 robust하고 clean한 reaction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일단 high vac을 걸고 좀 기다려도 육안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서 crude NMR을 찍었는데, 다행히 괜찮게 되어서 이것도 바로 GC test 해보려고 한다. GC는 포닥 2명이랑 같이 써서 나는 집에 가기 전에 overnight로 여러 조건을 걸어뒀다.


박사 유학의 낙. 예쁜 하늘



오늘 한 대학원생이 논문에 이름을 넣어줄 테니 2주 안에 large scale로 intermediate를 만드는 것을 도와줄 수 있냐고 했다. 전에 합성을 나름 꽤 많이 해서이기도 하고 지금 사실 완전 바쁘진 않아서 한 번 procedure를 찬찬히 살펴봤고, chemistry 자체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하겠다고 했다. 아직은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 봐야지 ㅋㅋㅋ 내일부터 2주간은 퇴근이 좀 많이 늦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퇴근 후에는 언제나처럼 예쁜 하늘을 보며 운동을 갔다. 씻고 저녁을 먹은 후 언제나처럼 다시 Hub로 나가서,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proposal 최종본을 위해 열심히 수정했다.



Wednesday, October 30



아침 운동을 잘 다녀왔다. 하체 하는 날은(특히 불스스) 정말 혀를 씹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 같다ㅠ 하지만 끝내면 이것보다 후련한 게 없다! Chembio 수업에서 친구들의 journal club 발표(Recruitment of FBXO22 for targeted degradation of NSD2)를 잘 듣고 연구실로 향했다. 처음 사용했던 substrate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게, 반응은 쉽고 수율도 좋지만, GC를 3시간까지 땡겨도 enantiomers가 잘 분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분리했던 다른 substrate의 GC 조건을 오늘 최적화하려고 한다. 또 오늘부터 project가 2개가 되어서 각오했는데, 다행히 기존 project를 함께하던 포닥이 흔쾌히 여유를 주어서 막 그렇게 바빠질 것 같진 않다🙂 이제 각 교수님 방에서 하나씩의 project를 하니 제대로 된 co-rotation 느낌이 난다. Electronic labnote(여기는 Signals Notebook를 쓴다)를 사용하는 건 정리의 편의성에 더불어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주 좋다고 느낀다. 해야 할 반응을 다시 찬찬히 살펴봤는데 역시 그리 손을 탈 것 같은 반응은 없는 것 같다. 주말에 나와서라도 다음 주 QBC Retreat 전에 다 끝내보려고 한다.




밥을 먹고 다시 연구실로 와서 GC를 확인했는데, 확실히 기존의 substrate보다는 분리가 잘 되는 것이 보인다. 오늘내일 내로 깔끔하게 분리 조건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3시쯤에 반응 거는 것을 보기로 했기에, 그전까지 총 5개의 합성 과정(one-pot을 생각하면 4 steps)을 미리 정리했다. 실패가 없다는 가정하에 토요일 저녁까지 투자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반응을 걸고(set up이 진짜 한참 걸렸다… 왜 5년 차 대학원생도 헤매는 것인가?) GC도 여러 개 걸었는데 더 이상 분리가 잘되지 않는다. 내일 포닥과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퇴근 후에는 마찬가지로 밥 먹고 씻고 Hub가서 과제를 했다. 내일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Thursday, October 31



아침 운동을 다녀오고, 수업 전에 바로 출근해서 overnight reaction을 확인했다. 우리의 생각보다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SM이 조금 남아있어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와중에는 sample 농도를 크게 낮춰서 GC를 다시 걸어두었다. 이후에 GRAD 202가 비대면이라 강의를 듣고 과제를 좀 하다가 바로 BBC seminar를 갔다. 곧 졸업 예정 BP 박사과정생인 Evelyn Strickland가 “How neutrophils collectively decide when enough is enough”를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다. 이분의 학위논문이 최고의 Impact가 있다고 인정받아서, 상을 받고 이렇게 발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CCB와 듣는 과목이 가장 많이 겹치는 과가 Biophysics라서, 여러 논문과 세미나를 듣게 되는데 확실히 수학, 물리가 어떤 현상을 근본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느낌이었고 (과목의 정의 자체도 그렇지만) 이를 아직 밝혀지지 않는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려는 게 그 접근 방식과 과정이 아주 실용적이라고 생각됐다. 일단 figure도 굉장히 잘 만들고 멋이 난다 ㅋㅋ



밥을 먹고 돌아와 반응을 다시 확인했지만, 별 차이가 없어서 reduction을 바로 진행했다. 여러 조건으로 TLC를 확인하고 staining 했을 때 남은 것은 SM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어차피 Rf 차이가 product와 크기도 하고 yield가 크게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NMR을 확인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반응을 걸고 proposal을 마저 쓰다가 workup을 하고 CCB/BP Pizza talk를 들으러 갔다. CCB 교수님이 한 분 계시는데, 동기 중에 이분 연구실에서 로테이션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유기합성을 많이 한다) 흥미롭게 잘 들었다. 이분은 박사 때 1주일에 100시간씩 해서😡(난 70시간도 힘들던데…) Harvard CCB에서 3년 반 만에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지금 결과를 봤을 때는 하하… 그게 꼭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이쪽 분야는 갈수록 혼자서 좋은 논문을 내기 어려워지는 환경이라 본인 연구를 탐닉하는 자세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어떻게 공동연구를 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또 100시간씩 연구만 하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여력이 있을까? 일단 내 체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늘은 밥이 좀 늦게 배달되어서(지중해식 음식이었다) talk가 끝나고 먹었다. 지금까지 실패한 게 하나도 없는 듯? 아니면 내가 맨날 집에서 밥을 해 먹으니 새로운 건 다 맛있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ㅋㅋㅋ 할로윈 기념으로 친구가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들고 와서, 모두 머리띠를 끼고 기념사진도 남겼다. 집에 가서는 figure 정도만 남기고 proposal을 거의 마무리했다.



Friday, November 1

벌써 11월! 출근해서 드디어 automated flash column을 배웠다. 석사 내내 손으로만 컬럼하다가 이걸 보니까 뭔가 허탈한 느낌도 들고… ㅋㅋㅋ 돈이 최고구나 싶었다. 여긴 시험관도 그냥 버린다. 조금의 숙련도만 있으면 분리도 더 정확하고 빠르며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굉장한 기계구나 싶었다. Gradient를 아주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고(심지어 터치스크린), UV에 감응하는 물질이 걸리면 그 순간 자동으로 그 물질의 분리가 끝날 때까지 isocratic으로 바꿔주고 그 이후에 다시 polarity를 증가시켜 준다. 참 분리만 간단해져도 훨씬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여튼 앞으로 쓸 거니까 괜찮다. 연거푸 기계의 장점에 대해 놀라며 사용법을 잘 배운 후, Chem 223을 들으러 갔다.

Conformationally constrained linkers drive covalent modification of histidine using sulfonyl fluoride exchange, Antibody Inhibition of a Conserved Motif in Herpesvirus Proteases 이렇게 두 발표를 들었는데 drug development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특히 small molecule) 재밌게 들을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최근에 UCSF CCB의 환경에 관해 여러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순수화학 쪽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Scripps로 갈래라는 제안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실제로 같이 로테이션 하는 두 친구들은 옮기는 걸로 마음이 좀 기운 것 같다)인 것 같다. 그래도 난 여기 남기로 마음먹었는데, 화학 그 자체도 좋긴 좋지만, 그 궁극적인 쓰임,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UCSF에서 화학을 하는 사람들은 100이면 90 정도는 결국 어떤 약을 만들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느낌이라면 Scripps는 그렇지 않다. 수많은 연구 분야가 있고, 약은 그중의 일부분인 느낌. 그래서 내가 약대를 나오고, 석사를 하고, 박사를 준비할 때 공통으로 원했었던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여기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강의나 수업들도 이에 많이 맞춰져 있기에 굉장히 만족스럽기도 하고!

다시 연구실로 가서 purification을 마저 끝냈는데, DMF가 섞여도 괜찮다던 대학원생의 말과는 달리 분리가 잘 안돼 일단 keep 해두고 다시 반응을 걸었다. 석사 때도 DMF류 친구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고, 여러 방법을 공부하고 생각했기에 다음에는 azeotrope를 이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여기 와서도 합성은 지식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기에서도 나쁘지 않게 잘하는 편인 것 같다고 느껴서, 아무래도 계속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AI가 생물보다는 화학을 먼저 대체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면서도,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기에(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 그에 대한 반발심리로 생물 100%로 가는 건 썩 좋은 생각이 아니라 느낀다. 뭔가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의 다양성이 화학실험에서 더 많이 있다고 현재는 느껴지며 이게 나를 재밌다고 느끼게 한다. 역시 둘 다 나름대로 비중 있게 하는 연구실이 좋을 것 같다. 퇴근하고는 운동을 잘 다녀오고, proposal 과제를 제출하고 잤다.



Saturday, November 2



아침 7시부터 월즈 결승이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저번 준결승과같이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응원했다. 참 T1이라는 팀은 진심을 담아 응원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나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성품? 인간상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서사가 워낙 영화 같아서 ISTJ인 나조차 뭔가 두근두근하며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와중에 롤러코스터를 타듯 기분이 왔다 갔다 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미치도록 도파민이 나왔던 것 같다. 덕분에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바로 점심을 먹고 출근! 했다. 로테이션하는데 주말에 출근하는 건 보통은 아니지만, 나는 논문에 이름을 넣어준다고 했기에 그래도 내가 스스로 납득할 만큼 기여를 하고 싶었다. 어제 걸었던 반응을 확인하고 one pot으로 reduction을 진행한 후, 와중에 운동을 다녀왔다. 이후에는 workup을 잘 마치고 대학원생과 여러 얘기를 했다. 이 친구가 본인 1학년 때 했던 로테이션 얘기를 해줬는데 신기하게 내가 하고자 했던 교수님들과(비록 3월 때의 생각이지만) 전부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재밌고 유익하게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관심 있는 주제면 더 집중이 잘 되기 마련. 놀랐던 건 나는 미국에서는 딱히 갈구고 이런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소리를 지르는 포닥을 멘토로 만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착하고 순박한 느낌이었는데 굉장히 의외였다. 누굴 로테이션 멘토로 만나느냐에 따라 특정 랩에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게 참 운이 여기서도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분리는 Retreat 다녀온 이후에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얘기가 되어서 일찍 퇴근하고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항상 코스트코에서 헐값에 사다가 먹으니, 외식만 하면 뭔가 손이 벌벌 떨리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또 괜찮아진다. 아니 솔직히 생각해 보면 외식을 안 한다고 가정했을 시 내가 뭐 다른 곳에 돈을 썩 쓰는 타입도 아니라 9급 공무원 초봉 정도로 돈이 남아버린다. 일을 하지 않고도 이 정도로 남는 건 참 나에게는 좋은 기회이고 1주일에 한 번 정도야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외식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고 생각되니 앞으로는 적당히 맛있는 것도 먹고 살아보려 한다. 딤섬집(Dumpling Home – 298 Gough St, San Francisco, CA 94102)에 가서 여러 메뉴를 먹었는데, 다 괜찮았지만 으 Juicy Pork Bao(맨 마지막 사진)이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 온다면 선선하고 기분 좋은 날씨에서 맥주와 함께 요거를 여러 개 시켜 먹고 싶다.




밥을 먹고는 Hayes St에 있는 공원을 가서 예쁜 하늘을 구경했다. 참 이런 곳도 많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득 한국이 좀 그리워졌다. 만나면 마음 편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도 했고, 가족 단위로도 오순도순 놀러 가는 게 많이 보이니 가족 생각도 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그리게 되는 느낌. 물론 여기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있지만, 나는 생각해 보면 만날 일이 없으면 깊게 친해지는 게 거의 불가능한 사람이라 활동 반경이 딱 겹치지는 않아 살기 좋은 것과는 별개로 아직 미국에 완전 정을 붙이지는 못했다. 뭐 아직 3달도 안 됐는데 마음이 넘어갈 수는 없는 걸지도. 아기자기한 블루보틀 1호점도 보고, 외벽에 단어의 어원을 적어둔 신기한 건물도 봤다.

집에 돌아온 후 곧 동기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기숙사 공터에서 여럿이 모였다. 재밌게 게임도 하고 축하도 해주고 시간을 잘 보냈는데, bar에는 같이 가지 않았다. 왜 같이 가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좀 지쳤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나는 썩 나가는 걸 즐기는 타입이 아닌데 미국 문화에, 영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의 빠짐없이 돌아다녀서인지 에너지가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하하… 이것도 노력해서 역치를 늘려야겠지만 조금은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적어도 계속 노력할 수 있으려면, 내가 좋아하면서도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되는 요즘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내고 있는가?